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이 개·돼지 열받는다", 10년 후 진짜 싸움 시작됐다
이재명 대통령의 '분권'은 갑자기 나온 구호가 아닙니다. 성남시장 시절 "핵심은 분권의 문제"라고 했고, 경기도지사 재임 당시에는 "지방분권 개헌은 필수"라고 강조했습니다. 대통령이 된 지금은 "분권의 핵심은 권한과 재정"이라고 말합니다. 이같은 분권 정치가 어떻게 구현되고 있는지 구체적으로 전하고, 그 의미와 과제를 함께 짚어보는 기획을 마련했습니다. <편집자말>
[이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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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식 다섯번째 밤 맞는 이재명 지방재정 개편안 철회를 촉구하며 이재명 성남시장이 무기한 단식투쟁을 시작한지 5일째인 2016년 6월 11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 마련된 농성장에서 일과를 마치고 하루를 정리하고 있다. |
| ⓒ 이희훈 |
당시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은 이 대통령을 향한 날 것의 비판을 서슴지 않았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시민들 세금을 남용해 인심 쓰는 포퓰리즘이다. 나라와 국민을 파탄으로 이끄는 악마의 속삭임"(2016년 1월 6일 최고중진연석회의)이라고 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청년들에게 돈 주고 산후조리원 무료 만들고 한다는데 정부도 선심성 정책 얼마든지 할 수 있다. 정부가 안 하는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2016년 1월 13일 대국민 담화)고 꼬집었다. 남경필 당시 경기도지사는 3대 무상복지 재논의를 요구했으나 성남시가 불응하자 대법원에 해당 사업 예산안 무효소송과 집행정지까지 신청했다.
물론, 이 대통령도 듣고만 있진 않았다. 당시 남 지사를 향해서 "(정부의) 청탁에 따른 명백한 '청부소송'이자 지자체 스스로 지방자치를 옥죄는 '자해소송'"이라고, 김 대표를 향해서는 "성남시가 아닌 국가 부도나 걱정하라"고 일갈했다. 청와대를 향해 서한도 띄웠다. <박근혜 대통령께 드리는 공개서한>을 통해 '3대 복지 차단, 진정 대통령 뜻이냐'고 다섯 번 물었다.
그는 "요즘 잠을 제대로 이룰 수 없다. 3대 복지정책이 무산될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라며 "사업 시행일이 정확히 9일 남았다. 성남시의 3대 무상복지정책을 계획대로 시행할 수 있게 해달라"고 청했다. 성남시 자체적으로 무상복지를 시행하게 해달라는 것이 골자지만, 서한에서 눈여겨봐야 할 대목은 따로 있었다.
"지방자치단체는 헌법이 정한 자치기구로 고유자치권에 기해 자체재원으로 고유사무인 주민복지 증진을 위한 일을 간섭 없이 시행할 권한이 있습니다. (중략) 지방자치는 헌법이 정한 제도이며, 성남시는 주민직선에 의해 구성된 의회와 단체장을 두고 자치하는 하나의 지방정부입니다. 성남시민을 위해, 성남시가 준비하고, 성남시의회가 승인한 사업을 위헌적, 위법적으로 가로막는 중앙부처의 시도가 과연 대통령의 뜻입니까?" (중략) 비록 변방일지언정 저 또한 100만 성남시민을 대표하며 시민의 권익과 자치권을 지켜낼 의무가 있습니다." (2015년 12월 22일, <박근혜 대통령께 드리는 공개서한>)
서한에는 권(權)자가 12번 등장한다. 권한을 얘기할 때 쓰는 그 '권'자다.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은 3대 무상복지였지만, 실제로 그때 이 대통령이 강조한 것은 '권한'의 문제였다. 지방정부가 실현해 내야 할 자치권을 지자체장으로서 확보해 내겠다는 거였다.
박근혜에 띄운 공개서한에 담긴 12번의 권세 권(權)... 결국은 '권한' 싸움이었다
박근혜 정부는 성남시가 추진하는 3대 무상복지를 탐탁지 않게 여겼다. 그리고 그 반대는 말에서 그치지 않았다. 재정적 압박이 가해졌다.
정부는 지방교부세법 시행령 제 12조 1항 9호를 개정했다. 이 시행령은 지방자치단체가 사회보장 관련 사업을 신설·변경할 때 중앙부처와 협의하지 않거나 협의·조정 결과에 따르지 않을 경우 지자체가 집행한 금액만큼 지방교부금을 삭감할 수 있도록 했다(현금성 복지 지출에 대한 페널티 조항은 2025년 폐지 됨 - 기자 말). 지방교부금은 국가가 지자체 재정을 보조하기 위해 주는 돈이다. 결국 지자체가 사회보장 관련 중앙정부의 뜻에 어긋나는 정책을 실시할 경우 돈줄을 움켜쥐겠다는 거다.
