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현 시점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 낮다…초과세수 통한 추경 긍정적"(종합2보)

김유리 2026. 4. 10.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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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전망서 물가상승률(2.2%) '상당폭' 상향 조정 예고
추경, 부채 통한 조달 아닌 초과 세수 활용 "긍정적"
의무 지방 교육 재정 교부금 "목적 합당한지 살펴야" 지적
1500원 등락 환율, 중동사태·외국인 주도…상대적 개입 축소

"한 치 앞을 가늠하기 힘든 중동 사태 전개 양상이 최대 변수다."

10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임기 만료 전 마지막 금융통화위원회 후 기자간담회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전쟁이었다. 중동전쟁의 전개와 그 파급영향을 좀 더 살펴야 한단 이유에서 기준금리는 연 2.50%로 동결됐다.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쟁발 고유가와 고환율 영향에 기존 전망(2.2%) 대비 '상당폭' 상향 조정이 예고됐다. 경제성장률 역시 지난 전망치(2.0%)를 밑돌 것으로 전망됐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0일 서울 중구 한은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결정 회의 후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2월 통방 후 바뀐 대외여건…"최악 시나리오 시엔 스태그플레이션도 염두"

지난 2월 통화정책방향 결정 회의 직후 중동전쟁이 발생하면서 대외여건이 크게 바뀌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 에너지 인프라 훼손 등으로 국제유가가 급등하고 에너지 공급도 차질을 빚고 있다. 최근 미국과 이란이 2주간의 휴전에 합의했지만 앞으로 원만히 종전 합의에 도달할지는 미지수다. 수습 국면으로 전환되더라도 에너지 공급망이 정상화되기까지는 상당한 기간이 걸릴 것이란 예상이다. 이에 당초 전망보다 성장세가 약화하고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은 확대될 것으로 점쳐지는데, 그 정도는 중동전쟁의 지속 기간과 그에 따른 글로벌 에너지 수급, 가격 움직임에 좌우될 것이란 전망이다.

인플레이션과 경기 침체가 동시에 오는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을 가늠하는 데도 전쟁 전개 양상을 확인해야 한단 단서가 붙었다. 이 총재는 "현 시점에서는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이 작다. 지금 이란 사태가 종결되면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이 작다고 얘기할 것"이라면서도 "다만 2주 뒤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예측 불가능하다. 에너지 인프라가 파괴된다면 영향이 장기화할 수 있어 일반적으로 얘기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최악의 시나리오로 간다면 스태그플레이션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점을 부인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0일 서울 중구 한은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결정 회의 후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물가 전망 '상당폭' 올려잡는다…성장률은 2% 아래로

한은은 다음 달 경제전망에서 올해 물가 상승률을 기존 예상(2.2%) 대비 큰 폭 올려잡을 것으로 보인다. 한은은 3월 2.2% 수준이었던 물가 상승률이 앞으로 2% 중후반까지 올라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치솟은 국제유가가 물가 상승 폭을 확대하겠지만, 정부의 물가안정 대책이 이를 일부 완화할 것이란 설명이다. 근원물가 상승률도 당초 전망(2.1%)보다 다소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성장률은 기존 전망치(2.0%)를 하회할 것이란 전망이다. 이 총재는 "반도체 등의 탄탄한 수출 증가세와 정부 추가경정예산(추경) 등이 경기 하방 압력을 일부 완화하겠으나, 에너지 가격 상승과 공급 차질의 영향으로 성장세가 둔화할 것"이라며 "향후 성장 경로는 중동사태 전개 상황과 통상환경 변화, 반도체 경기 및 내수 회복 흐름 등에 크게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짚었다.

정부 추경안 편성과 관련해선 긍정적인 평가를 내놨다. 이번 추경이 재정 적자, 부채를 통해 조달된 게 아니라 초과 세수를 통해 조달됐다는 점에서다. 다만 이번 추경안에 들어가 있는 지방 교육 재정 교부금 4조8000억원에 대해서는 목적에 합당한지 다시 한번 살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총재는 "지금 같이 추경을 통해 어려운 부분을 일으키거나 경기 대응을 해야 하는데 초과 세수가 생겼다고 이것을 초·중·고등학교 교육 예산으로 보내는 것이 과연 목적에 합당한지, 이런 경직성은 다시 한번 고려해 봐야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0일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1500원 오르내리는 환율, 중동사태·외국인 주도…"상대적 개입 축소"

