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탁건조기가 바꾼 가전 공식…삼성, ‘올인원’으로 시장 재편

[디지털데일리 옥송이기자] 한때 ‘꿈의 가전’으로 불리던 올인원 세탁건조기가 시장의 주류로 자리 잡고 있다. 삼성전자가 선보인 ‘비스포크 AI 콤보’는 3세대 제품으로 진화하며 일체형 세탁건조기 시장 확산을 이끌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2024년 1세대 제품을 시작으로 일체형 세탁건조기 시장을 빠르게 확대해 왔다. 회사 측에 따르면 해당 제품군은 국내 시장에서 과반 이상의 점유율을 확보한 것으로 추정된다. 분리형 세탁기와 건조기가 당연시되던 시장에서 ‘올인원’이 하나의 표준으로 자리 잡은 셈이다.
이에 따른 위상 변화도 확인된다. 과거 신혼 가전의 중심이 냉장고였다면, 이제는 세탁건조기가 구매 결정의 핵심으로 부상하고 있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신혼부부의 AI 가전 구매 비율은 이미 80%를 넘어섰고, 혼수 고객 중 세탁건조기 선택 비중도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다. 이는 가전 시장의 출발점이 바뀌고 있음을 의미한다.
삼성전자는 이 흐름을 전략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세탁건조기를 단순 제품이 아닌 ‘AI 가전 생태계의 입구’로 설정하고, 초기 구매 단계에서 고객을 확보한 뒤 냉장고·에어컨·로봇청소기 등으로 확장하는 구조다. 패키지 판매와 웨딩 전문 스토어, 구독 서비스까지 결합해 브랜드 락인(lock-in)을 강화하는 방식이다.
이번 3세대 제품은 기술적으로도 완성도를 끌어올렸다. 가장 큰 변화는 건조 성능이다. 건조 용량을 20kg까지 확대하며 일체형 제품의 한계를 넘어섰고, ‘부스터 열교환기’를 적용해 내부 열을 효율적으로 배출하도록 설계했다. 여기에 탈수 단계부터 컴프레셔를 예열하는 프리히트 방식까지 더해 건조 시간을 단축했다. 전체 세탁·건조 과정은 69분으로 줄어들며 사용 편의성도 개선됐다.
이는 단순한 성능 개선을 넘어 일체형 제품의 약점으로 지적됐던 ‘건조 성능’ 문제를 구조적으로 해결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결과적으로 올인원 제품이 ‘대안’이 아닌 ‘주류’로 자리 잡을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셈이다.
다만 이러한 전략은 시장 환경과 맞물려 더욱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최근 가전 시장은 수요 둔화와 원가 부담이라는 이중 압박에 직면해 있다. 실제 삼성전자의 1분기 실적에서도 반도체가 성장을 견인한 반면, 가전을 포함한 디바이스경험(DX) 부문은 수익성 부담이 부각됐다.
이 같은 상황에서 삼성전자는 전방위 확장 대신 ‘핀셋 전략’을 택했다. 구매 의사와 지출 규모가 확실한 신혼가전 시장을 집중 공략해 효율적인 수익 구조를 확보하겠다는 계산이다. 세탁건조기를 중심으로 한 패키지 전략과 구독 서비스는 이러한 방향성을 보여주는 대표 사례다.
특히 삼성전자는 가전 구독 서비스 ‘블루패스’를 통해 단순 렌탈을 넘어 설치·점검·관리까지 포함한 ‘관리형 서비스’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여기에 웨딩 전문 스토어 운영과 신혼가전 컨설팅을 결합해 구매 초기 단계부터 접점을 확대하고, 이후 추가 가전 구매로 이어지는 구조를 구축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세탁건조기 전략은 단일 제품 경쟁을 넘어, 가전 시장의 소비 구조와 구매 경로 변화와 맞물려 전개되고 있다. 신혼가전 중심의 타깃 전략과 구독·패키지 결합 방식이 실제 판매 확대와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아울러 경쟁사들의 세탁건조기 출시가 예상되는 가운데 삼성전자가 시장 주도권을 유지할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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