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장] 이재명을 지지하기 때문에, 재선에 반대한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청와대에서 이재명 대통령을 만나 "개헌을 논의하기 전 중임 또는 연임하지 않겠다는 선언을 국민께 선제적으로 해달라"라고 요구했고 이 대통령은 "공고된 개헌안은 한 글자도 수정할 수 없고, 부칙 역시 마찬가지다. 연임·중임과 같은 내용을 부칙에 담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무엇을 그렇게 걱정하느냐"라고 답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이 대통령의 연임에 관한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이 문제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싣습니다. <편집자말>
[조원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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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재명 대통령이 2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를 주재하며 발언하고 있다. 2025.6.24 |
| ⓒ 연합뉴스 |
"기대도, 주장도 그만 해야 한다."
나는 이재명 대통령을 지지한다. 이재명 대통령과 우리는 12·3 내란의 혼란 속에서 함께 공화국을 지켜냈다. 행정가, 조직 리더로서 더 잘하기도 어렵다. 국정 과제 1호로 개헌을 내세운 것,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끊겠다는 것, 감사원의 국회 이관, 계엄 요건 강화, 대통령 거부권 제한 등, 이 모든 것은 87년 체제의 한계를 넘기 위해 필요한 일이다.
그러나 나는 "개헌"을 통한 이재명 대통령의 재선에는 반대한다. 더 정확히 말하면, 재선의 가능성 자체를 열어두는 것에 반대한다. 이것이 이재명 대통령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공화국의 존립에 관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헌법 128조 2항은 장식이 아니다
현행 헌법 제128조 제2항은 명확하다.
"대통령의 임기 연장 또는 중임 변경을 위한 헌법 개정은 그 헌법 개정 제안 당시의 대통령에 대하여는 효력이 없다."
이승만의 사사오입 개헌, 박정희의 유신, 전두환의 체육관 선거의 무도함을 겪으며, 대한민국이 피로 배운 교훈이 이 한 조항에 응축되어 있다.
헌법학에서 이것을 '반성적 고려'라고 부르는 데는 이유가 있다.
이재명 대통령 본인도 대선 후보 시절 "재임 당시 대통령에겐 적용이 없다"라고 선을 그었다. 김민석 총리도 국회에서 같은 답변을 했다. 여기까지는 문제가 없다.
하지만, 이 대통령은 이렇게도 말했다.
"이론적으로는 헌법을 개정하면 그 조항조차도 국민이 바꾼다는 뜻이기 때문에 그게 개정 당시의 국민의 뜻이라면 개정된 헌법에 따르는 게 국민주권주의에 더 맞다."
조원철 법제처장은 국감에서 "결국 국민들이 결단해야 할 문제"라고 답했다. 추미애 법사위원장이 "그렇게 답하지 마라"고 제지해야 했을 만큼 위험한 답변이었다.
이 애매함이 문제의 핵심이다. 128조 2항을 지키겠다고 말하면서, 동시에 128조 2항 자체를 개헌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놓는 것. 이것은 자물쇠를 걸어두고 열쇠를 문 앞에 놓아두는 것과 같다.
로마 공화정이 가르쳐주는 것
공화정에 대한 니콜로 마키아벨리, 에드워드 기번의 지혜는 새로울 것은 없더라도, 무리를 이루고 살아온 인간의 역사를 관통하고, 현재를 통찰한다.
로마 공화정은 500년 가까이 지속된 인류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공화정 실험 중 하나였다. 그리고 그 공화정이 무너진 과정은 놀라울 만큼 점진적이었다. 규범의 침식을 통해, 선례의 축적을 통해, "이번만은 예외"라는 논리의 반복을 통해 서서히 뿌리가 썩어갔다.
술라는 공화정을 복원한다며 로마 역사상 최초로 군대를 이끌고 로마로 진군했다. 독재관이 되어 공화정을 "개혁"한 뒤 자발적으로 물러났을 때 로마인들은 안도했다. 하지만 술라가 남긴 선례는 카이사르에게 상속되었고, 카이사르의 선례는 옥타비아누스에게 상속되었다.