원·달러 환율은 중동전쟁에 따른 미국 달러화 강세와 외국인 주식 순매도로 1500원대로 높아졌다가 미국·이란 간 임시휴전 이후 하락해 1470원 선 전후에서 움직이고 있다. 이 총재는 "지난해 11월, 12월 달러에 비해 원화가 절하됐을 때 환율을 움직인 동인은 개인 투자자의 해외 투자가 3배 가까이 급증한 것이었으나, 최근 환율 상승은 중동사태와 외국인 주식 매도가 주도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에 이란사태가 안정되면 환율이 굉장히 빠르게 올라간 것처럼 빠른 속도로 내려올 수 있다는 관측이다. 지난해 말부터 현재까지 흐름으로 보면 세계국채지수(WGBI) 가입으로 해외자금 유입 확대 가능성이 커지고, 개인 자금 해외투자가 3월 이후로는 돌아오는 분위기에 있으며, 국민연금 해외투자도 줄이는 것으로 논의가 진행 중이란 점에서다.

지난해 말 외환시장 개입 효과에 대해선 "지금은 이란사태로 올라갔지만, 그 당시 개입하지 않았으면 원화 절하 기대가 높아 지금 더 높은 레벨이었을 수 있다"며 "당시 개입한 건 잘한 정책"이라고 평가했다. 이란 사태 이후 개입 축소에 대해선 "3월 이후 원화 절하가 달러 인덱스보다 훨씬 커진 건 우리나라의 중동 사태 관련 취약성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걸 누구나 인정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라며 "우리 주식 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가 이익 실현을 위해 돈을 가지고 나가면서 일어나는 환율 상승 상황에 개입하면 팔고 나가는 외국인만 더 이익을 보는 국면이 된다는 점도 작용했다"고 말했다.

"러·우 전쟁 비교 시 금리 인상·동결 대응 모두 열려있다"

이날 한은 금통위는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결정 회의에서 전원 일치로 기준금리를 현 수준(2.50%)에서 유지하기로 했다. 금통위원 7명 전원일치로 이뤄진 금리 동결이다. 이로써 지난해 7, 8, 10, 11월과 올해 1, 2월에 이어 7회 연속 금리 동결이 이뤄졌다. 이 총재는 "단순히 불확실성을 이유로 정책 결정을 유보한 것이 아니라 중동전쟁의 전개와 그 파급영향을 보다 면밀히 점검하면서 정책 방향을 판단해 나가기 위한 결정이었다"고 강조했다.

이날 금통위원의 향후 금리 전망인 '포워드 가이던스'는 공개하지 않았다. 이 총재는 "충격이 일시적일 땐 정책 시차 등을 고려해 금리 조정으로 대응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나, 그 충격이 장기화하면서 물가상승 압력이 확산하고 기대인플레이션이 불안정해질 경우에는 정책적 대응이 필요하다"며 "다만 현시점에서는 중동 상황이 어느 방향으로 전개될지 아직 판단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미국과 이란의 협상이 자리를 잡아야 거기에 맞춰 의견을 제시하고 논의할 수 있는 상황이어서 이번에 3개월 내 금리 인상·인하에 관한 논의는 크게 없었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현재의 정책 여건과 충격의 성격을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시와 비교해 볼 때 그때와 같이 통화정책으로 적극 대응하게 될 가능성과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모두 열려있다고 봤다. 러·우 전쟁 때는 코로나19 기간 억눌렸던 수요가 확대되면서 경기가 빠르게 회복돼 전쟁 충격이 경기 둔화보다 물가를 크게 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에 금리 인상을 통해 물가상승 압력에 대응한 바 있다. 이 총재는 "러·우 전쟁 때와 비교하면 주가와 환율은 그때보다 높지만, 경기는 지난해 1% 성장률에서 개선되는 것이어서 충분한 회복세라고 보기 어렵다"고 짚었다. 이번엔 수요 측만 보면 압력이 크다고 볼 순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공급 측면에선 러·우 사태는 유럽 지역에 영향을 준 반면, 이번엔 석유 의존도가 높은 한국, 일본, 대만 등 아시아 지역에 충격이 크기 때문에 공급 충격은 더 커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김유리 기자 yr6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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