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길새길중학교 생태감수성 수업에서 '나무'를 선택한 이유

김성재 2026. 4. 10.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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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천시 탄소중립대응플랫폼으로 교육과 실천, 시민과 시민이 연결되다

[김성재 기자]

[이전 기사]
"나와 닮은 나무는 어떤 나무일까" 물었더니, 아이들이 달라졌다
중학생 '생태감수성' 키우기... 딱 3주가 필요했다

옥길새길중학교 3학년 생태감수성 수업을 취재하면서 하나의 질문이 남았다. 생태감수성을 키우는 방법은 다양하다. 습지 관찰, 곤충 채집, 토종씨앗 텃밭 등. 실제로 부천에서는 이미 이런 수업들이 진행되어 왔다. 그런데 이번에는 왜 '나무'였을까. 수고측정기로 키를 재고, 줄자로 흙고를 감고, 수관폭을 기록하는 조사를 중심에 놓은 이유가 무엇인지 물었다.

돌아온 답은 감수성보다 훨씬 구체적인 맥락을 품고 있었다. 부천시가 지금 만들고 있는 탄소중립대응플랫폼, 그리고 시민 참여형 가로수 모니터링, 오래 이어져 온 부천 환경교육의 흐름이 하나로 연결되어 있었다.

탄소중립과 가로수

최정화 부천시 기후에너지과 탄소중립대응팀 팀장(아래 최 팀장)에게 부천시가 나무에 주목하게 된 배경을 물었다. 최 팀장은 지 "지자체는 탄소중립 목표를 관리해야 하는데, 신규 감축사업은 비용이 많이 드는 한계가 있다. 그래서 이미 하고 있는 사업 중에서 감축 효과를 정량화하는 방향으로 접근하기로 했다"며 지자체가 처한 현실적 제약을 설명했다.

그 중 하나가 가로수를 비롯한 도시숲이었다. 비용을 들여 매년 식재하지만, 정작 그 나무들이 흡수하는 탄소량은 데이터로 관리되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이를 용역으로 해결하자니 비용이 더 커졌다. 이에 최 팀장은 "시민 참여형 리빙랩 방식으로 조사·모니터링을 하고, 플랫폼을 통해 데이터화하는 모델을 만들게 된 것"이라고 얘기했다. 지금까지 이 방식으로 조사된 부천의 가로수는 2346그루다.
▲ 부천시탄소중립대응플랫폼(시안) 부천시탄소중립대응플랫폼 가로수 탐사 대시보드 '시안'이다.
ⓒ 부천시 최정화 팀장 제공
교실로 이어진 실천이자 교육

박은미 부천환경교육센터 사무국장(아래 박 사무국장)은 이 리빙랩에 직접 참여했고, 이번 옥길새길중학교 생태감수성 수업에서 '나무'를 핵심 주제로 선택한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박 사무국장은 "현재 부천시는 가로수와 생활 숲 같은 탄소 흡수원의 감축량을 데이터화하는 플랫폼을 구축 중"이라며, "학생들이 직접 학교 나무를 조사하며 생태감수성을 키우는 동시에, 그 데이터가 부천시의 탄소중립 목표 달성에 기여하는 정량적 가치를 갖기 때문"에 나무를 주제로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즉, 옥길새길중학교 아이들이 수고측정기로 재고 줄자로 감았던 나무의 키와 둘레는 단순히 생태감수성만을 기르는 활동이 아니라, 부천시 탄소 흡수원 데이터로 수치화되어 반여될 수 있다. 감수성 교육과 탄소중립 정책이 만나는 접점이 '나무와 측정'인 것이다.

뉴욕트리맵과 부천의 가로수 탐사

지난 옥길새길중학교 3학년 수업에서 박 사무국장은 수업 중 '뉴욕 트리맵(NYC TreeMap)'을 소개했다. 뉴욕시 지도 위에 표시된 점 하나하나가 시민들이 직접 앱을 통해 등록한 개별 나무다. 시민 참여로 도시 전체의 나무가 데이터베이스화된 사례였다.

박 사무국장은 "뉴욕 시민들이 나무에 이름을 붙이고 관리하듯, 우리 학생들도 학교의 나무를 꼼꼼히 살피고 측정하고 '나의 나무'를 정해 별명을 붙이는 활동을 했다"고 설명했다. 개인과 나무의 정서적 연결이 생태 활동의 진정한 출발점이라는 것이다.

옥길새길중학교 수업에서 학생들이 한 나무를 보며 "말랐다"고 말하거나, "관목이 나무예요?"라고 물었던 순간, 역곡천 버드나무를 올려다보며 감탄했던 경험—이 모든 것이 뉴욕 트리맵의 '점 하나'와 같은 의미를 가질 수 있다.

