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답을 주는 순간, 교실의 배움은 멈춘다

송민규 2026. 4. 10.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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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7회 KERIS 디지털교육 포럼이 던진 화두, '사고를 깨우는 지원'으로서의 AI

[송민규 기자]

 자료사진
ⓒ boliviainteligente on Unsplash
'스마트 기기'가 채운 교실, 배움은 어디에

교실에 AI가 들어온 지 오래다. 태블릿과 교육 플랫폼, 이제는 생성형 AI까지 교실 풍경의 일부가 되었다. 그런데 정작 현장에서는 우리 아이들이 진정으로 더 양질의 교육을 받고 있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이 남는다.

기술은 파도처럼 밀려왔지만, 그만큼 학습이 깊어졌느냐는 물음에는 선뜻 답하기 주저하게 된다.
이 질문에 대한 실마리를 찾는 논의가 지난 8일, 광주교육대학교에서 열린 '제187회 KERIS 디지털교육 포럼'에서 이어졌다.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과 한국정보교육학회가 공동 주관한 이번 포럼은 '모두를 위한 AI, 경계 없는 미래교육'을 주제로, AI 시대 교육의 방향을 다시 묻는 자리였다.

특히 이날 기조 강연에서는 기술 중심의 접근을 넘어 학습의 본질을 다시 짚는 메시지가 강조되었다. 인상적인 점은 정책을 연구하고 만드는 기관 역시 현장 교사들과 동일한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그동안 학교 현장에는 주로 어떤 인프라를 구축하고 어떤 소프트웨어를 도입할 것인지에 대한 '하향식 지침'이 내려오곤 했다. 하지만 최상위 정책 연구기관의 포럼에서조차 핵심 화두가 "실제 학습이 일어나고 있는가"였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번 포럼은 단순한 도구 소개를 넘어, AI 시대 교육의 철학과 형평성을 점검하는 성찰의 장이었다.

정답을 뱉는 AI는 아이의 사고를 자라게 하지 못한다

이날 강연에서 가장 날카롭게 다가온 대목은 AI의 성능 그 자체가 아니라, AI가 초래할 수 있는 '학습의 증발'이었다. 강연자(정제영 원장)는 발달 단계에 따라 AI 활용 방식이 달라져야 하며, 특히 초중고 학생에게 범용 생성형 AI를 그대로 노출하는 것은 교육적으로 매우 위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유는 명확하다. 일반 생성형 AI는 정답을 빠르게 제시하지만, 학습자가 어디까지 이해했는지, 무엇을 모르는지, 그 답을 자기 사고로 재구성했는지는 확인하지 않기 때문이다. 강연에서는 AI를 사용할 때는 성과가 오르지만 AI를 제거하면 오히려 수행 능력이 떨어지는 '클러치 효과(Clutch Effect)', 즉 '목발 효과'가 소개됐다.

목발을 짚고는 잘 걷지만 목발을 떼면 혼자 걷지 못하는 것처럼, AI를 통해 손쉽게 정답을 얻는 동안 아이의 스스로 학습하는 근육은 퇴화한다. 이는 '인지 외주화'와 메타인지 약화 문제로 이어진다. 생각하고 기억하며 스스로 점검하는 과정을 AI에 통째로 넘겨버리는 순간, 학습자는 사고를 확장하는 것이 아니라 AI에 대체당하고 마는 것이다.

우리는 내비게이션 덕분에 목적지에 빨리 도착하지만, 그 과정에서 길을 찾는 능력은 약해진다. 학습도 마찬가지다. AI가 답을 대신 내주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아이는 더 빨라질 수는 있어도 더 깊어지지는 못한다. 기기가 보급됐다고 해서 배움의 결과까지 평등해지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강연자는 유료 모델과 무료 버전, 고가의 AI 활용 여부에 따라 이미 교실 안에서 새로운 학습 불균형이 나타나고 있음을 지적했다.

