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 걸린 '박근혜 7시간'... "위로 아닌 법과 제도로 증명해야"

유지영 2026. 4. 11.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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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세월호 참사 12주기 앞두고 기억·약속 시민대회... 2014년생과 1997년생 "나는 이렇게 기억하겠다"

[유지영, 유성호 기자]

 세월호 참사 유가족과 시민들이 11일 오후 서울 중구 시청역 앞에서 열린 4.16 세월호 참사 12주기 기억·약속 시민대회에 참석해 세월호 참사를 추모하며 진실 규명과 생명안전 사회를 촉구하고 있다.
ⓒ 유성호
"모두 안전한 하루를 보내고 계십니까?"

세월호 참사 12주기 기억·약속 시민대회 사회자(김지애 활동가)는 11일 이 질문으로 인사말을 대신했다. 여전히 "안전한 하루"를 보내지 못하는 이들을 대신한 물음이었다.

세월호 참사 12주기를 5일 앞둔 이날 오후 4시 16분부터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와 4.16연대는 서울 중구 세종대로에서 시민대회를 열었다. 시민대회에는 1000여 명의 연대 시민과 여러 재난 참사 피해자·유가족들이 자리를 지켰다. 참사 12주기를 앞두고도 '생명안전기본법'은 국회에서 제정되지 않고 있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안전 책무를 명시하는 법안의 부재 속에 시민들은 "진실과 생명안전은 기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시민대회 전날인 10일 서울고등법원은 세월호 참사 당시 청와대 문건 목록을 비공개했던 대통령기록관장의 처분을 취소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판결이 확정되면 12년 만에 박근혜 당시 대통령의 행적을 목록 형태로 확인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다.

시민대회에 참여한 시민 이진희(33)씨는 <오마이뉴스>에 "'박근혜 7시간'의 진상이 아직 규명되지 않았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고, 진상 규명을 위한 서명 활동에 자원한 적이 있다. 그런데 어제 법원에서 (청와대 문건 목록을) 공개하는 것이 맞다고 나왔다"면서 "이렇게 늦어진만큼 '생명안전기본법' 역시 빨리 진행될 수 있었으면 한다"라고 전했다.

'생명안전기본법' 통과 안 시키는 국회 향해 "국민에 대한 배신"

▲ 세월호참사 유가족, 12년 동안 봉인된 '박근혜 7시간' 공개 길 열렸다ⓒ 유성호
 세월호 참사 유가족과 시민들이 11일 오후 서울 중구 시청역 앞에서 열린 4.16 세월호 참사 12주기 기억·약속 시민대회에 참석해 세월호 참사를 추모하며 진실 규명과 생명안전 사회를 촉구하고 있다.
ⓒ 유성호
김순길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사무처장(단원고 2학년 9반 고 진윤희 학생의 엄마) 또한 '생명안전기본법' 제정을 지연하고 있는 국회를 향해 "명백한 직무유기이자 국민에 대한 배신"이라고 지적했다. 정부를 향해서도 "말뿐인 위로가 아닌 법과 제도로 증명하라"고 요구했다.

김 사무처장은 이태원 참사, 무안공항 제주항공 참사, 아리셀 참사, 대전 안전공업 참사 등 사회적 참사를 나열하면서 "이름과 장소가 바뀔 뿐 국가가 지키지 못한 생명들의 이름은 계속해서 늘어만 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참사는 매번 반복되는데 정부의 대응은 지독하리 만큼 닮아 있다. 책임 있는 이들은 자리를 피하고 살려달라는 유가족의 피맺힌 외침을 정치적 싸움으로 치부하는 모습은 그때나 지금이나 같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반복되는 참사의 고리를 끊어내기 위해 이제는 국가의 책무를 법으로 명시해야 한다"라면서 "우리가 '생명안전기본법' 제정을 촉구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 법은 돈보다 사람의 생명이 먼저라는 너무도 당연한 상식을 국가의 약속으로 못 박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 2014년생도, 1997년생도 거리로 "세월호 참사, 나는 이렇게 기억하겠다"ⓒ 유성호

이날 무대에는 세월호 참사가 있던 2014년에 태어난 백송시원씨, 그리고 희생된 단원고 학생들과 동갑인 1997년생 서다은씨가 올랐다.

