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드 네거리 활보하는 ‘늑구’…알고보니 AI 사진이었다

김방현 2026. 4. 10. 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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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오월드에서 탈출한 늑대 '늑구' 수색이 사흘째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AI합성으로 추정되는 사진이 등장하고 오인·허위 신고까지 잇따르면서 수색에 방해가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오월드 늑대 탈출 초기 소방당국에 제보된 사진(왼쪽)과 중앙일보 취재기자가 찍은 현장 사진(오른쪽). 소방당국에 제보된 사진은 합성 이미지로 추정된다. 우선 교차로 직진 화살표 앞 실선이 실제 사진에서는 한 줄인 반면 제보된 힙성 사진에는 두 줄이 있다. 또 화살표 선명도도 양쪽 사진이 다르다. 합성 사진에는 우회전 화살표 옆에 좌측을 향하는 선이 하나 더 있다. 차선멀리 보이는 교회 십자가 선명도와 모양도 다르며, 이정표 외곽 선에도 차이가 난다. 김성태 객원기자


10일 대전시와 소방 당국 등에 따르면 늑구는 지난 9일 오전 1시30분쯤 오월드 인근에서 포착된 뒤 현재까지 발견되지 않았다. 수색 당국은 이날 고해상도 열화상 카메라가 부착된 드론을 투입해 현장 수색에 나섰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늑구는 지난 8일 오전 9시15분쯤 오월드 우리 철조망 아래에 땅을 판뒤 탈출했다.

또 소방·경찰·군 그리고 전문가가 보문산 전역에 구역을 나눠 수색 중이다. 귀소 본능이 있는 늑대 특성을 이용해 오월드 주변에 음식을 넣은 유인 장치도 5개 배치했다. 경찰 70여명은 치유의숲과 무수동 등 주변에 투입됐다. 당국은 늑구가 탈출 전 닭 2마리를 먹었으나 기력이 떨어져 움직임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대전 오월드(동물원)에서 늑대 한 마리가 탈출한 가운데 현장에 출동한 119 소방대원들이 열화상 카메라가 탑재된 드론을 활용해 늑대의 위치를 수색하고 있다. 지난 8일 탈출한 늑대는 2024년에 태어난 생후 2년 된 수컷으로 무게는 약 30kg이며, 사파리에서 땅을 파고 탈출했다. 김성태 객원기자


"늑구 도로 활보 사진은 딥페이크"


이런 가운데 일부 늑구 사진을 놓고 AI 조작 의혹이 불거졌다. 소방 당국은 10일 “지난 8일 제공한 ‘오월드 탈출 늑대 사진’은 AI를 활용해 만든 합성 사진으로 의심된다”며 “해당 사진을 삭제해 달라”고 밝혔다.

앞서 소방 당국은 지난 8일 시민 제보 사진이라며 현장 브리핑에서도 사용했다. 또 언론사와 대전시에 배포했다. 대전시는 이 사진을 근거로 ‘오월드에서 탈출한 늑대는 오월드 네거리 쪽으로 나간 것으로 확인됐으니 인근 시민분들은 안전에 유의 바란다’는 재난 문자를 시민에게 보냈다. 결과적으로 산성동 일대 주민의 불안감이 커지고 산성초등학교가 하루 휴교까지 하는데 이 사진이 영향을 줬다. 소방당국 관계자는 "합성 사진 배경이 산성동인 만큼 인근 주민이 더 놀랐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해당 사진은 지난 8일 오전 11시30분쯤 대전 중구 사정동 오월드 네거리에서 늑구가 오월드 방향으로 가는 장면이었다. 그런데 실제 해당 시간대 인근 폐쇄회로( CC)TV에서는 늑구가 발견되지 않았다. 또 이 시간에 오월드 네거리에서 늑구를 봤다는 사람도 나타나지 않았다. 이에 실제 사진 여부를 놓고 의문이 제기됐다.

대전 중구 오월드에서 탈출한 늑대 ‘늑구’의 행방이 사흘째 묘연하다. 오월드 주변 야산에 늑대를 생포하기위해 포획틀이 설치돼 있다. 김성태 객원기자


이에 대해 대전소방본부측은 “늑대가 걸어가는 도로 모습이 실제 현장과 다르고 간판 글씨가 부자연스럽다”고 했다. 또 중앙일보 취재 결과 사진 속에 등장하는 오월드 네거리 교차로 직진 화살표 앞 실선이 취재 사진에서는 한 줄인 반면, 제보된 힙성 사진에는 두 줄이 있다. 또 화살표 선명도도 양쪽 사진이 다르다. 합성 사진에는 우회전 화살표 옆에 좌측을 향하는 선이 하나 더 있다. 차선 멀리 보이는 교회 십자가 선명도와 모양도 두 사진이 다르며, 이정표 외곽 선에도 차이가 난다.

해당 사진은 처음 소셜미디어에 올라오면서 유통된 것으로 알려졌다. 대전소방본부 상황실에 파견된 한 공무원이 “시중에 이런 사진이 돌고 있는데 탈출한 늑대가 맞느냐”고 상황실 직원에 물었고, 대전소방본부는 동물원에 문의한 뒤 배포했다고 한다. 대전소방본부 관계자는 “사진을 동물원 직원에게 보여줬더니 ‘탈출한 늑대가 맞는 것 같다’고 했다”며 “당시는 다급한 상황이라 추가로 확인하지 못했다”고 했다.

문창용 대전시 환경국장이 지난 8일 오월드 앞에서 늑구 포획 상황을 브리핑하고 있다. 차량에 설치된 브리핑 화면에는 AI합성 사진이 등장한다. 김성태 객원기자


오인신고도 잇따라


이와 함께 실제로 늑구 탈출 사실이 알려진 지난 8일 오전부터 온라인에는 늑대가 동물원 사육장 울타리를 뛰어넘는 CCTV 화면 등 생성형 인공지능(AI)으로 만든 것으로 추정되는 이미지들이 빠르게 퍼졌다.

오인·허위신고도 잇따르고 있다고 한다. 경찰에 따르면 10일 오전 8시까지 접수된 늑구 관련 112 신고는 총 45건이다. 소방 당국에도 이날까지 단순 문의를 제외하고 총 26건 신고가 접수된 상황이다. 이 가운데 개를 늑대로 오인하거나 어린 학생들이 SNS(소셜미디어)상 유통되는 사진을 캡처해 신고하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자녀를 둔 학부모가 불안한 마음에 포획 상황을 문의하는 전화도 포함됐다.

대전 중구 사정동 오월드에서 늑대 1마리가 탈출해 인근 초등학교에서 목격 신고가 접수된 가운데 중구 침산동 뿌리공원에서 소방대원이 늑대가 숨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야산을 드론으로 수색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9일 충북 청주에서도 늑대를 봤다는 신고가 접수돼 경찰과 소방당국이 1시간 넘게 수색했지만, 다수의 고라니만 발견한 뒤 철수했다. 대전 오월드와 청주 현도면은 직선거리로 20여㎞ 떨어져 있다. 소방 당국은 "정확한 확인 차원에서 제보가 들어오면 수의사 등 전문가와 함께 출동하고 있다"라며 "합성 사진 유포나 정확하지 않은 신고가 수색에 방해를 불러올 수 있다"고 말했다.

대전=김방현 기자 kim.ba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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