사회과학→장르문학, 출판사 들녘이 넓히는 사유의 폭 [출판사 인사이드㉙]

장수정 2026. 4. 12.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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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 사회과학 전문 출판사로 출발
'퇴마록' 등 판타지 소설로도 존재감 드러내
2021년 장르문학 브랜드 '고블' 론칭 등 들녘의 '다양한' 시도

<출판 시장은 위기지만, 출판사의 숫자는 증가하고 있습니다. 오랜 출판사들은 여전히 영향력을 발휘하며 시장을 지탱 중이고, 1인 출판이 활발해져 늘어난 작은 출판사들은 다양성을 무기로 활기를 불어넣습니다. 다만 일부 출판사가 공급을 책임지던 전보다는, 출판사의 존재감이 희미해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소개합니다. 대형 출판사부터 눈에 띄는 작은 출판사까지. 책 뒤, 출판사의 역사와 철학을 알면 책을 더 잘 선택할 수 있습니다.>

◆ 사회과학 전문 출판사에서 장르문학 브랜드 론칭, 들녘이 넓히는 사유의 폭

출판사 들녘은 1987년 사회과학 전문 출판사로 출발했다. ‘들녘’이라는 출판사 이름에는 어두운 시대를 지나 밝고, 탁 트인 미래로 나아가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겼다. 이수연 편집장은 “시민들의 사유의 지평을 넓히는 책을 만들고자 했다”고 출판사 창립 의도를 설명했다.

그리고 지속적으로 ‘유의미한’ 메시지를 통해 의도를 실현 중이다. 출발은 사회과학 전문 출판사였지만 지금은 종합출판사로 자리매김을 했다. 피터 왓슨의 ‘생각의 역사’ 시리즈처럼, 일명 ‘벽돌책’으로 독자들의 지적 호기심을 채우기도 하지만, 1994년 독자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던 ‘퇴마록’처럼 판타지 소설로 독자들의 상상력을 자극하기도 했다.

이 외에 또 다른 유명 판타지 소설 ‘로도스도 전기’를 비롯해 영화로도 제작돼 사랑을 받은 소설 ‘조이 럭 클럽’ 등 ‘다양한’ 장르의 책으로 독자들에게 부지런히 ‘읽는’ 재미를 선사 중이다.

이 편집장은 ‘생각의 역사’ 시리즈를 들녘의 대표 책 중 한 권으로 꼽으며 “방대한 지적 여정을 통해 읽는 이의 사유의 폭을 넓혀주는 책”이라며 “들녘에서 가장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책들이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우혁 작가의 ‘퇴마록’으로 깬 ‘틀’에 대해서도 짚었다. “들녘은 퇴마록을 국내에서 처음 출간한 출판사이기도 하다”고 말한 이 편집장은 “당시 누적 판매 부수 천만 부를 넘기는 기록을 세우며 한국 장르문학 시장에도 큰 획을 그었다”고 의미를 설명했다. 이렇듯 사유의 확대를 지향하면서도, 틀을 깨는 시도를 통해 남다른 세계관의 문학 작품들을 출간해 왔으며, 이를 바탕으로 2021년 장르문학 브랜드 ‘고블’도 론칭했다.

독자들에게 ‘유의미한’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는 들녘의 소신이 과감힌 시도의 원동력이었다. 이 편집장은 “기존 통념에 도전하거나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는 책, 지금까지 생각해 본 적 없는 세계에 대한 상상력을 제공하는 책들을 특히 선호한다. 생각을 경작하는 책들을 통하여 독자님들께 더 넓은 사유의 지평을 열어드리고 싶다”는 바람을 밝혔다.

◆ 들녘이 아우르는 ‘다양한’ 독자들

역사 깊은 출판사이면서도, 지금의 독자들에게도 ‘통하는’ 메시지를 전달 중이다. 불과 2~3년 전까지만 해도 들녘은 책 관련 행사에 직접 나서지 않았으나, 최근에는 행사장에서 독자들과 직접 소통하기도 한다. “판매 현장에 나가기보다는 좋은 챙글 더 견고하게 만드는 데 주력하자는 의미였다”라고 그간의 불참 의도를 설명한 이 편집장은 최근의 책 행사는 ‘판매’ 그 이상의 의미라고 말했다.

국내 대표 책 행사인 서울국제도서전은 물론, 천리포수목원 책바슴 등 다양한 책 행사에 참여했다는 이 편집장은 “독자님들과 직접 만나 소통할 수 있게 하는 접점이었다”라고 말했다. 앞으로도 독자님들을 직접 만나는 자리를 마다하지 않는다며 “‘자기 PR의 시대’라 하는 만큼, 수많은 출판사들 사이에서 ‘들녘이라는 출판사가 있다’라고 알리려면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물론, 기존의 독자층도 세심하게 신경 쓸 계획이다.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출판 콘텐츠를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한 이 편집장은 “특히 최근에는 출판 홍보의 중심이 SNS로 이동하면서 중·노년층 독자들에게 잘 가닿지 못하는 경향이 더 심화되는 것도 같다”고 짚었다.

이에 미래의 독자를 육성하는 동시에 기존 독자들을 소외시키지 않는 방법을 고민 중이다. 이에 대해선 “다양한 독자, 눈에 보이지 않는 독자를 분석하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하며, 책이 제공하는 경험과 사유를 모든 세대가 느낄 수 있도록 디지털과 오프라인을 아우르는 다양한 접점을 마련해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금의 독자들을 아우를 수 있는 메시지도 준비 중이다. 올해 들녘은 다나카 조코의 소설 ’징산제(徵産制)‘를 선보일 계획이다. 인구 감소와 기후 위기로 인한 식량난, 전염병으로 디스토피아를 방불케 되어버린 사회를 그리며 ‘징산제’라는 가상의 제도를 통해 사회의 모순과 인간 삶의 의미를 질문한다. 이 편집장은 “‘징산제’란 ‘징병제’에서 모티브를 얻은 표현입니다. 임신과 출산이 가능한 인구가 극도로 감소해 버린 사회에서 국가는 출산을 위하여 남성을 강제 징집하기에 이른다. 이 작품의 의의는 단순히 미래 설정이나 기발한 상상력에 머무르지 않고 인간, 권력, 생명과 공동체를 둘러싼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는 점이다. 오늘날의 시대 환경 속에서 당연시되는 가치와 규범을 비틀며, 우리가 평소 쉽게 생각하지 못했던 윤리와 삶의 조건들을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통념에 도전하고 사유를 확장하려는 들녘의 출간 방향과도 잘 맞닿아 있는 작품이라고 여긴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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