"세월호가 바다에 잠기고 사람들이 노란 리본을 가슴에 달고 눈물을 흘리던 그해 여름 태어났다"는 백송시원씨는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유가족들,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를 위해 안전한 사회를 만드는 행동을 지지하고 함께 하겠다"고 다짐했다.

백송씨는 "세월호 참사와 그 이후의 세상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더 많은 사람들에게 말하겠다. 그렇게 앞으로도 계속 언니, 오빠들을 기억하겠다"면서 "그럼 여기 계시지 못한 언니, 오빠들이 시간이 흘러도 나를 기억하는 사람이 이렇게나 많구나 하고 행복해 하지 않을까?"라고 물었다.

한편, "(2014년 4월 당시) 단원고 친구들이 바다를 건너지 못한 그 시간 제주에 있었다"는 서다은씨는 "(1997년생인) 우리는 서른 살이 됐지만, (단원고 희생자들은) 영원히 18살에 머물러 있다. 열여덟 친구들의 못 다한 꿈을 안전한 세상이라는 문장으로 완성하겠다"고 다짐했다.

"시간은 해결해주지 않는다" 이태원 참사 유가족의 목소리
 세월호 참사 유가족과 시민들이 11일 오후 서울 중구 시청역 앞에서 열린 4.16 세월호 참사 12주기 기억·약속 시민대회에 참석해 세월호 참사를 추모하며 진실 규명과 생명안전 사회를 촉구하고 있다.
ⓒ 유성호
 11일 오후 서울 중구 시청역 앞에서 열린 4.16 세월호 참사 12주기 기억·약속 시민대회에서 시민들이 지난 12년 동안 진실을 찾아온 과정과 생명안전을 위한 피해자와 시민들의 활동 영상을 보며 눈물을 훔치고 있다.
ⓒ 유성호
이태원 참사 유가족도 상징색인 보라색 재킷을 입고 시민대회에 참석했다. 유형우 10.29이태원참사유가족협의회 부위원장(고 유연주씨의 아빠)은 "사람들은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진다고 말했지만, 그렇지 않았다. 잊으려야 잊을 수 없고 떨쳐내려 해도 떨쳐낼 수 없었다"면서 "시간은 아무 것도 해결해주지 않았고 오히려 우리 아이가 잊힐까 더 두려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시는 이런 죽음이 반복되지 않도록 지금 이 자리를 빌려 반드시 멈춰 세워야 한다. 시민 여러분께 부탁드린다, 이 싸움은 유가족만의 싸움이 아닌 이 사회가 미래에 어떤 나라가 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라고 호소했다.

시민대회 무대 주변에서는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서울특별시에 생명안전 정책을 제안하는 부스도 마련됐다. 부스에서 "사고만 나고 세금이 낭비되는 한강버스 운행을 중단하라" 등의 문장을 적은 20대 김아무개씨는 <오마이뉴스>에 "(세월호 참사 당시) 초등학교 4학년이었는데, 충분히 막을 수 있는 사고였음에도 수많은 목숨을 왜 잃어야 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씨는 "앞으로는 이 같은 참사가 일어나지 않도록 정보 공개가 투명하게 됐으면 한다"고 전했다.

윤석열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 집회 사회자로 나섰던 박민주씨도 시민으로서 시민대회를 찾았다. 박씨는 <오마이뉴스>에 "얼마 전에도 대전 '(주)안전공업'에서 화재 참사가 났는데, 정치권에서는 아직도 제도적으로 참사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이 많이 부족하지 않나"라면서 "앞으로도 시민으로서 재난과 참사 없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계속 (시민대회 등에) 참여하고자 한다"라고 밝혔다.
 세월호 참사 유가족과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한창민 사회민주당 공동대표, 시민들이 11일 오후 서울 중구 시청역 앞에서 열린 4.16 세월호 참사 12주기 기억·약속 시민대회에 참석해 세월호 참사 희생자를 추모하며 묵념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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