실제 성남시는 청년배당제 관련 복지부와 협의를 거쳤으나 '불수용' 결론이 났다. 청년배당을 위한 예산 113억 원만큼의 교부세 삭감을 감수해야 했던 상황. 정부는 해당 시행령 개정이 누구를 겨냥하고 있는지 굳이 감추려 하지 않았다.
"강제 수단을 동원하게 된 배경에는 이재명 성남시장의 청년배당과 관련이 있다고 봐야 한다." (2015년 11월 12일, 중앙일보가 보도한 정부 관계자 발언)
당시 이 대통령은 이를 "지방자치 말살이자 민주주의에 대한 도전"으로 받아들였다. 지자체 예산을 어디다 사용할 지에 대해 정부가 개입하는 건 '관치'라고 했다.
"중앙정부가 유신독재의 향수 때문인지 모든 부분에서 과거로 질주하고 있습니다. 지방자치를 말살하고 과거 관치시대로 되돌아가려는 노력을 끊임없이 하고 있습니다. 지자체가 주어진 예산 범위 내에서 독자적으로 사업을 하는 것은 법에서 정한 권한인데 정부가 일방적으로 폐지를 지시하는 것은 전대미문의 폭거입니다." (2015년 10월 15일, '박근혜정부 복지말살, 지방자치 훼손 저지를 위한 공동대응 및 권한쟁의 심판청구' 기자회견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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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재명 성남시장이 2016년 6월 3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앞에서 '지방재정개악 반대'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
| ⓒ 권우성 |
2016년 4월, 정부는 또 다른 지방재정 개편안을 내놓았고 성남시 등과 갈등을 빚었다. 기존에는 재정 형편이 양호한 '불교부단체(수원, 성남, 고양, 용인, 화성, 과천)'의 경우 경기도로부터 취득세 등의 90%를 우선적으로 배분 받았으나 이를 단계적으로 폐지하겠다는 것이었다. 정부는 배분 방식을 바꿔 재정 여력이 낮은 시·군에 재원이 가도록 하겠다는 명목을 내세웠다.
개편안 대로라면, 성남시는 1000억 원가량의 재정 감소가 예상됐던 상황. 이 대통령은 반발했다. 그런데 돈 때문만은 아니라고 했다.
"당사자인 자치단체와 아무런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한 것은 지방분권을 무시한 처사입니다. 지방자치를 껍데기로 전락시키는 것입니다. 국민 여러분께서 이 문제가 6개 시만의 문제가 아니라 지방자치 제도의 근간에 대한 문제임을 알아주십시오." (2016년 5월 11일, 6개 불교부단체 공동기자회견에서 이재명 성남시장 발언)
그때 이 대통령이 택한 건 단식이었다. 지방재정 개편안이 '보복'이라고 했다.
"시민을 위한 실험적인 정책들을 추진해 온 자치단체를 손보려는 보복성 정책입니다. 무엇보다 우려되는 건 이번 정부안이 지방자치의 뿌리를 파헤치는 것이 궁극적 의도이기 때문입니다. (중략) 자치와 재정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일은 자치단체와 협의해야 합니다. 왜냐구요? 바로 그곳에 정부가 섬겨야 할 국민이 계시기 때문입니다. 행자부의 칼 끝은 6개 불교부단체가 아닌 지방자치와 분권의 심장을 겨누고 있습니다." (2016년 6월 7일, 단식 돌입 기자회견문)
2016년 기준 성남시가 복지에 쓴 예산은 총 5949억 원이다. 복지비 1/6에 해당되는 재정을 논의 없이 삭감한다는 것은 결국 지자체를 말살하기 위한 하나의 포석이라는 게 당시 대통령의 주장이었다. 지방정부의 재정이 부족해질수록, 중앙정부가 제 뜻대로 '하명'하는 구조가 고착화되리라는 건 뻔히 예상되는 결말이었다.
이 대통령은 그 때 열하루를 굶었다. 달라진 건 없었다. 보수 언론들은 이 단식을 '스쿠르지 농성'이라고 했다. "경기도 교부금을 조정하는 것은 개인으로 치면 부유한 사람에게 잘못 간 세금 혜택을 가난한 사람에게 돌려주는 것과 같다. 이 시장이 자신과 성남의 가난했던 옛 시절을 잊어버리고 못된 스크루지 행세를 해선 안 된다"(2016년 6월 15일, <동아일보> 성남 이재명의 '스크루지 농성')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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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6년 6월 17일 오전 지방재정 개편안 철회를 촉구하며 광화문광장에서 11일째 단식농성을 벌이던 이재명 성남시장이 "당에서 책임지고 해결하겠다"는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대위대표의 요청을 받아들여, 단식농성을 중단하고 분당보건소 구급차를 타고 병원으로 향했다. |
| ⓒ 권우성 |
단식 중단 후 병원 치료를 마치자마자, 이 대통령은
새로운 화두를 꺼냈다. '진짜 자치'를 만들어내겠다고 했다.
