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LNG 가격 50% 상승땐 석유·화학 생산비 4.5% 늘어"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 가격이 동시에 50% 상승할 경우 석유정제와 화학산업의 생산비가 4.5%가량 더 늘어 생산비 부담의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로 인해 불거질 수익성 하락은 대기업보다는 원가 상승 압력에 취약한 중소기업, 특히 고무·플라스틱제품 등 생활 밀착형 업종에서 타격이 클 것으로 전망됐다.
한국은행은 10일 '4월 경제상황 평가'를 통해 ▲공급망 리스크 ▲생산비 및 수익성 ▲현지 생산 및 수요의 측면에서 중동전쟁의 산업별 영향을 점검했다.

공급망 측면에서는 중동산 원재료 수입 비중이 높은 석유화학 산업을 중심으로 공급망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고 한은은 진단했다. 석유화학의 원료인 나프타는 전체 수입물량의 절반 이상(56.3%)이 중동 국가 집중돼 있는데, 핵심 수출산업부터 생활필수품까지 다양한 소재에 공급되는 만큼 나프타 공급망이 훼손될 경우 자동차·조선·반도체는 물론 플라스틱·비닐 등 산업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봤다.
한은은 "현재는 석유화학 제품의 광범위한 생산 중단이 발생한 상황은 아니지만 중동전쟁이 길어지면 원자재 가격 상승을 감당하기 어려운 업종부터 생산 차질이 가시화될 가능성이 높다"며 "제조업 전반에 주요 소재를 공급하는 석화산업에서 생산중단이 본격화되면, 여타 제조업의 생산 차질로 이어질 수밖에 없어 면밀한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도체 역시 헬륨·브롬 등 필수 소재 수입이 중동 국가에 집중돼 있어 공급망 우려가 제기되고 있지만, 공급망 차질은 제한적일 것으로 봤다. 기업들의 비축 물량과 필수 소재들의 공급망 구조 등을 고려할 때 대체 공급처 발굴 등으로 대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에너지 가격 상승에 따른 생산비 부담은 산업별 투입·산출 구조에 따라 차별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한은이 2023년 산업연관표를 활용해 에너지 가격 상승이 생산비 증가율에 미치는 효과를 파급효과 모형으로 분석한 결과, 원유·LNG 가격이 동시에 50% 오를 경우 이를 원료로 직접 사용하는 석유정제·화학산업에서 가장 큰(4.48%) 생산비 부담이 생길 것으로 예상됐다. 이어 ▲철강을 포함한 1차 금속 2.35% ▲금속가공 1.6% ▲자동차·조선을 포함하는 운송장비 1.55% ▲반도체를 포함하는 컴퓨터·전자 1.3% 순으로 생산비 증가 압력이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생산비 부담은 기업 수익성에도 영향을 미치는데 산업별로는 화학산업에서 가장 직접적인 타격이 우려된다. 전기장비 등 원자재·에너지 가격에 민감한 산업도 상당한 수익성 하락이 예상된다. 반면 석유정제업은 원유구입·정제·판매 시기 조절이 가능해 영향이 제한적일 것으로 봤다. 수익성 하락이 가장 작은 산업은 컴퓨터·전자다.
한은은 "수익성 하락은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에서 대체로 크게 나타난다"며 "생활 밀착형 업종의 중소기업이 에너지 가격 상승의 부정적 영향을 크게 받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중동 국가들에 수출하는 국내 제조업체는 현지 수요 감소에 따른 피해가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기준 전 세계 수출 물량 중 약 6.9%를 중동 국가에 수출하고 있는 자동차 산업을 대표적 피해 업종으로 지목했다. 전쟁이 장기화할 경우 중동 현지 공장의 건설 일정도 지연돼 현지생산 계획에도 일부 차질이 예상된다.
반대로 건설업과 방위산업, 조선업은 오히려 현지 수요 확대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봤다. 한은은 "건설업은 전후 복구사업이 본격화되면 신규 수요가 발생할 수 있고, 방위산업도 이번 전쟁 과정에서 실제 성능이 부각된 제품을 중심으로 수요가 확대될 수 있다"며 "조선업도 에너지 공급망 다변화가 진행되면 비교우위를 가진 선종의 수요가 늘어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김혜민 기자 hm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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