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한 마디면 탈출하는데…왜 38년 옥살이 택했을까

양민경 2026. 4. 11.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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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으로 개종하라'는 말에 '아니오'라 답한 죄로 햇빛조차 보기 힘든 돌탑에 38년간 갇힌 여인이 있다.

18세기 프랑스 칼뱅주의 개신교인 위그노의 대표 인물 중 한 명인 마리 뒤랑(1711∼1776)이다.

이들 가운데는 생후 6개월 딸을 품고 이곳에 들어온 베이와 옥중에서 15세로 성장한 카트린느, 뒤랑의 오빠 탓에 사위가 구속됐다고 믿는 마담 소텔 등 실존 인물뿐 아니라 신앙적 회의를 느끼며 절망을 내비치는 잔느, 위그노를 경멸하는 라퐁 간수 등 허구 인물도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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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야아트미니스트리 20주년 기념공연
창작 뮤지컬 '저항: 찬송이 된 사람들' 프레스콜 현장
뮤지컬 ‘저항: 찬송이 된 사람들’의 한 장면. 신앙의 자유를 위해 갇힌 마리 뒤랑(가운데)이 콩스탕스 탑에 함께 갇힌 위그노 여성들과 저항의 의지를 다지고 있다. 신석현 포토그래퍼

‘가톨릭으로 개종하라’는 말에 ‘아니오’라 답한 죄로 햇빛조차 보기 힘든 돌탑에 38년간 갇힌 여인이 있다. 18세기 프랑스 칼뱅주의 개신교인 위그노의 대표 인물 중 한 명인 마리 뒤랑(1711∼1776)이다. ‘여성 이단자의 감옥’ 콩스탕스 탑에서 뒤랑은 매일 두 차례 개종 제안을 받았다. 포상금 등을 얻기 위해 간수들이 배식 때마다 개종을 시도했기 때문이다. ‘예’라고 답하면 질병과 악취, 추위로 가득한 ‘세상에서 가장 처참한 탑’에서 그 즉시 벗어날 수 있었다. 뒤랑과 그의 곁을 지킨 위그노 여성은 이 솔깃한 제안을 왜 거부했을까.

광야아트미니스트리(대표 김관영) 20주년 기념공연 뮤지컬 ‘저항: 찬송이 된 사람들’은 신앙과 자유를 위해 목숨을 건 뒤랑의 실화를 재조명한 창작 뮤지컬이다. ‘더 북: 성경이 된 사람들’을 잇는 종교개혁 시리즈 2탄으로 제작진의 프랑스 현지 답사를 거쳐 프랑스위그노연구소(대표 조병수 전 합동신학대학원대 총장)와 성원용 유럽 위그노선교연구원 대표 등의 자문을 받아 완성했다.

신앙에 목숨 건 여인들의 ‘레지스테’

뮤지컬 ‘저항: 찬송이 된 사람들’의 한 장면. 프랑스 위그노들이 세간의 눈을 피해 광야에서 예배를 드리는 모습. 우산을 켜고 숨어 예배하다 체포조가 오면 우산을 닫고 해산했던 위그노의 역사가 반영된 장면이다. 신석현 포토그래퍼

김관영 대표는 지난 9일 서울 강남구 광야아트센터에서 열린 프레스콜에서 “2년 전 프랑스 답사를 다녀오며 수도 파리에만 위그노 유적지가 1000여곳이란 걸 알았다. 박해 당시 위그노의 피로 센 강이 피바다가 됐다더라”고 밝혔다. 이어 “뒤랑 생가에서 본 ‘하나님은 찬송을 받으시라’와 콩스탕스 탑에 새겨진 ‘레지스테’(‘저항하라’는 뜻)란 글귀에 깊은 감명을 받았는데 이 두 문구를 아름답고 놀랍게 표현한 작품을 선보이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뮤지컬 ‘저항: 찬송이 된 사람들’의 한 장면. 프랑스 위그노들이 당국과 가톨릭 교회의 탄압에도 신앙을 유지하는 장면. 신석현 포토그래퍼

극은 열아홉 나이에 콩스탕스 탑에 갇힌 뒤랑과 그처럼 신앙 때문에 가족과 자유를 잃은 수감자들의 일상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이들 가운데는 생후 6개월 딸을 품고 이곳에 들어온 베이와 옥중에서 15세로 성장한 카트린느, 뒤랑의 오빠 탓에 사위가 구속됐다고 믿는 마담 소텔 등 실존 인물뿐 아니라 신앙적 회의를 느끼며 절망을 내비치는 잔느, 위그노를 경멸하는 라퐁 간수 등 허구 인물도 등장한다.

타고난 위인 아닌 일상서 투쟁한 뒤랑 그려내

김수경 극작가는 “옥에 갇힌 여성들이 겪었을 심리적 갈등과 육체적 고통, 개종과 타협의 유혹 등을 설득력 있게 그려내는 데 심혈을 기울였다”고 했다. 그러면서 “특히 뒤랑을 영웅 아닌 현대인의 삶과 신앙에 모범을 보여주는 인물로 보여주고자 38년간 울고 웃고 좌절하며 일어서는 ‘성장캐’로 그려내는 데 주안점을 뒀다”고 했다.

뒤랑 역을 맡은 이재경 역시 “믿음의 위인이 아닌 연약한 존재지만 양심에 부끄럽지 않고 자유를 위해 하루하루를 견디는 여인의 모습을 그려낸다는 생각으로 캐릭터에 접근했다”며 “저 역시 일상의 두려움과 유혹 가운데 진리 안에 머무르고자 하는 마음으로 작품에 임했다”고 말했다.

시편 속 신앙고백 녹여낸 넘버

뮤지컬 ‘저항: 찬송이 된 사람들’ 제작진이 9일 서울 강남구 광야아트센터에서 열린 프레스콜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신석현 포토그래퍼

이날 선보인 넘버에는 ‘나의 힘이신 여호와여’ 등 구약성경 시편을 가사로 활용한 곡이 적잖다. 실제 위그노 역시 시편 찬양을 활용해 신앙을 고백하며 모진 핍박을 극복했다. 오루피나 연출가는 “기도와 묵상이 삶인 위그노를 제대로 표현하기 위해선 극적이고 과도한 표현보다는 이들의 일상인 시편을 편안하게 녹여내는 게 관건이라고 봤다”며 “이들 곡이 작품을 넘어 실제 예배 현장에서도 잘 활용되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했다. 공연 후 관객과 함께 합창하는 커튼콜 곡 가사에도 시편 본문이 담겼다.

뮤지컬 ‘저항: 찬송이 된 사람들’의 한 장면. 57세의 나이에 출소하는 마리 뒤랑이 옥문을 앞에 두고 찬송하고 있다. 신석현 포토그래퍼

탑 속 감옥을 상징하는 거대한 문과 높은 벽 위주의 무대도 인상적이다. 또 360도 회전 무대를 설치해 탑 외부의 상황과 과거 회상 등의 장면도 효과적으로 연출했다. 10일 관객과 처음 만난 작품은 종교개혁일인 오는 10월 31일까지 광야아트센터에서 이어진다. 윤성인 광야아트미니스트리 부대표는 “전작을 넘어서는 수작”이라며 “열화와 같은 성원을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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