"우리 스스로 시민의 재정과 권한을 지키며 진짜 자치를 만들어 내려고 노력하는 것이 대리인의 참된 역할과 자세" (2016년 6월 27일, 성남시 내부통신망에 올린 글)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11일간의 단식은 1000억 원의 예산을 지키기 위함만은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자신이
쟁취하고자 했던 건 '진짜 자치'였고, 이를 위해 필요한 게 '지방분권형 개헌'이라고 했다.
"자율적 정책 결정권도, 자치를 위한 정상적 예산도, 최소한의 조직 권한조차도 없는 껍데기 지방자치가 대한민국 지방자치의 실상입니다. (중제) 시민의 삶은 지역에서 지속됩니다. 교육의 기회도, 복지의 혜택도, 현장에서의 안전도, 새로운 일자리도 결국 지역에서 실현됩니다. (중략) 기회가 균등하게 주어지는 공정사회를 위해 권력은 나누어져야 합니다. 그 핵심은 권력의 분배, 즉 분권의 문제입니다. (중략) 시민의, 시민에 의한, 시민을 위한 성남시 자치권을 지키기 위해 지방분권현 개헌은 불가피한 선택입니다." (2016년 6월 29일, 이 시장 취임 2주년 '성남시민께 드리는 글')
시민의 삶과 맞닿아 있는 지방 정부에서 '스스로' 정책을 결정하고, 예산을 짜고, 조직을 구성하려면 중앙으로 쏠려있는 권력을 나눠야만 한다는 것이었다. 돈을 움켜쥔 곳이 시민과 멀어질수록, 시민의 삶과는 무관한 정책들로 채워질 거라는 우려이기도 했다. 그러면서 다시 강조한 개념이 '주인이 누구냐'이다. 국민이 주인임을 명확히 인지한다면, 주인과 가장 가까이 밀착해 있는 지방정부에 '자치'의 권한을 주는 건 당연한 수순이라는 논리다.
"이재명 개·돼지(2016년 7월 당시, 교육부 정책기획관이 기자들과 자리에서 '민중은 개·돼지'라고 말한 것이 알려져 공분을 사고 있던 시점임 - 기자 말)가 한 말씀 드리면요. (웃음) 민주주의라고 하는 것이 국민의 주권성을 인정하는 거잖아요. 국민이 나라의 주인이고, 국가 권력은 분산돼야 하고, 지방자치는 민주주의의 토대고. (그런데) 우리나라 지도층이라고 자부하는 자들은 자기들이 국민의 대리인이라 생각하는 게 아니라 지배자라 생각합니다.
'국민은 개·돼지다', '국민 버릇 나빠져(김무성 "복지과잉으로 가면 나태해진다")', '국민이 은혜를 몰라(무상급식 관련 주민소환 청구한 학부모 단체에 홍준표 "배은망덕")', 이게 머슴이 아니라 국민을 지배 대상, 종으로 여기는 겁니다. 이 개·돼지 열받습니다. 이런 것들이 주인 따귀 때리는 행동이고요. (중략) 지방자치가 통째로 무너지고 있고, 저도 단식하면서 싸워봤는데요. 지방자치단체장의 활동으로는 도저히 저지할 수 없습니다. (지방자치 문제를) 의제화할 수조차 없습니다. 광화문에서 굶으니 (사람들이) 관심을 조금 가지는 수준에 불과해서요. (중략) 지방자치단체장이 중앙 정치, 전국적 의제에 대해 이야기하는 게 생소해요. 저는 이 벽을 깨뜨려야 한다고 생각해요." (2016년 7월 12일, <오마이뉴스> 인터뷰 중)
"꼬리를 잡아 몸통을 흔든다"
재정 페널티와 각종 소송의 전방위적 압박 속에서도 당시 이 대통령은 3대 무상복지를 시행했다. 2016년 청년배당을 지급하기 시작했고, 무상산후조리 지원도 실시했다. 무상교복 역시 첫 지급이 완료됐다. 2016년 한 해 동안 청년배당은 1만 8420명에게 지급됐다. 산후조리지원금은 6545명이, 교복지원금은 8561명이 받았다.
성남이라는 꼬리를 잡아, 몸통 대한민국을 흔들겠다는 포부였다. 그만의 '재정 투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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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6년 당시 이재명 성남시장이 관철시킨 '청년배당'의 수혜를 입었다는 청년이 성남시에 보낸 편지. |
| ⓒ 성남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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