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을 이해하려는 로봇 장의사… 연극 ‘뼈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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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이 인간 대신 궂은 일을 하는 범위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국내 인기 과학소설(SF) 작가 천선란의 '뼈의 기록'은 바로 지하 영안실에서 시신을 염하는 안드로이드 로봇 장의사 로비스의 시선을 통해 인간의 삶과 죽음을 조명한 작품이다.
천 작가는 "'천 개의 파랑' 이후 독자들로부터 '로봇이 인간과 감정을 공유하는 대상이 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자주 받았는데, (나는) 로봇이 인간을 위로해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뼈의 기록'의 주제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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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 이야기는 인간 투영하는 거울”

로봇이 인간 대신 궂은 일을 하는 범위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미래가 되면 대표적인 기피 업종의 하나인 장의사까지 로봇이 할지 모른다. 국내 인기 과학소설(SF) 작가 천선란의 ‘뼈의 기록’은 바로 지하 영안실에서 시신을 염하는 안드로이드 로봇 장의사 로비스의 시선을 통해 인간의 삶과 죽음을 조명한 작품이다. 2022년 독서 플랫폼 ‘밀리의 서재’에서 공개돼 호평받은 후 지난해 출간된 단편 소설집 ‘모우어’에 수록됐다.
로비스는 고독사한 노인, 스스로 생을 마감한 무용수, 갑작스러운 사고로 죽음을 맞이한 소년 등 다양한 인간들의 마지막 순간을 배웅한다. 죽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로비스는 유가족의 표정, 남겨진 유서 그리고 뼈의 굴곡처럼 망자의 몸에 남은 흔적을 통해 죽음이 무엇인지 답을 찾고자 끊임없이 질문한다. 그의 질문에 답하는 인물이 장례식장의 늙은 청소부 모미. 로비스는 모미와 대화하며 죽음, 아름다움 그리고 ‘마음이 하는 일’이라는 인간의 사유를 학습한다.
시간이 흘러 로비스는 세상을 뜬 모미를 염해 화장해야 한다. 하지만 모미가 어릴 적 화상을 입은 트라우마로 불을 무서워하고 뜨거운 것을 싫어했던 사실을 아는 로비스는 고민에 빠진다. 결국 로비스는 모미의 생전 바람을 이뤄 주려고 노력한다.
소설 ‘뼈의 기록’이 올해 연극으로 만들어졌다. 앞서 천 작가의 ‘천 개의 파랑’과 ‘밤에 찾아오는 구원자’를 연극 무대로 옮겼던 장한새 연출가가 세 번째 협업에 나섰다. 로비스 역에는 무대와 매체를 넘나들며 연기력을 뽐내온 강기둥 장석환 이현우가 트리플캐스팅 됐고, 모미와 영안실을 찾는 다양한 인물들은 깊이 있는 표현력을 가진 정운선 강해진이 더블캐스팅 됐다.

지난 4일 개막한 연극 ‘뼈의 기록’(사진)은 원작을 따르되 배경을 구체화하는 한편 화자의 시점을 바꿨다. 장 연출가는 2085년이라는 시간적 배경을 추가하고 폐행성이 된 지구를 한층 차가운 세상으로 표현했다. 이와 함께 전지적 시점의 원작을 로비스의 1인칭 관찰자 시점으로 바꿔 관객들이 로비스의 대사를 통해 이야기를 따라가도록 했다.
천 작가는 지난 8일 예술의전당에서 가진 라운드 인터뷰에서 “SF는 결국 ‘인간은 무엇인가’라는 철학과 닿아 있다고 생각한다. 로봇 이야기는 인간을 투영하는 거울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중학생 때 영화 ‘트랜스포머’ 시리즈를 보고 로봇을 좋아하게 됐다는 천 작가는 ‘천 개의 파랑’ ‘랑과 나의 사막’과 함께 ‘뼈의 기록’으로 로봇 3부작을 완성했다. 이 가운데 ‘천개의 파랑’은 2024년 국내에서 연극과 뮤지컬로 나란히 선보인 데 이어 지난해 미국 워너브라더스와 영화화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천 작가는 “‘천 개의 파랑’ 이후 독자들로부터 ‘로봇이 인간과 감정을 공유하는 대상이 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자주 받았는데, (나는) 로봇이 인간을 위로해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뼈의 기록’의 주제를 설명했다.
천 작가는 연극 무대에 오른 ‘뼈의 기록’을 어떻게 관람했을까. 그는 “로봇을 배우가 연기하기 때문에 목소리 톤이나 눈빛에서 로비스가 인간적으로 느껴질까 봐 우려했다. 하지만 연극을 보니 걱정이 기우였을 정도로 (배우가) 차가운 시선의 로봇을 잘 표현했다”고 말했다.
예술의전당과 할리퀸크리에이션즈가 공동 제작한 ‘뼈의 기록’은 다음 달 10일까지 이어진다.
장지영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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