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Next]"성장은 했는데 남는 게 없다"…IFRS17 이후 보험의 딜레마
비용 늘고 마진 줄고…보험사 이익 잠식
과당 경쟁의 그림자…건전성 리스크 부상
설계사 조직을 앞세운 법인보험대리점(GA)이 몸집을 키우며 보험시장의 무게중심이 '제조'에서 '유통'으로 이동하고 있는 가운데 새 회계기준(IFRS17) 도입 이후 강화된 수익성 경쟁이 오히려 비용 확대를 부추기는 역설적 구조가 나타나고 있다. 보험사들이 계약서비스마진(CSM)을 늘리기 위해 영업 전략을 재편했으나 그 과정에서 불어난 수수료와 사업비가 이익을 잠식하면서 '팔아도 남지 않는'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1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최근 보험 모집시장은 GA 중심으로 채널 재편이 가속화되고 있다. 인카금융서비스·지에이코리아·한화생명금융서비스 등 연매출 1조원을 넘는 대형 GA가 잇따라 등장하고 설계사 수도 빠르게 증가하면서 GA 채널이 보험산업 내 핵심축으로 자리 잡는 모습이다. 보험GA협회는 "지난해 설계사 수가 늘면서 업계 내 인력 집중과 조직 규모 확대 흐름이 이어졌다"며 "아울러 생명·손해보험 모두에서 신계약 건수·금액 및 수입수수료가 큰 폭으로 증가해 GA 채널의 시장 내 영향력이 지속적으로 강화되고 있다"고 했다.
이 같은 흐름의 출발점에는 IFRS17 도입이 있다. 과거 보험사의 성과 평가는 보험료 규모 등 외형 지표가 중심이었다면 IFRS17 도입 이후에는 미래 이익을 반영하는 CSM이 핵심 지표로 자리 잡았다. 이에 보험사들은 CSM 기여도가 높은 보장성보험 중심으로 영업 전략을 재편했다. 주력 상품의 구조가 복잡해지면서 설명과 유지 관리의 중요성이 커졌고 이는 곧 대면 채널 의존도 상승으로 이어졌다. 결과적으로 IFRS17이 상품 구조뿐 아니라 채널 전략까지 변화시키며 GA의 영향력을 키운 셈이다.

채널 경쟁이 격화하면서 비용 구조도 빠르게 변했다. 보험사들이 신계약 확보를 위해 선지급 수수료를 늘린 영향으로 모집수수료 규모는 2020년 약 10조원에서 지난해 30조원대로 3배 이상 증가했다. 여기에 시책비 등 추가 인센티브까지 더해지며 비용 부담이 확대됐다.
업계에서는 최근 수년간 수수료 증가 폭이 신계약 실적 확대 수준을 웃돌면서 수수료율 자체가 높아졌다고 분석한다. 보험료 내 부가가치 배분 구조에서 판매 채널의 비중이 커졌다는 의미다.
'유통'이 '제조'를 압박하는 이 같은 변화는 보험업계 전반의 CSM 마진율 하락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병건 DB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주요 손보사 9곳 중 현대해상을 제외한 모든 회사의 미래보험료 현가 대비 CSM 지표가 하락하고 있다"며 "이는 최근 보험사 CSM 마진 하락은 유통마진 확대로 인해 제조마진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시장에서 우려했던 경쟁 격화가 마진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보험사들이 비용 통제에 나서고 있지만 판매 채널의 상대적 힘이 커지면서 사업비 관리가 쉽지 않은 상황인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문제는 이러한 구조가 단순한 수익성 저하를 넘어 자본과 건전성 문제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보험사가 확보해야 할 이익이 줄어들 경우 계약에서 발생하는 위험을 충분히 흡수하기 어려울 수 있다. 또 일부 보험사들은 순이익을 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급여력제도(K-ICS·킥스) 비율 관리와 해약환급금준비금 부담 등으로 배당에 제약을 받는 상황이다.
강승건 KB증권 연구원은 "현재 해약환급금준비금의 구조상 신계약 판매 시 사용되는 계약비가 해약환급금 증가 요인에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며 "이와 함께 큰 비용을 들여 얻은 CSM이 유지율 하락 및 계리가정 변경 등으로 누수가 반복되고 있다는 점에서 전략적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진단했다.
금융당국은 과도한 수수료 경쟁이 장기적으로 보험사의 재무 건전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에 관련 제도를 손질하고 있다. 오는 7월부터 초년도에 지급되는 모집수수료가 1년 납입 예정 보험료를 초과하지 못하도록 하는 '1200%룰'이 GA 설계사에도 확대 적용된다. 수수료 외 설계사에게 지급되는 정착지원금과 시책비 등도 모두 포괄해 수수료 한도가 산정될 전망이다.
또 2027년부터는 설계사 수수료를 4년에 걸쳐 나눠 지급하는 분급제가 도입될 예정이다. 이후 2029년부터는 7년 분급이 시행되며 설계사의 급격한 소득감소 방지를 위해 4년 분급 기간에 한시적으로 유지관리 수수료가 추가 지급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이러한 제도 변경은 모두 과당 경쟁을 완화하고 사업비 부담을 줄이는 동시에 소비자 보호와 판매 품질을 강화하려는 목적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이제는 얼마나 많이 파느냐보다 얼마를 남길 수 있느냐가 경쟁력이 되는 국면"이라며 "수수료 규제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사업비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방향의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과당 경쟁으로 인한 사업비 확대가 지속되면 결국 소비자가 부담을 질 수 있다"며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제도 개선과 함께 업계의 자율적인 비용 관리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승형 기자 trus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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