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란 오늘 파키스탄서 종전협상 돌입…호르무즈 뚫릴까

박세환 2026. 4. 11.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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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이란이 2주간의 휴전에 들어간 가운데, 양국이 11일(현지시간) 파키스탄 수도 이슬라마바드에서 첫 종전 협상에 나선다. 호르무즈 해협 긴장으로 전 세계 에너지 시장이 크게 흔들린 이번 전쟁이 중대한 전환점을 맞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다만 협상 테이블이 차려지기도 전에 양측은 공개 발언을 통해 강경한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주도권 싸움에 들어간 모습이다.

JD 밴스 부통령이 이끄는 미국 대표단은 이미 이슬라마바드로 향했지만 구체적인 협상 개시 시각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미국 측 대표단에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 재러드 쿠슈너와 스티브 윗코프 중동 특사 등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란 측에서도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의회의장과 아바스 아라그치 외무장관 등을 중심으로 한 대표단이 이슬라마바드에 도착했다.

양국은 협상 시작 전부터 기선 제압에 공을 들이고 있다. 밴스 부통령은 협상에 대해 낙관적인 기대를 내비치면서도, 동시에 이란을 향해 장난치지 말라는 취지의 경고를 공개적으로 던졌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밴스 부통령의 출국 시점에 맞춰 협상이 성과 없이 끝날 경우 군사 압박을 더 강화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내놓으며 이란을 압박했다.

이에 맞서 갈리바프 의장도 밴스 부통령 전용기가 이륙한 뒤 엑스(X)에 글을 올렸다. 그는 레바논 휴전과 이란 동결자산 해제가 협상 개시의 선결 조건이라고 주장했다. 미국의 2인자가 직접 이슬라마바드까지 왔다 해도 이 같은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협상은 무산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 셈이다. 휴전 기간 안에 합의점을 찾기 쉽지 않다는 전망이 나오는 상황에서, 협상 시작 전부터 최대한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려는 계산이 깔린 발언으로 해석된다.

예정대로 11일 안에 협상이 시작되면 가장 먼저 부딪힐 핵심 의제는 호르무즈 해협 문제다. 양측은 휴전 기간 2주 동안 해협을 개방하기로 했지만, 이란은 하루 통항량을 제한하고 통행료 부과 방안까지 구체화하며 실질적인 통제권을 내려놓지 않으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전쟁을 계기로 이란이 ‘핵무기보다 호르무즈 해협이 더 위력적인 전략 자산’이라는 점을 새삼 확인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미국으로서도 호르무즈 해협 정상화는 물러설 수 없는 과제다. 국제 유가 불안을 억제해야 하는 트럼프 행정부 입장에선 이 문제를 풀지 못할 경우 협상 자체가 실패로 평가될 수 있다. 동시에 미국은 이번 전쟁의 명분으로 내세운 이란 핵위협 문제에서도 분명한 성과를 확보해야 한다. 결국 해협 개방과 함께 이란의 핵무기 보유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는 결과를 끌어내는 것이 미국의 핵심 목표다.

관건은 이란의 고농축 우라늄 처리 문제와 우라늄 농축 권한을 어디까지 허용할 것이냐다. 이란은 핵 개발이 아니라 평화적 이용 목적의 농축 권리는 인정받아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2015년 체결된 이란 핵합의(JCPOA)를 뛰어넘는 결과를 얻어내야만 이번 전쟁을 정치적으로 정당화할 수 있는 처지다. 트럼프 대통령은 1기 행정부 당시인 2018년, 버락 오바마 정부가 체결한 JCPOA에서 일방적으로 탈퇴한 바 있다.

당시 JCPOA는 이란의 우라늄 농축도를 3.67%로 제한하고, 기존의 고농축 우라늄은 러시아 등 해외로 반출하거나 저농축 수준으로 희석하도록 했다. 또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사찰 권한을 부여했고 그 대가로 이란에 대한 제재 완화와 해외 자산 동결 해제가 이뤄지는 구조였다.

하지만 이번 협상을 앞두고 이란이 제시한 요구사항은 미국과의 간극이 상당히 크다. 이란은 ‘대이란 침략의 완전한 중단’ ‘중동 주둔 미군 철수’ ‘대이란 제재의 전면 해제’, ‘우라늄 농축권 인정’, ‘전쟁 피해 배상을 위한 투자 펀드 조성’ 등 10개 항목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이 원하는 호르무즈 해협 개방과 핵개발 차단 중심의 합의와는 거리가 크고, 특히 미군 철수 같은 요구는 미국으로선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분석이 많다.

게다가 이란이 레바논 휴전을 협상 전제 조건으로 내세우고 있는 점을 보면 휴전의 범위와 종전 협상의 의제부터 아직 명확하게 정리되지 않은 상태라고 볼 수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11일 협상이 아예 개시되지 못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10일(현지 시간)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 파키스탄 준군사 조직 병력이 미국과 이란 간 종전 협상을 앞두고 주변을 순찰하고 있다. 2주 간의 휴전에 들어간 미국과 이란은 파키스탄의 중재로 11일 이슬라마바드에서 열리는 대면 협상을 앞두고 있다. 뉴시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협상판이 초반부터 완전히 깨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미국 내 여론이 냉랭한 전쟁을 조기에 정리하고 11월 중간선거 대응에 집중하려는 트럼프 행정부나, 미국과의 담판을 통해 외교적·전략적 입지를 끌어올리려는 이란 정권 모두 협상 자체를 쉽게 걷어차긴 어렵기 때문이다.

결국 이번 협상의 성패는 양국이 짧은 시간 안에 자국민에게 각각 ‘우리가 이겼다’고 설명할 수 있는 절충안을 만들어낼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입장 차가 큰 만큼 단기간 타결보다는 휴전을 연장한 뒤 후속 협상을 이어가는 시나리오도 유력하게 거론된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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