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 뼈 발견된 호랑이 굴, 단양에 있다
천안시 학예연구사이자 20여 년 동안 문화유산을 연구하고 탐방해 온 문화유산 전문 여행작가입니다. '거룩한 장도, 한국 호랑이를 찾아서'라는 주제를 지속적으로 다룹니다. <기자말>
[정재학 기자]
시간은 속절없이 흘러 사라진다. 하지만 그 사이, 장소는 돌과 뼈, 흙의 결로 켜켜이 흔적을 남기고, 쌓인 층위 속의 기억은 우리에게 말을 건넨다. 인간의 기억은 한계가 있지만 자연은 묵묵히 현장의 기억을 간직한 채 당시의 이야기를 들려줄 이들을 기다린다.
시간은 그들을 어떻게 기억하고 있는가. 그 이야기를 듣고자 현장으로 길을 나선다. 한국호랑이에 대한 가장 오래된 흔적은 구석기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그 기억을 찾아 충북 단양의 구낭굴 유적으로 지난 3월 30일에 탐방을 떠났다.
충북 단양에 들어서자 육중한 시멘트 공장과 풀풀 먼지를 날리며 분주한 레미콘 트럭들이 시야를 막아 세웠다. 석회암 지대의 특성이 산업의 풍경으로 전환되는 장면으로 기분이 묘했다. 단양은 우리나라 대표적인 카르스트 지형으로, 오랜 시간 물과 암석이 상호작용을 하며 수많은 동굴을 만들어냈다.
|
|
| ▲ 단양 구낭굴 구석기 유적 표지석 비포장 길을 따라 700m 더 들어가야 한다. |
| ⓒ 정재학 |
|
|
| ▲ 단양 구낭굴 구석기 유적지 전경 동굴 입구가 2개가 있다. |
| ⓒ 정재학 |
|
|
| ▲ 발굴현장 전경 아직도 바둑판 그리드와 층위를 표시하는 라벨 등이 남겨져 있다. |
| ⓒ 정재학 |
조사 결과, 9개의 퇴적층과 3개의 문화층이 확인되었다. 연대는 대략 20만 년 이전에서 4만 년 전으로 추정하고 있고 그중에서도 3 문화층이 중심 문화층이라고 한다. 이 문화층에서 어른 남자의 뼈와 21종의 짐승화석, 각종 석기와 뼈 연모, 식물 화석 등이 출토되었다. 특히 호랑이 뼈가 발견되었다는 대목에서 눈길이 멈췄다.
|
|
| ▲ 충북대학교 박물관 전경 한반도 중부 대륙 선사문화의 보고 |
| ⓒ 정재학 |
|
|
| ▲ 구낭굴유적 호랑이뼈 전경 송곳니 2점, 아래턱뼈 1점, 발가락뼈 10점이 전시되어 있다. |
| ⓒ 정재학 |
|
|
| ▲ 호랑이 송곳니와 아래턱뼈 단양 구낭굴 구석기유적에서 출토된 호랑이뼈 |
| ⓒ 정재학 |
그런데 함께 출토된 석기, 도구들의 수준을 살펴보았을 때 면대면 사냥은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고 완전히 가능성이 없는 것도 아닌 것이 함께 출토된 곰 뼈에 찍힌 자국이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덫과 공동체의 협업 등으로 사냥하지 않았을까 싶다. 남겨진 뼈의 상태도 말끔하고 모두 위력적인 부위인지라 의례적인 용도로 사용하다가 시간의 기억 속에 쌓인 것은 아닌지 상념에 빠져 보았다.
호랑이의 이빨을 바라보고 있다 보니 신라 왕호인 '이사금'이 문득 떠올랐다. 어원이 '이'는 이빨을, '사금'은 우두머리를 의미하는데 이는 곧, 이빨을 가진 자, 즉 강력한 존재를 상징한다고 볼 수 있다. 호랑이의 송곳니는 단순한 생존 도구를 넘어, 권력과 위엄의 상징이었을지도 모른다.
이렇게 단양 구낭굴에서 시작된 여정은 단순한 유적 탐방을 넘어, 시간과 기억, 그리고 존재에 대한 사유로 이어졌다. 호랑이는 더 이상 이 땅에 살지 않지만, 그 흔적은 여전히 시간의 기억 속에 남아 있었다. 그리고 과거는 장소를 기억하라고 하고, 현재는 현장으로 초대했다. 미래는 과연 어떤 질문을 던질까. 시간의 기억 속에서 한국호랑이는 여전히 살아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정말 대통령님이 읽으시나요?" 청와대로 간 학생들의 편지
- "김상욱이든 김종훈이든 안 합치면 울산은 100% 김두겸"
- [단독] 김성태 '수발' 박상웅, 연어 술파티 그날...소주 반입 정황 출입기록 확인
- "아프냐? 나도 아프다" 이후 배우 이서진의 최고 명언
- 주한쿠바대사 "조선일보 보도, 쿠바 국민에 대한 모욕" 서한
- [이충재 칼럼] 장동혁의 '이재명 때리기', 번지수가 틀렸다
- [박순찬의 장도리 카툰] 받들어 총이냐 받들어 차기시장이냐
- 이번 주말 놓치면 끝... 다 진 줄 알았던 벚꽃, 여긴 이제 절정
- 이 대통령 국정지지율 67%, 최고치 유지... TK 직무긍정률 11%p 올랐다
- 전재수 사법리스크 벗었다... 통일교 금품수수 무혐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