옥타비아누스는 카이사르의 "실수"를 학습하여, 형식적으로는 공화정의 모든 기관을 존중하면서 실질적으로는 1인 지배를 완성했다. 원로원은 존재했다. 집정관도 뽑혔다. 민회도 열렸다. 하지만 그것들은 껍데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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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재명 대통령이 G7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캐나다 카나나스키스로 향하는 공군1호기에서 참모들과 회의하고 있다. |
| ⓒ 대통령실제공 |
이 모든 주장에 일리가 있다. 그리고 바로 그것이 위험하다.
로마에서 규범을 처음 깬 사람들도 대부분 일리 있는 이유를 가지고 있었다. 티베리우스 그라쿠스의 호민관 재선 시도는 토지 개혁이 절실했기 때문이었고, 술라의 진군은 부당한 처우에 대한 대응이었으며, 카이사르의 루비콘 도하는 정적들의 정치적 박해를 피하기 위한 것이었다. 모든 규범의 파괴에는 그럴듯한 이유가 있었고, 모든 규범의 파괴는 다음번 더 큰 파괴를 위한 선례가 되었다.
128조 2항의 개정이 "국민의 뜻"이라는 논리로 정당화되는 순간, 대한민국 헌정사에 새로운 선례가 만들어진다. 현직 대통령이 재임 중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헌법의 권력 구조를 바꿀 수 있다는 선례다. 사실 우리 공동체는 사사오입, 유신, 체육관 선거 등 이미 불행한 선례를 너무 많이 가지고 있다. 이 씨앗은 수구의 진영을 넘어 진보의 진영에서 움트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의 재선에 대한 주장이 그래서 두렵다. 저 반헌법적, 야만의 내란 세력의 음지에서가 아니라 우리의 앞 뜰에서 자라고 있기 때문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주어진 권한을 올바르고 합리적으로 사용할 것이다. 나는 그것을 추호도 의심하지 않는다.
하지만 문제는 이재명 그 "이후"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사람이 아니라 공화국에 충성한다는 것
이재명 대통령이 유능하다면, 5년의 임기 동안 유능함을 증명하면 된다. 또한 2026년 현재 그는 증명하고 있다.
정책이 옳다면, 후임자가 그 정책을 이어갈 수 있도록 당과 체제를 만들면 된다. 한 사람의 유능함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제도의 연속성으로 국정을 운영하는 것. 그것이 공화정의 본질이다.
'이 사람이 더 오래 해야 한다'라는 생각은 자연스럽다. 하지만 그것은 왕정의 논리이지 공화정의 논리가 아니다. 공화정은 본질적으로 '차선의 체제'다. 최선의 지도자가 영원히 통치하는 것보다 비효율적이다. 임기 제한은 때로 유능한 지도자의 퇴장을 강제한다. 이 모든 비효율을 감수하는 이유는 단 하나다. 최악을 방지하기 위해서.
아무리 좋은 대통령이라도, 자기 손으로 자기 임기를 늘릴 수 없다는 원칙. 이것은 특정 대통령에 대한 불신이 아니라, 권력 그 자체에 대한 불신이다. 128조 2항에는 공화정의 가장 깊은 지혜가 담겨 있다.
이재명을 지지하기 때문에, 재선에 반대한다
아이러니하게 들릴 수 있지만, 나는 이재명 대통령을 지지하기 때문에 그의 재선에 반대한다.
이재명 정부가 진정으로 역사에 남고 싶다면, 128조 2항을 건드리지 않는 것, 나아가 128조 2항의 정신을 더욱 강화하는 것이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자기에게 유리한 개헌을 할 수 있는 권력을 가지고도 하지 않는 것. 킨키나투스와 조지 워싱턴처럼, 그것이 공화국의 위대한 선례로 남을 것이다.
규범을 잠시 외면하여 목적을 이루고 싶은 유혹을 떨쳐버려야 한다. 술라의 길을 걸어서는 안된다.
결단코, 처음부터 그 길 위에 서지 않아야 한다.
이재명 대통령이 5년 뒤 퇴임하고, 그가 만든 제도와 정책이 후임자에 의해 이어지며, 128조 2항이 손상되지 않은 채로 다음 세대에 전해지는 것. 그것이 12·3 내란을 이겨낸 이 공화국이 자신에게 줄 수 있는 가장 값진 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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