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스피스 찾아가 발 씻기는 사람들…30년째 죽음과의 동행
교회 현장서 확산되는 ‘마지막 동행’
“교회, 죽음 앞에서 신앙의 태도 회복해야”

서울 송파구에 있는 주님의교회(김화수 목사)는 30년 넘게 호스피스 사역을 이어오고 있다. 1988년 교회 설립 5년 뒤 시작된 호스피스부는 지금까지 700명 이상의 봉사자를 양성했다. 교인 3500명 가운데 20% 이상이 호스피스 교육을 수료할 만큼 교회 전반에 죽음 돌봄 문화가 뿌리내렸다.
현재는 전국 30여 개 병원과 복지기관을 섬기고 있으며, 5개 호스피스 시설을 정기 후원한다. 봉사자들은 매주 7개 호스피스 기관을 방문해 환자들의 발을 씻기고 마사지하며 이미용 봉사와 음식 섬김을 이어가고, 암 환우를 위한 털모자 뜨기 등으로 임종의 시간을 함께한다. 교회는 교인과 교역자를 위한 호스피스 교육비 지원도 지속하고 있다. 담당 사역자 배윤환 목사는 “교회 성장보다 사회를 향한 봉사가 우선이라는 원칙 속에서 시작된 사역”이라며 “죽음 앞에서 교회가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하는지를 오랜 시간에 걸쳐 체득해왔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사례는 10일 사회복지법인 각당복지재단(이사장 라제건)이 서울 종로구 각당복지재단 신관에서 개최한 ‘교회와 죽음 교육’ 세미나에서 소개됐다. 이번 행사는 각당복지재단이 사회와 교회의 죽음 교육을 위해 설립한 ‘삶과죽음을생각하는회’ 창립 35주년을 기념해 마련됐다.
인천 부평구 동수감리교회(주학선 목사)는 시니어 성도를 대상으로 ‘행.삶.아.이(행복한 삶, 아름다운 이별)’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노년층의 신앙적 죽음 준비를 돕고 있다. 교육은 2023년 교회 내 장례가 급증하며 웰다잉 교육의 필요성이 제기되며 시작됐다. 프로그램은 6주 과정으로 죽음 인식 개선과 신앙적 토대 형성을 돕는 강의에 더해 악기 합주, 포크댄스, 어린 시절 놀이 체험 등 공동체 활동을 결합했다.

참여자들은 자서전 작성과 유언장 쓰기, 석고 손 만들기 등을 통해 삶을 돌아봤고, 수료식에서는 가족을 초청해 감사예배와 웰다잉 연극을 함께했다. 고혜리 사모는 “한 권사는 10년 넘게 말하지 못했던 사별의 아픔을 내려놓고 평안을 얻었다고 했고, 또 다른 참여자는 남은 삶의 목적을 다시 발견했다고 전했다”며 “실제로 교육 이후 장례위원회가 활성화되고, 시니어 성도들의 자발적 봉사 참여도 늘어났다”고 말했다.
중장년층 대상 교육도 이어지고 있다. 인천 주안중앙교회(박응순 목사)는 3년 전부터 8주 및 4주 과정의 웰다잉 교육을 통해 삶의 유한성을 인식하고 관계 회복과 의미 재정립을 돕는다. 참가자들은 신앙 그래프 작성과 삶의 회고, 사전연명의료의향서와 유언장 쓰기를 통해 자기 성찰의 시간을 가졌고, 데스클리닝 플리마켓을 통해 소유를 나누는 경험도 했다. 금위연 전도사는 “죽음 교육은 단순한 죽음 준비가 아니라 남은 삶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를 고민하는 과정”이라며 “시니어에 국한하는 것이 아니라 전 세대가 함께 배우는 생명 존중 문화로 확장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오혜련 각당복지재단 회장은 재단과 대학이 함께한 기독교 웰다잉 교육 사례를 소개했다. 재단은 1990년대 초 인식 개선 운동을 시작으로 2002년 죽음 교육 지도자 과정과 전문 강사 양성과정을 개설했다. 이후 노인복지 중심의 강사 파견을 확대했으며, 2023년부터 교육 대상과 내용을 전문화하고 있다.
특히 신학대학과의 협력을 통해 교회 현장으로의 확산을 시도하고 있다. 감리교신학대학교는 2018년 협약 이후 2021~2023년 교양 과정에 죽음 교육을 도입했고, 서울신학대학교는 2024년부터 신대원과 최고위 과정에서 관련 교육을 운영 중이다. 대전성서신학원도 2025년부터 지도자 과정을 개설했다. 오 회장은 “초고령사회로 접어들며 교회의 죽음 교육은 시대적 요청으로, 신학적 성찰과 실천을 통합하고, 올바른 기독교적 내세관을 세우는 교육이 필요하다”며 “목회자를 대상으로 한 교육이 평신도에게까지 확산되는 파급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죽음 교육의 신학적·사회적 배경과 실천 방향에 대한 논의도 이어졌다. 조성돈 실천신학대학원대 목회사회학 교수는 ‘교회와 죽음 교육, 어려움의 배경과 맥락’ 발제를 통해 “과거 한국교회는 ‘예수 천국 불신 지옥’이라는 강한 내세 신앙 속에서 죽음을 일상적으로 준비하는 문화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산업화 이후 ‘성공·효율·속도’ 중심 가치와 긍정적 사고를 강조하는 신학이 교회에 자리 잡으면서 죽음과 고통을 회피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고 진단했다. 또한 과학과 의학의 발달로 죽음이 ‘신의 영역’에서 ‘통제 가능한 대상’으로 인식되면서 현대인은 죽음 이후보다 ‘죽어가는 과정’을 더 두려워하게 됐다고 분석했다. 조 교수는 “교회가 죽음을 외면하는 것은 시대적 직무유기”라며 “신앙 전통과 신학적 언어 안에서 죽음을 직면하고 묵상하도록 돕는 역할을 회복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강진구 고신대 국제문화선교학 교수는 ‘실천을 위한 방향과 과제’ 발제에서 “전통적으로 교회의 죽음 교육은 설교와 장례위원회를 중심으로 이뤄졌지만 최근 그 기능이 약화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호스피스 교육, 장기기증 안내, 웰다잉 프로그램 등 새로운 형태의 죽음 교육이 등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강 교수는 “죽음 교육은 십자가와 부활 신앙을 삶에 적용하는 통로”라며 “교회가 품격 있는 죽음의 모델을 제시할 때 사회적 신뢰 회복과 선교적 접점이 마련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십자가·부활 중심 신앙에 기초한 교육 ▲인식 개선과 상담적 접근 ▲성경적 장례문화 정립 등을 과제로 제시했다.

각당복지재단은 1986년 라익진 김옥라 내외가 설립했다. 이후 김옥라 박사는 남편의 죽음을 계기로 1991년 ‘삶과죽음을생각하는회’를 창립해 죽음학과 호스피스, 웰다잉, 애도상담 등 다양한 교육을 통해 사회와 교회의 인식 변화를 이끌어왔다. 라제건 이사장은 개회사에서 “죽음 교육을 교회와 대학으로 확산해 신앙이 삶의 현실에 뿌리내리도록 돕겠다”며 “이번 세미나가 그 필요성을 확인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글·사진= 김수연 기자 pro111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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