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그룹] 두 번은 없는 삶, 어떻게 살아야 할까 고민 된다면
[유영숙 기자]
나는 60대 후반으로 달려가고 있다. 단 한 번 뿐인 삶을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고민이 많다. 이 세상 떠나는 날 나 자신도 후회하지 않고, 가족들에게도 '잘 사셨다'란 말을 듣고 싶다. 60대 후반이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하고 있다. 특히 올해 시작한 시각 장애인을 위한 점자 도서관 '소리 나누미' 봉사는 앞으로도 꾸준하게 하고 싶다. 이런 생각을 가진 요즘 좋은 책을 만났다.
김영하 작가는 <작별 인사>, <살인범의 기억법>, <검은 꽃>등 여덟 권의 장편 소설과 <오직 두 사람>, <호출> 등 소설집 등 다섯 권의 소설집을 출간했다. 소설 외에 <여행의 이유>, <오래 준비해 온 대답>, <다다다> 등 산문집도 출간했다. <단 한 번의 삶>(2025년 4월 출간)은 <여행의 이유>를 출간한 후 6년 만에 출간한 산문집이다.
|
|
| ▲ 책 표지 <단 한 번의 삶>(김영하 지음) |
| ⓒ 복복서가 |
이야기는 2023년 봄, 엄마의 빈소에서 시작한다.
첫 번째 장은 '엄마의 비밀'이다. 작가의 어머니는 1938년생으로 알츠하이머를 앓다가 폐렴이 악화되어 세상을 떠나셨다. 어머니를 추억 하며 빈소에서 몰랐던 어머니의 20대에 대해 알게 된다. 어머니께서 결혼 전 여군이었다는 사실을 돌아가실 때까지 가족에게 이야기하지 않았다. 이유는 짐작할 뿐 지금도 모른다.
부모님 이야기는 늘 마음을 촉촉하게 적신다. 친정엄마도 1937년생이니 작가의 어머니와 비슷하다. 인지가 조금 나쁘셨지만, 건강한 편이셨는데 폐렴으로 입원하셨다가 갑자기 돌아가셨다. 나도 친정엄마에게 여쭈어보고 싶은 것이 많은데 이제는 할 수 없다. 부모님은 늘 그리움이다.
나는 소설보다 에세이 읽는 것을 좋아한다. 다른 사람의 은밀한 일상을 엿보는 것이 재미있다. 왠지 작가에 대해 잘 알게 되어 친한 사람처럼 여겨진다. 김영하 작가의 가족사를 읽으며 자꾸 미소가 지어졌다. 특히 저자의 어머니는 우리 엄마와 성향이 비슷했기 때문이다.
우리 큰아들이 소설가 아무개인데 혹시 아느냐고 물었던 것이다. "간호사가 너 안다더라. 네 책 많이 읽었대" 같은 내용의 전화를 받으면 나는 병원 방문 횟수를 줄일 수밖에 없었다. 엄마의 아들 불효자 만들기 프로젝트는 계속되었다.
돌아가신 친정엄마가 생각난다. 엄마도 누구를 만나면 '우리 딸은 OO이고, 아들은 OO'라는 이야기를 하며 자식 잘 키웠음을 자랑하셨다. 내가 모르는 분들도 나와 동생이 무슨 일을 하는지 잘 알고 계셨다. 자식으로 참 민망한 일이었다.
저자도 이런 어머니 때문에 부탁해도 될 만한 일도 부탁하지 않게 되었고, 아는 사람이 있는 곳이면 피해 다니는 사람이 되었다고 한다. 어머니들은 정말 말릴 수 없으니 내가 피할 수밖에 없다.
살아생전 아버지가 바란 것과 내가 바란 것은 언제나 달랐고, 우리는 끝내 화해하지 못했다. 그것은 아버지의 죽음 이후에도 이어졌다.
저자의 아버지는 군인이셨다. 아들이 글씨 잘 쓰는 공인 회계사가 되는 것을 바라셨지만, 저자는 소설가가 되었다. 자식은 부모 마음대로 되지 않고, 부모도 자식이 원하는 모습으로 살아가는 건 아니다. 저자의 아버지는 첫 책을 낸 아들에게 칭찬은커녕 오자 지적만 하셨고, 군화에는 왜 이렇게 구멍이 많은지 묻는 어린 아들에게 "군화니까 그렇지"하고 버럭 짜증을 내셨던 분이다.
저자는 뇌졸중과 암 투병으로 쇠약해진 말년에 아버지께서 "제사도 지낼 필요 없고, 유골은 그냥 산천에 뿌려 달라"라는 유언을 반만 지켰다. 유골은 현충원에 묻혔고, 제사는 지내지 않는다. "대신 내 방식대로 아버지를 기억한다"라고 저자는 말한다.
거꾸로 '머리 서기'하는 남자
소설을 읽으면 소설을 쓴 작가의 일상은 어떨까 궁금해진다. 소설가는 뭔가 하루가 다를 것 같고, 특별한 일상을 살 것 같다. 내가 아는 소설가는 일상에서 영감을 얻어 소설을 집필한다고 한다. 김영하 작가님 일상을 따라가다 보니 참 평범한 사람처럼 느껴진다. 이렇게 평범하게 사는 분도 멋진 소설을 쓸 수 있구나 싶다.