교육용 AI의 핵심은 '답'이 아니라 '질문'이다

그렇다고 이날 논의의 결론이 AI 거부로 향한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더 정교한 '방향 설정'에 가까웠다. 핵심은 '정답을 뱉는 AI'와 '사고를 깨우는 AI'를 엄격히 구분해야 한다는 데 있다. 보통의 생성형 AI는 질문과 동시에 완성형 답변을 일방적으로 제시한다. 이는 우리가 지양하고자 하는 과거의 주입식·강의식 수업과 다를 바 없다. 그렇다면 교실에는 어떤 AI가 필요할까?

교육용 AI는 접근 방식부터 달라야 한다. 학생이 어디서 막히는지 확인하고, 실수를 드러내게 하며, 단계적으로 힌트를 주어 스스로 사고를 끌어올리도록 도와야 한다. 이는 소크라테스식 대화법이나 교육학의 '스캐폴딩(학습 비계)'과 맥을 같이 한다. 중요한 것은 AI가 얼마나 정확한 답을 주느냐가 아니라, 학습자가 어떻게 배우도록 돕느냐는 점이다.

이 지점은 현장 교사들에게 명확한 기준을 제시한다. 에듀테크 도구의 화려한 기능보다 '교육적 의미'가 우선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아무리 최신 기술이라도 학생의 사고를 멈추게 한다면 좋은 도구가 아니다. 반대로 기능은 단순해도 학생의 오개념을 비춰주는 거울이 되고, 다음 질문으로 이끄는 조력자가 된다면 훌륭한 디딤돌이 된다. 결국 교육용 AI의 본질은 '빠른 정답'이 아니라 '느린 사고'를 기다려주는 데 있다.

AI는 훌륭한 조수일 뿐, 결국 설계자는 사람이다

기술이 고도화될수록 교사의 역할은 축소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결정적으로 중요해진다. 지식을 전달하는 일의 일부는 AI가 도울 수 있지만, 학생과 눈을 맞추고 정서적으로 교감하며 "왜 이 수업에서 이 도구를 써야 하는지"를 판단하는 것은 결국 사람의 몫이다. 한 아이의 막힘과 불안, 그리고 성장의 속도를 읽어내는 일은 오직 교사만이 할 수 있다.

이번 포럼이 준 가장 큰 메시지는 교사의 전문성이 단순한 기기 숙달이 아니라 '학습을 설계하는 능력'에 있다는 점이다. AI는 교사를 대체하는 존재가 아니라, 교사가 학생과 더 인간적으로 만나고 깊이 있는 배움을 설계할 수 있도록 돕는 지원 체계로 재정의되어야 한다.

물론 이 무거운 전환을 교사 개인의 헌신에만 맡겨서는 안 된다. 지식 전달자에서 학습 설계자로 나아가는 길을 뒷받침할 연수와 제도적 지원이 반드시 병행되어야 한다. AI를 맹목적으로 의존하거나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중요한 것은 AI를 활용하되 생각마저 맡기지 않는 균형, 그리고 학생이 스스로 배움의 주인이 되도록 돕는 정교한 설계다.

AI가 대신 공부하는 교실이 아니라, AI를 디딤돌 삼아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가는 교실. '모두를 위한 AI'라는 표어가 진정성을 가지려면, 그 미래는 기계의 속도가 아니라 인간의 성장을 중심에 놓을 때 비로소 시작될 것이다.
▲ 제187회 KERIS 디지털교육 포럼 포스터.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과 한국정보교육학회는 4월 8일 광주교육대학교에서 ‘모두를 위한 AI, 경계없는 미래교육’을 주제로 포럼을 공동 개최했다.
ⓒ KERIS

덧붙이는 글 | 2026년 4월 8일 광주교육대학교에서 열린 ‘제187회 KERIS 디지털교육 포럼’에 참석하여, 배포 자료집 및 기조 강연 내용을 바탕으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포럼 주제는 ‘모두를 위한 AI, 경계없는 미래교육’이며, AI 시대 교육의 방향과 학습의 본질, 교육 형평성 문제를 중심으로 정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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