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금통위' 마친 이창용 "환율 1500원, 위기 프레임에서 벗어나야"

류승연 2026. 4. 10.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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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년·2008년 위기랑 달라, 숫자보다 '달러 인덱스' 봐야"... 신현송 '진짜 전문가' 치켜세우며 "외화 자산 논란 과도"

[류승연 기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0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 후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6.4.10
ⓒ 연합뉴스
"환율 1200원, 1500원 같은 '레벨'을 과거와 비교하는 데서 이제는 벗어나야 한다. 달러 인덱스에 비해 얼만큼 절상, 절하됐는지로 판단해야 거시경제 정책적으로 의미가 있다."

지난 4년 동안 한국 거시 경제의 한 축이었던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곧 한국은행을 떠난다. 오는 20일 퇴임하는 이 총재는 10일 오전 마지막으로 주재한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에서 금리 동결을 결정한 뒤 취재진과 만나, 최근 1500원 선을 위협하는 고환율 상황에 대한 '인식의 전환'을 강조했다.

이 총재의 취임 초 1200원대였던 원-달러 환율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12·3 비상계엄 사태, 최근 중동 전쟁을 거치며 300원가량 급등했다.

"달러 인덱스보다 빠른 원화 약세가 진짜 문제"

하지만 이 총재의 진단은 오히려 덤덤했다. 그는 "(환율이) 1200원에서 1400원이 됐으니까 '우리나라에 갑자기 무슨 문제가 생긴 것 아니야'라는 인식을 더 이상 하면 안 된다"라는 것이다. 이 총재는 "(취임 초) 환율이 1250원이었고 작년 중반까지만 해도 1400원이었다. 그건 우리 문제가 아니라 미국이 자이언트 스텝(금리 0.75%p 인상) 등 금리를 워낙 빠르게 올려서 원화가 다른 나라 통화와 같이 절하가 됐기 때문"이라며 "DXY(달러 인덱스)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달러 인덱스란 전 세계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의 가치를 매긴 지수다. 달러 강세로 전 세계 돈이 몰리면 원화 가치가 약해져 환율이 오르듯, 달러 인덱스 역시 같이 오른다. 결국 고환율이 우리 내부 결함이 아닌 강달러 현상 때문이라면 환율 수준에 과도하게 대응하거나 반응하기 보다 객관적으로 흐름을 지켜봐야 한다는 뜻이다.

다만 이 총재는 "작년 연말에는 달러 인덱스보다 훨씬 더 (환율이) 빨리 움직인 부분, 최근 들어 중동 사태 이후 아시아권 특히 한국, 일본이 취약하다고 해 더 많이 움직인 부분 등 정책적으로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소신을 밝혔다.

이 총재는 한국 사회가 고령화로 생산성이 떨어지는 만큼 원화 가치가 앞으로도 자연스레 약해질 것이라는 일각의 우려에는 "이론적으로 꼭 그렇다고 동의하기는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대표적인 사례로 언급되는 일본의 경우, 인구 고령화보다 '아베노믹스' 정책이 저금리의 직접적인 원인이었다는 판단이다.

오히려 그는 현 상황을 "수급 요인을 볼 때는 지난해와 달리 이란 전쟁만 없으면 상당한 정도 안정될 수 있는 모멘트"로 분석하며 "97년 외환위기, 2008년 금융 위기와 비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낙관했다.

"환율 안정 상태에서 일 넘기고 싶었는데 트럼프가 안 도와줘"
▲ 이창용 한은총재, 금통위 기자간담회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0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이 총재는 퇴임을 앞둔 소회를 묻는 질문에 "발걸음은 아주 가볍다"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 교수와 공직 생활을 오래 해왔는데, 이제 사회에 나가 새로운 일을 할 생각에 기대가 많다"면서도 임기 막판 불거진 환율 변동성에 아쉬움을 표현했다. "환율이 안정이 많이 된 상태에서 후임자에게 넘겼다면 '일을 잘 마무리했다'는 생각을 했을 텐데, 갑자기 트럼프 대통령이 도와주지를 않는다. 아쉽다"고 말하면서다.

그는 임기 중 가장 후회되는 순간으로는 두 가지를 꼽았다. 하나는 지난해 11월 미국 투자에 나선 서학개미를 가리켜 "쿨해 보이기 위해 해외 투자를 한다더라"라고 한 발언이 오해를 불렀던 때다. 이 총재는 "대학생에게 서학개미들이 왜 이렇게 많이 (해외로) 나가냐라고 물어봤더니 '쿨해서'라고 답해서 걱정이 많았다고 말했는데 제가 '쿨하다'고 말한 것처럼 보도가 됐다"고 회고했다. 다만 "그래도 아마 얘기는 했을 것 같다"라며 "지금 나오는 데이터를 보면 지난해 11월, 12월에는 개인 투자자들이, ETF까지 포함해 (투자를 늘려) 해외 자본 유출이 많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블룸버그와 인터뷰 할 당시 '정책 기조 전환'을 언급했다가 시장에 금리 인상 신호로 잘못 전달된 것 역시 후회되는 한 장면으로 꼽았다. 이 총재는 "인하 기조에서 동결로 가겠다는 뜻이었는데 시장이 인상으로 받아들여 이자율이 급등해 많은 곤란을 겪었다"며 "한 번 이렇게 당하고 나니 다음부터는 말을 아끼게 되더라"고 고백했다.

이 총재는 차기 한국은행 총재 후보로 지명된 신현송 전 국제결제은행(BIS) 통화경제국장이 다수의 외화자산을 보유해 '이해상충' 소지가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과도한 고려"라며 우려를 일축했다. 이 총재는 "국민 정서에는 어긋날지 모르지만 저만 해도 해외에서 십몇 년 있다 들어왔다"라며 "해외 인재를 모셔 오는데 그 해외 인재가 해외 자산이 있다고 여러 우려를 하는 건 새 총재님이 판단하시겠지만 너무 크게 고려하신 것 아닌가 한다"고 평가했다. "신 교수님의 애국심이 갖고 있는 자산보다 더 클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도 덧붙였다.

자신의 역점 사업이었던 디지털 화폐(CBDC) 실험 '프로젝트 한강'을 신 후보자가 어떻게 추진해나가길 바라느냐는 질문에는 신 후보자를 "진짜 전문가"로 치켜세웠다. "나는 배워서 하는 입장이었지만, 디지털 커런시, AI 쪽을 BIS에서 수년간 전문으로 하셨던 새 총재님이 오시기 때문에 더 발전적으로 변화할 것이라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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