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악산으로 몰리는 사람들 [하재근의 이슈분석]

최근에 관악산으로 젊은 세대가 대거 몰린다고 해서 화제다. 평소 산을 자주 찾지 않던 사람들마저도 관악산을 찾는다는 것이다. 얼마나 사람들이 많이 몰리고 화제가 됐던지 등산객들을 조롱하는 낙서 사태까지 터졌다.
관악산 마당바위에 누군가가 래커로 “너희에게 줄 관악산 운빨은 없다”라고 쓴 사건이다. 관악구청이 공무원들을 투입해 바위 복원작업을 마친 후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자연물 훼손은 절대로 해선 안 되는 행동인데, 워낙 사람들이 몰리다 보니 별별 일이 다 터지는 것이다.
이 소동이 터진 이유가 황당하다. TV 예능프로그램에 종종 등장하는 한 역술인이 올 1월에 토크쇼에 출연해 “서울 인근에서 관악산은 정기가 좋고 같은 소원을 세 번 빌면 소원을 들어준다고 할 정도로 에너지가 좋은 곳”이라고 얘기하자 20~30대 사이에서 관악산 열풍이 터졌다고 한다.
워낙 많은 사람들이 관악산 정상에서 인증샷을 찍으려 하기 때문에 정상 근처에 사람들 대기 줄이 길게 형성되는 등 소란이 빚어졌는데 이런 모습이 누군가의 심기를 건드려 조롱 낙서가 등장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역술가의 한 마디에 수많은 젊은 세대가 움직였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 인공지능 로봇까지 등장하는 시대에 아직도 역술가를 맹신한단 말인가.
그런데 자세히 뜯어보면 맹신까진 아니고, 그 역술가의 말이 ‘좌표 찍기’의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요즘 젊은 세대 사이에선 뭔가 핫하다는 곳에 찾아가서 직접 체험하고, 인증샷을 찍어 그걸로 사람들과 소통하거나 관심받는 것을 즐기는 문화가 크게 일어났다. 인터넷을 통해 어떤 제품이나 장소가 부각되면 사람들이 들불처럼 모여든다. 그래서 툭하면 새벽부터 오픈런 사태가 터지고 두쫀쿠 같은 특정 제품의 품귀현상이 벌어지는 것이다.
이번에 예능프로그램에 등장한 역술가의 말이 바로 그런 집단행동을 유도하는 좌표 찍기가 됐기 때문에 젊은 세대가 폭발적으로 모여들었다. 인터넷 SNS 때문에 이런 일들이 벌어진다.
SNS로 다른 사람들의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알 수 있게 된 결과 트렌드가 순식간에 전파되고, 그곳을 방문한 내 모습을 다른 이들에게 SNS로 즉각 보여줄 수 있기 때문에 너도나도 참여하게 된 것이다.
이래서 유행이 유행하는 시대가 되었다. 유행 자체가 대유행하기 때문에 뭐든지 일단 뜨기만 하면 폭발적인 이상 유행의 주인공이 된다. 이런 시대가 아니었다면 두쫀쿠 열풍도 그렇게까지 뜨겁진 않았을 것이다.
이렇게 젊은 세대가 무속을 맹신한다기보단 핫한 곳을 누군가가 찍어주는 ‘좌표’가 필요했던 터에 마침 예능프로그램에서 그것이 공급되니 강렬하게 반응했다고 할 수 있겠다.
그러나 맹신까지는 아니어도 요즘 젊은 세대가 무속 같은 것에 관심을 많이 갖는 것은 사실이다. 자신의 미래나 진로 등을 가늠하거나 행운을 부르는 것에 상당히 민감하게 반응한다. 자신의 정체성을 가늠하게 해주는 MBTI의 이상 열풍이 얼마 전까지 있었고, 운을 알아보고 기원하는 타로 등에도 많은 관심이 나타났는데 그런 트렌드 중에 무속도 있는 것이다.
이건 맹신이라기보다 유희를 즐기는 것에 가까운데 그런 유희 속에도 ‘이왕이면 복 받는 걸 해보자, 그래도 혹시 정말이라면?’ 이라는 심리가 깔려있다. 어느 정도의 기대는 있는 것이다. 이런 마음으로 관악산뿐만 아니라 요즘엔 ‘오행 보완’ 콘텐츠에 대한 관심도 커진다고 한다. 음양오행적으로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줄 수 있는 무언가를 찾는다는 것이다.
이런 행동이 아직은 유희의 성격이 강하다곤 하지만 ‘그래도 혹시?’ 하면서 기대를 품고 자꾸 의지하게 되면, 모두는 아니더라도 결국 무속 등을 맹신하는 일부 사람들이 나타나게 될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많은 구성원들이 비과학적인 믿음에 의존하는 공동체는 건강해질 수가 없다는 점이다. 그런 믿음이 큰 이들이 여러 가지 손해를 보게 될 가능성도 있다.
방송이 자꾸 무속 등을 부각시켜 이런 흐름을 부채질하는 게 문제다. 관악산 열풍도 앞에서 설명했듯이 예능프로그램에서 역술인을 내세우면서 발생했고, 그밖에도 요즘 여러 예능프로그램에서 무속 코드를 등장시킨다.
무속인이 됐다는 연예인도 종종 소개된다. 방송이 이런 소재들을 크게 부각시킬수록 시청자가 그것에 믿음을 갖게 될 것이다. 장차 사회문제로 비화할 가능성도 얼마든지 있다. 방송 제작진이 유의해야 할 대목이다.

[하재근의 이슈분석] 글/ 하재근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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