박은미 사무국장은 리빙랩 가로수 모니터링에 참여하면서도 같은 변화를 목격했다. "처음에는 줄자로 나무 둘레를 재는 행위 자체를 신기해하던 아이들이, 조사가 반복될수록 스스로 데이터의 객관성에 대해 질문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흉고를 재야 하는데 1.2m 높이가 되기 전에 줄기가 두 갈래로 갈라진 나무는 어디를 기준으로 재야 하나요?", "지금은 나뭇잎이 없는데, 잎이 무성해지면 수관폭 데이터가 달라지지 않을까요?" 같은 질문들이 현장에서 나왔다고 한다.

지난 기사에서 소개했듯 옥길새길중학교 수업에서도 같은 패턴이 관찰됐다. 첫 수업에서 결과치를 빨리 내려던 아이들이, 세 번째 수업에서는 나무를 들여다보는 관찰자가 되었다. 측정이 반복될수록, 감수성과 과학적 태도가 동시에 자라난다. 이것이 이 수업이 단순한 생태 활동과 구별되는 지점이다.
▲ 부천시탄소중립대응플랫폼(시안) 부천시탄소중립대응플랫폼의 가로수 탐사 대시보드 시안이다.
ⓒ 부천시 최정화 팀장 제공
20년의 역사로부터 이어진 지속가능교육

이처럼 옥길새길중학교 수업은 갑자기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이승훈 부천시지속가능발전협의회 팀장(아래 이 팀장)에게 이 수업의 배경을 물었더니, 20년 넓게 이어져 온 부천 환경교육의 흐름이 나왔다.

부천지속협의 전신인 푸른부천21은 2000년대 초반부터 지역 단체들과 연대해 환경교육을 진행해 왔다. 2008년부터 2015년까지 7년간 운영된 '초등학교 환경교실'을 통해 77개교, 4만 6740명의 학생들이 환경보전, 생태모니터링, 기후위기에 대한 교육을 받았다. 2012년에는 '부천시 지속가능 환경교육'이라는 이름으로 유네스코 한국위원회 ESD 인증을 받았다.

2022 개정 교육과정에 따른 학교자율시간 도입은 이 흐름에 새로운 추동력을 더했다. 2024년 'SDGs 실천교실'이라는 이름으로 생태감수성, 토종씨앗, AI혁신기술, 공정무역, 세계시민교육 등을 담아 5개교 460명으로 시범 운영을 시작했다.

부천의 교사들과 학교의 반응이 있었고, 2025년에는 31개교 150학급 3618명으로 확대됐다. 현재 부천교육지원청 공유학교 사업과 연계한 'SDGs 지구탐사대'도 설계되어, 6개 동(역곡, 고강, 원종, 심곡, 송내, 삼정)의 산과 강, 생물다양성을 직접 찾아보는 학생 중심 현장 수업이 운영되고 있다.

탄소중립대응플랫폼, 교육과 실천을 연결하는 플랫폼

취재를 하면서 부천시 탄소중립 대응플랫폼이 교육과 실천을 수치화하고 연결하는 기반이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학생들이 측정한 나무 데이터, 시민들이 조사한 가로수 데이터가 하나의 플랫폼 위에서 탄소 흡수량으로 변환되고 시각화된다.

최 팀장은 이 플랫폼의 목적을 "단순한 참여 시스템이 아니라, 서로 다른 주체의 니즈를 연결하여 지속가능한 실천 구조를 만드는 통합 플랫폼"이라고 설명했다. 시민의 참여 욕구, 행정의 성과 관리 필요, 각 부서의 실무적 활용 가치가 동시에 충족될 때 비용 효율적이면서도 지속 가능한 모델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건물, 수송, 폐기물, 흡수원 등 다양한 분야에서 모두의 니즈를 충족하는 부천의 탄소중립 대응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 그의 목표다.

박 사무국장 역시 "내가 입력한 데이터가 탄소 감축량으로 변환되어 시각화되는 과정을 직접 목격할 때, 시민과 학생들은 자신의 활동이 기후위기 대응에 실질적으로 기여하고 있음을 체감하게 된다"며 탄소중립 대응 플랫폼에 대한 기대를 가지고 있다고 설명한다.

옥길새길중학교에서 한 학생이 "말랐다"고 한 나무는 부천시 도시숲의 한 나무가 될 것이다. 그리고 그 학생 역시 부천의 시민으로서 성장해 나갈 것이다. 나무를 올려다 본 학생들이 언젠가 또 다른 학생들이 나무를 올려다 볼 수 있게 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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