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마음인지 안다. 산 사람은 살아아죠”…트라우마 겪는 이들에 삼가야 할 말

임보혁 2026. 4. 11.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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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마리안퍼스코리아·BGEA 공동세미나 열고
재난 등으로 트라우마 겪는 이들 위로하는 법 안내
섣부른 판단, 종교적 설교 지양
문제 해결자 역할 아닌, 문제 해답인 예수 보도록 이끌어야
“온유와 존중으로 경청하고, 함께 있어주는 것에서 치유 시작”
조쉬 홀랜드(오른쪽) 부회장이 11일 서울 은평구 은평성결교회 비전센터에서 열린 ‘위기 속에 희망을 나누다’ 세미나에서 재난으로 위기에 처한 이들을 효과적으로 돌보는 방법을 안내하고 있다. 사마리안퍼스코리아 제공

“재난을 겪고 트라우마를 호소하는 이들에게 섣부른 조언이나 해답을 제시하려 하기보다는 그들의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함께 있어 주는 것 자체가 치유의 시작이 될 수 있죠.”

미국 빌리그래함전도협회(BGEA) 국제신속대응팀의 조쉬 홀랜드 부회장은 11일 자연재해와 재난 등으로 삶의 위기를 만난 이들에게 어떻게 그리스도의 사랑과 소망을 전할 수 있을지 묻는 말에 이렇게 조언했다.

국제구호개발기구 사마리안퍼스의 한국지부인 사마리안퍼스코리아(SPK·대표 오기선)와 BGEA가 공동으로 마련한 ‘위기 속에 희망을 나누다’ 세미나에서다.

이날 서울 은평구 은평성결교회(유승대 목사) 비전센터에서 열린 세미나에서는 재난과 일상 속 트라우마에 대응하는 기독교적 위로의 원칙과 실제적 접근법이 종합적으로 제시됐다.

홀랜드 부회장은 “그리스도인은 하나님께 받은 위로를 이웃에게 전하는 사명을 지닌 존재”라며 “재난 현장에서의 사역은 단순한 물자 지원을 넘어 영적 위로를 나누는 데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트라우마를 겪는 이들을 대하는 핵심 원칙으로는 ‘경청’을 가장 먼저 꼽았다. 홀랜드 부회장은 “모든 질문에 답을 줄 수 있다는 태도는 오히려 위험하다”며 “많은 이들이 말실수할까 봐 두려워하는데 성령의 인도하심 속에서 겸손히 고통받는 이들과 함께 있어 주는 것만으로도 치유가 된다”고 말했다.

실제 사례로 BGEA가 미국 9·11테러 이후 뉴욕 전역에 수백 명의 전문가를 파견해 기도와 경청 사역을 펼친 경험을 소개했다. 그는 “대형 재난 이전에도 많은 사람이 개인적 고통과 갈등을 안고 살아간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며 “위기는 자연재해에만 국한되지 않으며, 오늘날 대도시에서도 삶의 의미를 잃은 이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위로의 방법에 대해서도 제시됐다. 삼가야 할 말로는 “산 사람은 살아아죠. 다 좋아질 겁니다” “주신 이도 여호와시오, 거두신 이도 여호와이시다”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것”과 같은 단정적 위로나 개인 경험을 일반화하는 표현을 꼽았다. 반면 “이 상황이 얼마나 힘들지 상상하기 어렵다” “당신을 위해 도움을 줄 수 있는 분들이 있다는 것을 알고 계시는가요”와 같은 공감과 개방형 질문은 상대가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며 마주하도록 이끌어 트라우마에 매몰되지 않도록 돕는다고 설명했다. 또 기도해줘도 괜찮은지 먼저 묻고 동의를 구하는 자세도 필요하다.



BGEA 국제신속대응팀의 케네스 E. 던랩 목사가 성경적 진리에 기반해 위로와 소망의 메시지를 전하며 소통하는 방법에 관해 강연하고 있다. 아래 사진은 세미나 참석자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일어나 함께 기도하는 모습. 사마리안퍼스코리아 제공

두 번째 강연에 나선 BGEA 국제신속대응팀의 케네스 E. 던랩 목사는 특히 도덕적인 잣대로 심리를 압박해 신앙을 강요하는 방식은 지양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재난 현장에서 흔한 실수는 상대를 섣불리 판단하거나 설교하려 드는 것”이라며 “신념을 포기하라는 것이 아니라, 온유와 존중으로 관계를 형성하고 공감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경청의 구체적 방법으로는 상대를 향해 몸을 기울이고 눈을 맞추며, 충분히 말할 수 있도록 기다리는 태도를 제시했다. 그는 “상대와 논쟁하거나 옳고 그름을 가리기 위해 있는 것이 아니라, 예수님의 사랑을 전하기 위해 그 자리에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며 “우리는 문제 해결자가 아니라, 사람들이 궁극적인 해답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바라보도록 돕는 존재”라고 강조했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사마리안퍼스와 BGEA의 협력 모델도 소개됐다. 프랭클린 그래함 목사가 회장으로 있는 사마리안퍼스와 BGEA는 자매기관으로서 그동안 재난과 분쟁 현장에서 긴밀히 협력하며 긴급 대응 활동을 펼쳐왔다.

사마리안퍼스가 의료·구호 등 물리적 지원을 담당하고, BGEA는 정서적·영적 돌봄을 맡아 통합적인 재난 대응을 수행한다. 특히 사마리안퍼스는 구호 전용 항공기를 자체 운용해 재난 현장 등에 24~72시간 내 신속한 대응이 가능하다. 구호물자 지원뿐 아니라 의사 등 전문 인력을 현지에 파송해 임시 병원을 설치하고 의료 지원에도 나선다. 두 기관의 협력은 단순한 지원을 넘어 현장 맞춤형 영적 돌봄으로 복음의 소망을 전하는 공동 목적으로 연결된다는 설명이다.

홀랜드 부회장이 강연 후 기자들과 만나 BGEA가 사마리안퍼스와 함께 펼쳐온 지난 사역을 소개하고 있다. 사마리안퍼스코리아 제공

홀랜드 부회장은 사역의 초점은 재난의 원인을 분석하거나 정치적 해결을 모색하는 데 있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전쟁이나 재난의 배경을 설명하기보다 그 상황 속에서 고통받는 이들에게 어떻게 위로를 전할 것인가에 집중한다”고 밝혔다.

홀랜드 부회장은 “급변하는 시대 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것은 하나님의 말씀”이라며 “온유함과 존중의 태도로 그 메시지를 전하는 것이 사역의 본질”이라고 밝혔다. 이어 “교회는 하나님 나라의 대사로서 고통받는 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실제적인 도움과 함께 소망을 전하는 공동체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임보혁 기자 bosse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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