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내 지갑 덮칠라”…공포가 부른 500쪽 ‘중동 벽돌책’ 역주행

중동 사태가 유가 상승 등 ‘내 지갑’을 위협하는 현상으로 이어지면서 서점가에서 뜻밖의 풍경이 펼쳐지고 있다. 두께만 500쪽에 달하는 묵직한 중동 학술서가 대중 교양서를 제치고 매대 위를 차지한 것이다.
10일 출판업계에 따르면 지난 1월 30일 출간된 인남식 국립외교원 교수의 저서 『현대 중동의 이해』는 발간 2개월여만에 4쇄를 찍었다. 초판 500부에 이어 500부, 700부, 최근 1000부를 추가로 찍어내며 누적 2700부를 돌파했다. 대중서가 아닌 496쪽 분량의 전문 학술서가 단기간에 4쇄를 달성하는 일은 흔치 않다는 게 출판계의 반응이다.
판매 순위도 눈에 띈다. 이 책은 교보문고 ‘역사·문화’ 주간 베스트셀러 부문에서 최고 4위(6일 기준)에 오르는 등 꾸준히 10위권 안에 들고 있다.『한번 시작하면 잠들 수 없는 세계사』 등 쉽고 가벼운 교양서들이 포진한 순위권에서 ‘벽돌 책’이 선전하고 있는 것이다.

저자인 인 교수는 국가안보실과 국방부 정책자문위원 등을 지낸 대표적인 중동 문제 권위자다. 이 책은 그가 지난 20년간 외교관 등을 상대로 한 강연과 연구를 엮은 개론서로, 중동 내부의 관점에서 지역 내 생존 전략과 지정학적 메커니즘을 분석했다.
이런 판매 호조는 최근 중동 정세 불안이 초래한 경제적 파장과 무관치 않다. 물류 대란 우려와 유가 폭등이 국내 경제 지표에 즉각 반영되는 상황이 이어지면서 관련 지식을 습득하려는 독자층이 넓어진 셈이다. 인 교수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전쟁 특수 같아서 죄송한 마음이다”며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그가 내놓은 향후 위기 진단은 엄중하다. 인 교수는 지난 9일 외교부 주최 전문가 간담회에 참석해 중동 사태 전개 방향을 짚었다. 지난 8일(현지시간)부터 발표된 ‘2주 휴전’ 상황에 대해 그는 “미국과 이란 모두 휴전 필요성엔 일치하지만, 이스라엘 변수 등으로 인해 안정적으로 유지할 동력이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또 호르무즈해협에 대해선 “전쟁 이전 상태로 돌아갈 수 없는 분수령을 지났다”며 “오만 등 주변 걸프 국가들이 참여해 통행료를 받는 새로운 규범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미국도 협상을 시작하는 만큼 우리도 이란과 본격적으로 협상해야 할 때”라며 “우선 호르무즈해협에 있는 우리 선박 26척이 빨리 나오게 하는 게 중요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중동의 새 규범이 만들어지는 데 우리도 관여하면서 치열한 외교를 해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윤지원 기자 yoon.jiwo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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