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의 종말⑧] HUG 전세금 신탁, 사적 계약에서 공공 관리로

정필중 기자 2026. 4. 10.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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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민간임대사업자가 운영하는 주택에 '전세금 신탁' 제도 도입을 검토하면서 사후 보호를 넘어, 사전 예방까지 임차인 보호 범주를 넓히고 있다.

국토연구원은 지난 2023년에 발간한 '전세 레버리지 리스크 추정과 정책대응 방안 연구' 보고서에서 "신탁기관이 계약 및 운용을 수행하고 소유자는 신탁기관으로부터 운용수익 및 임대기간에 비례한 세제혜택을 받는 방식의 임대차 신탁제도를 제안"한다면서 "보증금을 신탁기관에서 관리하므로 임차인의 보증금 미반환 위험은 현저히 감소할 수 있으며, 임대인과 임차인 간 정보, 협상, 편익 등의 비대칭적인 구조가 개선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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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 신탁으로 임대·임차인 간 비대칭적 구조 개선"

신속한 보호 가능하나 운용 수익률 등 가입 유인책 마련이 관건

[출처: 연합뉴스 자료 사진]

(서울=연합인포맥스) 정필중 기자 = 정부가 민간임대사업자가 운영하는 주택에 '전세금 신탁' 제도 도입을 검토하면서 사후 보호를 넘어, 사전 예방까지 임차인 보호 범주를 넓히고 있다.

그간 임차인이 보증금을 반환받지 못하는 경우가 있어 신탁 제도의 필요성은 이전부터 제기됐다. 다만, 선택제로 운영된다는 점에서 강제력이 담보되지 않는 데다, 임대인 입장에서 전세를 제공할 유인이 퇴색된다는 점에서 이를 해소할 방안이 필요하다.

◇전세 신탁 도입 검토 중…'사전 예방'으로 보호 범주 확대

10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 초 발표한 '2026년 경제성장전략'을 통해 전세 신탁 도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전세 신탁은 이름 그대로 세입자가 낸 보증금 일부 혹은 전부를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등 보증기관에 예치해 관리하는 제도다. 보증기관은 해당 금액을 운용해 수익을 임대인에게 공유한다.

모든 임대인에게 일괄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가입을 원하는 등록임대사업자에 한해 운영되는 선택제다.

HUG 관계자는 "아직 도입이 확정된 것은 아니고 현재 검토 중에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전세 신탁이란 카드를 꺼낸 이유는 명확하다. 사전 예방을 통해 신속한 구제를 원하기 때문이다. 기존에도 전세보증금 반환제도 등을 통해 집주인을 대신해 보증금을 지급했지만, 대위변제 절차상 일정 기간이 소요됐다. 전세 신탁은 사전 예치금으로 즉각 반환할 수 있다.

이전부터 신탁 제도에 대한 필요성은 제기돼 왔다.

국토연구원은 지난 2023년에 발간한 '전세 레버리지 리스크 추정과 정책대응 방안 연구' 보고서에서 "신탁기관이 계약 및 운용을 수행하고 소유자는 신탁기관으로부터 운용수익 및 임대기간에 비례한 세제혜택을 받는 방식의 임대차 신탁제도를 제안"한다면서 "보증금을 신탁기관에서 관리하므로 임차인의 보증금 미반환 위험은 현저히 감소할 수 있으며, 임대인과 임차인 간 정보, 협상, 편익 등의 비대칭적인 구조가 개선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운용 수익률' 등이 가입 관건…전세 취지 훼손 우려도

관건은 유인책이다. 가입을 희망하는 임대사업자 중심으로 운영되기에, 최대한 많은 사업자의 가입을 유도해야 한다는 의미다.

그러기 위해서는 임대인이 월세로 전환 시 얻을 수 있는 수익률보다 보증기관의 예치금 운용 수익이 이를 웃돌아야 한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올해 1월 기준 서울의 전월세전환율은 5.6%로 집계됐다. 서울 아파트로 한정할 경우 4.7%로 나왔다.

서울 종합 및 서울 아파트 전월세전환율 추이 [출처: 국가데이터처, 연합인포맥스 가공]

전월세전환율은 보증금을 월세로 전환할 경우 적용되는 비율로, 임대인 입장에서는 일종의 요구 수익률이기도 하다.

보증금을 일부 예치할 경우 전체 보증금액이 그만큼 줄어들어 보증료 할인 효과를 누릴 순 있으나, 높은 운용 수익률이 담보되지 않는 한 가입 여부에 대한 불확실성을 해소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전세 취지를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신탁 제도가 운영돼야 한다는 점도 과제로 꼽힌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가 논문을 통해 전세를 '주택 레포 계약'이라고 규정했듯, 전세는 사적 금융의 한 축으로 자리해왔다.

전세의 전제는 임대인의 전세금 활용에 있다. 신탁 제도를 활용할 경우 집주인 입장에서는 전세금의 일부를 활용할 여지가 줄어들어 전세 제도가 유지되는 선에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문윤상 한국개발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 2023년 '전세보증금 반환보증제도 개선방안'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제 3자에 보증금을 보관하는 에스크로 제도를 제안하면서 "에스크로 제도를 전면적으로 도입한다면, 임대인이 보증금을 전혀 사용할 수 없으므로 월세와 다를 바 없다"며 "전면적인 도입은 전세제도 자체를 크게 위축시킬 가능성이 높아 전세제도를 유지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에스크로 제도를 도입하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joongjp@yna.co.kr<저작권자 (c)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AI 학습 및 활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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