주중에는 아침마다 요가를 하러 간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일곱 시에서 여덟 시 사이에 한다. (중략) 요즘 내가 열심히 연구하는 자세는 머리 서기, 산스크리트어로 시르사아사나이다. 시르사아사나에도 여러 변형이 있지만, 대체로 머리를 지면에 두고 다리를 기장 높이 둔다는 공통점이 있다.
저자는 요가원에 다니며 '머리 서기'를 연습하는데 잘 안된다. 유튜브를 찾아보며 연습에 연습을 거듭하다 보니 머리 서기 자세를 할 수 있게 되었다. 저자는 요가 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 도전한다. 요리 잘하는 사람, 여행 잘하는 사람, 그림도 좀 그리는 사람으로 불리게 되었다.
소설 쓴 지는 사십 년, 여행은 삼십 년 넘게, 운전도 삼십 년, 식물을 가꾼 지 구 년, 그림 그리기는 이십 년, 요가로 머리 서기는 이십 년이 되었단다. 이런 꾸준한 도전이 소설 쓰기에 도움을 주었을까. 김영하 작가에게는 뭔가 다른 점이 있을 거라는 생각에 책장을 덮을 수 없었다.
단 한 번의 삶을 위해
어렸을 때 나의 꿈은 어떤 직업이 아니었다. 나는 두 가지 '상태'에 이르고 싶었다. 유능과 교양, 무엇이든 잘 해내는 사람이 되고 싶었고, 교양이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저자는 유능한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했고, 유능한 사람보다 더 되기 어려운 교양인이 되기 위해 노력했다. 유명한 오페라의 음반을 듣기 시작했고, 미술도 알아야 할 것 같아서 곰브리치의 <서양 미술사> 같은 책들을 통독했다. 기회가 올 때마다 유럽으로 배낭여행을 떠나 미술관들을 돌아다녔다.
대학원 3학기부터 본격적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저자는 20대 젊은 나이에 작가가 되었다. 작가가 되려고 했던 것이 아니었는데 그냥 컴퓨터가 있어서, 그냥 PC 통신 게시판에 글을 올리다가, 신춘문예에 소설을 보냈다가 덜컥 등단하여 이후로는 큰일 났다 싶어 부지런히 썼을 뿐이라고 한다. 겸손한 말 같다. 신춘문예에서 수상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알기에 저절로 되진 않았다고 생각한다.
저자는 '제가 작가가 될 수 있을까요?"라고 질문하는 제자들에게 물어보지 말고 '작가가 되고 싶다면 계속 쓰면 되고, 되고 싶지 않으면 안 쓰면 된다'라고 말해주고 싶었단다. 작가가 되려면 많이 읽고 많이 쓰면 된다는 것이 정답 같다.
누구나 '단 한 번의 삶'을 산다. 인생은 일회용으로 주어진다. 저자는 새로운 일과 세계에 호기심이 많았던 것 같다. 교수로 정년까지 갈 수도 있었지만, 교수직을 내려놓고 뉴욕에서 이 년 반을 살았고, 여행 쪽 일도 했고, 방송인으로도 살았다. 하지만 늘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했고 선택했다.
이 책은 정말 술술 읽힌다. 꾸미지도 않고 담백하게 있었던 일을 이야기로 풀어낸다. 그냥 앉은 자리에서 한 번에 읽을 수 있는 책이다. '단 한 번의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방법을 제시하지도 않는다. 그냥 저자가 살아온 삶을 담담하게 보여주며 "당신의 삶은 단 한 번 뿐이니 당신의 것으로 살아라"고 말하는 것 같다.
책장을 덮으며 나도 저자처럼 살고 싶은 마음이 든다. 단 한 번 뿐인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 생각하게 한다. 저자가 많은 일 중에 작가로 사는 것을 선택한 것처럼 나도 60대 후반이지만, 주눅 들지 말고 내 방식대로 최선을 다해 살아야겠다.
누구나 수천 개의 삶을 살 수 있는 조건들을 가지고 태어나지만, 결국에는 그중 단 한 개의 삶만 살게 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유영숙 시민기자의 개인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하늘 올레'로 떠난 사람의 영결식 "결코 작별하지 않는다"
- '재학생 11명 기소'에 거리 나온 동덕여대생 "여성 입 막는 오만한 탄압"
- 어이없는 이유로... 6년간 정신병원에 갇힌 유명 화가
- 면도칼 테러에 죽인다 협박... 먹잇감이 되는 사람들
- 이재명 대통령, 이스라엘 항의에 "끊임없는 반인권적 행동으로 고통받는데, 실망"
- 당신이 바이브코딩으로 만든 앱, 출시 즉시 '폭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 '퇴'가 나은지 '고'가 나은지 토론 끝에 생긴 말
- "실제로 화났다" 상대역 멘탈 나가게 한 배우 이상이의 '입'
- 국힘 부산시장 후보에 박형준 확정…與 전재수와 대결
- 죄송하다더니 임원회의 땐 "유족이고 XX이고"... 산재 기업의 두 얼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