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료 카드로 낼 거면 해지하라고?”…천차만별 방침에 혼란

오효정 2026. 4. 11.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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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운전자보험에 가입한A(37)씨는 최근 담당 설계사로부터 “보험료를 카드로 낼 거라면 해지하고 다른 데 가서 가입하라”는 연락을 받았다. A씨에게 보험을 가입시킨 설계사는 카드 납부가 가능하다고 했지만, 해당 설계사가 이직한 뒤 담당 설계사가 바뀌자 방침이 달라진 것이다. 매월 설계사가 직접 카드 결제 정보를 입력하는 것이 번거롭다는 것이 주된 이유였다. A씨는 “보험료 할인 혜택을 받기 위해 카드도 새로 만들었는데, 갑자기 계좌 자동이체 아니면 보험을 해지하라고 하니 황당했다”고 말했다.

보험료 카드 결제를 두고 소비자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보험사마다 카드납 방침이 다른 데다, GA대리점(여러 보험사의 상품을 판매하는 대리점)에선 카드납을 기피하는 경우가 특히 많아서다.

김영희 디자이너


1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손해보험업계의 신용카드납 지수는 27.4%로 전 분기보다 2.4%포인트 낮아졌다. 장기 상품이 많은 생명보험업계에선 4.4%에 그쳤다. 해당 지수가 공개된 2018년에는 손보·생보 지수(4분기 기준)가 각각 25.6%·3.1%로, 8년째 별다른 진전이 없다.

현행 보험업감독규정에 따르면 보험료는 현금수납이 원칙이라, 현재로썬 보험사와 카드사 간 자율 계약에 따라 개별적으로 카드납 방침이 정해지고 있다. 보험사 입장에선 카드 가맹점이 되면 2%가량 카드 수수료를 내야 해, 카드납 활성화를 꺼리는 상황이다. 납입 기간이 긴 장기 보험보다는 일시불 성격이 강한 자동차보험·여행자보험 등에 한정되는 이유다.

카드납 방법도 보험사마다 천차만별이다. 특정 카드사 결제만 가능하거나, 카드 자동이체 등록이 안 돼 매월 소비자가 홈페이지나 애플리케이션(앱)에 접속해 결제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GA대리점을 통해 보험에 가입했다면 카드납은 더 어려워진다. 보험사가 GA대리점에 카드수수료를 전가하는 사례가 더러 있는데, 이때 개별 설계사가 수수료 부담을 떠안다 보니 카드 결제를 더욱 꺼리게 되는 구조다. 설계사가 매월 결제 정보를 수기로 입력하는 걸 잊으면서, 보험료 미납 알림이 뒤늦게 소비자에게 전해지는 사례도 적지 않다.

국회에선 2012년부터 카드납 의무화 법안이 꾸준히 발의되고 있지만, 보험사와 카드사 사이 합의점을 도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보험업계에선 보험료에 한해 카드 수수료를 낮춰달라는 요구가 나오지만, 수익성 방어에 이미 어려움을 겪는 카드업계는 이를 받아들이기 어렵다. 이런 가운데 카드사들이 보험료 할인을 내세운 신상품을 속속 내놓으면서, 소비자 혼란만 커지고 있다.

전문가는 카드납 의무화 여부 자체보다는 소비자 권익을 우선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본다. 장영진 국회입법조사처 조사관은 “보험사 가맹점 수수료 인하 여력이 크지 않아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해 결국 부담이 소비자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카드납 의무화로 보험료가 인상되면, 현금 납부 소비자와의 형평성 문제도 제기될 수 있다.

장기 저축성 보험에도 카드납이 의무화되는 경우엔 ‘카드 결제로 저축이 가능한’ 상황도 발생한다. 현행 여신전문금융업법이 예·적금 등 다른 저축상품에 대해 카드 결제를 금지하고 있는 것과 배치되는 대목이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카드납 법제화보다는 현행 자율 계약 체계로 두되, 보험사별 카드 납입제도 운용 현황 등 정보를 소비자가 알기 쉽게 투명하게 제공하는 것이 현재로써는 합리적인 방향”이라고 말했다.

오효정 기자 oh.hyo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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