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 조현병이야?” 파혼 당했다…술 취해 죽은 예비신부 비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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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들은 왜 쓸쓸한 결말을 맞았을까요. 유품정리사 김새별 작가가 삶과 죽음에 대해 묻습니다. 중앙일보 유료구독 서비스 더중앙플러스가
‘어느 유품정리사의 기록’(https://www.joongang.co.kr/plus/series/130)을 소개합니다. 더 자세한 내용은 구독 후 보실 수 있습니다.
」
창문 밖으론 파란 하늘과 그보다 더 짙은 바다가 한눈에 내려다보였다.
파도가 부서져 하얀 물거품으로 사라지는 해변까지 다 품은 절경의 ‘오션뷰’.
그 풍경의 ‘조망 값’만 따진다면 수십억은 될 것 같았지만 그냥 시골 해안가의 원룸형 아파트였다.
숨이 턱 멎게 탁 트인 풍광에 넋이 빠져 한참을 바라보다가 집 안으로 들어가니 숨이 턱 막혔다.
10평도 되지 않을 공간엔 발 디딜 틈도 없었다.
들여와서 조립을 했나 싶을 만큼 온갖 잡동사니 가구들이 가득했고 물건들로 빼곡하게 채워져 있었다.
그 좁은 방 안에 필요도 없어 보이는 선반과 수납장이 여럿이었다.
식탁이 있는가 하면 좌식 테이블도 있었다.
혼자 살던 노인의 거처다.
“직접 산 거 같진 않아 보이네? 나눔으로 받았거나 버린 걸 주워오셨나봐.”
“혼자 살면서 밥상이 대체 몇 개야.”
2인용, 4인용…. 접이식 테이블이 차곡차곡 접혀 10개는 돼 보였다.
아무도 찾지 않을 노인의 거처엔 아무리 와도 펼쳐줄 밥상이 넉넉했다.
3단 선반 위엔 2단 선반을 얹어놓았고, 그 옆에 5단 선반을 딱 붙여 세웠다.
심지어 침대 위에도 2단 선반을 올려뒀다.
각종 선반을 테트리스 하듯 빼곡하게 세우고 빈틈에 꽂아놨다.
사실 오늘의 유품 정리는 이 가족의 두 번째 의뢰다.
다른 도시에서 4년 전 노인의 딸이 숨졌다.
오래전 일이지만 난 그 현장을 정확하게 기억한다.
지금도 생생한 그 기억이 내 머릿속에서 지어낸 거짓말 같기도 할 정도다.
당시 30대 여성의 고독사.
좁은 집 안에서 그 시신과 몇 날 며칠을 함께 보낸 청년.

남동생은 조현병이었다.
어느 날 갑자기 심각한 수준까지 병세가 깊어졌다.
부모는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
누이가 가장 노릇을 했다.
함께 살면서 동생을 돌보고 살림에 돈까지 벌어야 했다.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자 마음의 짐은 더 무거워졌다.
하지만 그녀에겐 가족으로부터의 유일한 탈출구.
결혼 날짜까지 잡아두고 신랑 될 사람과 먼저 신혼집을 꾸렸다.
연애할 땐 큰 문제가 되지 않았는데, 집을 나와 예비 신랑과 함께 살다 보니 이런저런 문제가 터진 모양이다.
숨기고 싶어 숨긴 건 아니었는데 가족의 병력을 알게 된 예비 시댁은 가차 없었다.
파혼.
쫓겨나다시피 신혼집을 나왔다.
그렇게 다시 돌아간 집엔 가망 없는 동생이 모든 미래를 걸어잠그고 있었다.
동생의 증세는 갈수록 심해졌다.
“한여름에도 롱패딩만 입고 다녔어.
눈만 마주치면 난리를 쳐서 집집마다 애들 단속하고….”
당시 특수청소 때 이웃들이 했던 이야기다.
“그 청년 누나가 안됐어.
시집간 줄 알았는데 쫓겨난 뒤론,
그 착실하던 처녀가 술에 취해 다니고….”
결혼에 실패한 뒤론 자포자기에 빠졌는지 술에 빠졌던 모양이다.
동네 공원을 서성대다가 이웃의 신고로 경찰이 집을 찾아주기도 했다고 한다.
술에 취해 자기 집까지 잊었던 건지.
정말로 자신이 돌아갈 집, 맞아줄 집이 어딘지 알 수 없는 절망감에 빠졌던 건지.
그렇게 엉망진창인 삶은 오래 못 갔다.
자살은 아니었는데 그녀는 집에서 숨을 거뒀다.
(계속)
끔찍했던 건 동생이었다.
부패한 누나의 시신 옆에서 나흘 간의 기괴한 동거. 동생은 무엇을 하고 있었던 걸까.
그리고 4년 뒤 아버지는 왜 10개의 밥상을 쌓아뒀을까. ‘오션뷰 원룸’의 불편한 진실, 아래 링크에서 확인할 수 있다.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416378
■ ‘어느 유품정리사의 기록’ 또 다른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 명문대 아들, 원룸서 죽자…매일밤 계단서 구더기 주운 아빠
노인의 아들은 마흔이 넘어 아버지의 원룸에서 홀로 죽었다. 아버진 아들을 잃고 매일밤 계단에 쪼그려 앉아 맨손으로 구더기를 치웠다. 속죄인지, 형벌인지 알 수 없는 그 일을 스스로 끝없이 반복했다. 명문대 나온 아들이 15년간 매달린 꿈. 그리고 그 지옥에 함께 떨어진 아버지의 이야기.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60088
화장실 천장 보고 놀랐다…금수저 여대생의 '잔혹한 불효'
조카의 유품 정리를 의뢰한 이모의 전화를 받았다. ‘원룸’이라고 설명 들었지만, 흔한 오피스텔은 아니었다. 살림살이는 아주 세련됐고, 주방가구는 최신식 옵션이었다. 화장실도 고급이었다. 영화에서나 보던 독립형 욕조. 그리고 고개를 들어 환풍기를 본 순간 온몸엔 소름이 돋았다. 금수저 20대 여성에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90450
성실했던 60대 돌싱남 죽음…동거녀, 물건 다 쓸어간 이유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418186
옥탑방서 30대 아들 죽었다…“돼지우리” 혼잣말 그 엄마 정체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414389
엄마 죽자 “물건 다 버려주세요”…아들은 오지도 않고 집 팔았다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412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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