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퍼펙트스톰-정책] 폐업 100만·개인회생 14만…빠르게 추락하는 민생 지표

김성웅 2026. 4. 10.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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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ECD, 한국 물가 1.8%→2.7%로 상향
소비자심리지수, 비상계엄 이후 최대 낙폭
지난 6일 서울의 한 마트에서 시민이 장을 보고 있다. ⓒ뉴시스

중동 전쟁이 40일째를 맞으면서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었다. 미국과 이란이 휴전을 합의하며 숨고르기에 들어갔지만, 이미 우리 정치와 경제, 산업, 문화 전반은 고유가·고물가·고금리·고환율 등 4고(高) 위기를 맞으며 충격에 휩싸였다. 중동 전쟁이 현재 우리 사회에 미친 영향과 종전 이후에도 한반도에 머무를 강력한 중동발 태풍은 우리의 미래를 어떻게 바꿀지 조망해 본다. <편집자 주>

중동 전쟁 장기화로 고유가·고물가·고금리·고환율 4고(高) 위기가 심화하면서 가계 실질 구매력이 떨어지고 서민 경제 전반이 빠르게 무너지고 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촉발된 중동 전쟁은 유가·환율·물류비를 동시에 끌어올리며 소비자물가와 가계 부채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고금리·고물가·내수 침체의 삼중고가 누적된 상황에서 외생 변수까지 중첩된 모습이다.

실질소득 감소·소비 위축…가계 지갑 닫힌다

지난 3월 25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소비자들이 장을 보고 있다. ⓒ뉴시스

물가 충격은 이미 서민 일상에 전이되고 있다. 재정경제부에 따르면 3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2.2% 올랐다. 석유류 가격 급등이 주요 원인으로 분석됐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올해 한국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기존 1.8%에서 2.7%로 0.9%포인트(p) 상향 조정했다. 정부 물가 안정 목표치인 2.0%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물가가 오르는 동안 가계 실질 구매력은 줄었다. 같은 소득으로 살 수 있는 재화와 서비스가 줄어든 것이다. 이는 필수 지출 비중이 높은 저소득층과 중산층에 직접적 타격을 준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3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전월 대비 5.1p 하락한 107.0을 기록했다. 2024년 12월 비상계엄 사태 이후 최대 낙폭이다. 향후 1년간 물가 상승에 영향을 미칠 품목으로 소비자 80.1%가 석유류 제품을 꼽았다.

역대 최대 개인회생·폐업 100만…민생 붕괴 지표 잇따라

민생 붕괴 신호는 2년 전부터 감지됐다. 지난 2024년 폐업을 신고한 사업자는 100만8000여명으로 1995년 관련 통계 집계 이래 처음으로 100만명을 돌파했다.

법원 사법월간통계에 따르면 2025년 1~11월 전국 법원에 접수된 개인회생 신청은 13만6681건으로 2015년 이후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전년 전체 신청 건수를 11개월 만에 넘어선 수치다.

개인회생 신청 급증은 단순한 경기 하강과 차원이 다르다. 신속 채무조정이나 개인 워크아웃 같은 기존 채무조정 제도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구조의 빚이 늘어난 결과로 분석된다. 비금융권 채무와 사채까지 포괄할 수 있는 개인회생이 마지막 선택지로 부상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미 역대 최대를 경신한 개인회생 신청이 4고(高) 위기까지 더해지며 추가 폭증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자영업 대출 1069조 사상 최대…스태그플레이션 경고

울산 남구 신정시장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뉴시스

자영업자 전체 금융기관 대출 잔액은 지난해 2분기 기준 1069조6000억원으로 2012년 관련 통계 집계 이래 최대를 기록한 상태다. 이 중 가계대출 차주 266만명은 연 소득의 70% 이상을 원리금 상환에 쓰고 있으며, 149만명은 소득 전액을 원리금 상환에 투입하는 상황에 놓였다.

가계부채 부담이 쌓이면서 소비 심리가 위축되고, 이것이 내수 부진으로 이어지는 악순환 구조가 고착화하고 있다.

국제 유가 급등으로 물가 인상 압박이 커지는 가운데 금리 인하 기조도 제약될 가능성이 있어 가계 이자 부담 완화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재경부는 민생물가 특별관리 관계장관 태스크포스(TF) 내 ‘중동전쟁 물가대응팀’을 신설하고 특별관리 품목을 기존 23개에서 43개로 확대했다. 그러나 단기 처방만으로는 구조적 4고(高) 충격을 막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강인수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는 “3월 소비자물가가 2.2%로 발표됐지만 유가 상승분과 운임 비용 급등이 본격 반영되는 4월에는 더 높게 나올 것”이라며 “고유가·고환율이 이중으로 수입 물가를 끌어올리는 상황에서 물가 관리는 갈수록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강 교수는 “지금은 추경 등 단기 지원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그것에만 매몰되면 전쟁이 끝나고 수습되는 과정에서 방향성을 잃을 가능성이 크다”며 “호흡을 길게 보고 중장기 대응책을 지금부터 준비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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