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분 거리를 2시간 걸려서" 공무원들 울상…차량 2부제에 '렌터카' 알아보기도
편도 30㎞ 이상 시 예외 가능
경기도 성남시 분당에서 근무하는 50대 공공기관 간부 A씨는 "평소 차로 40분이면 도착하던 20㎞ 출근길을 이제는 이틀에 한 번 대중교통을 타야 한다"며 "버스로 갈아타고 이동하면 거의 2시간이 걸린다. 사실상 출근 자체가 부담된다"고 토로했다.
정부서울청사로 출근하는 공무원 B씨는 "최근 5부제 시행으로 카풀(직장 동료 등과 차량을 함께 이용하는 것)을 구했는데 며칠 뒤 2부제로 바뀌면서 둘 다 짝수 차량이라는 걸 뒤늦게 알았다"며 "홀수 차량 카풀 팀을 다시 구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중동 전쟁 장기화 여파로 에너지 위기가 심화하면서 공공부문 차량 운행을 '2부제(홀짝제)'로 강화하자 공직사회 출근 풍경이 빠르게 바뀌고 있다. 직장인 커뮤니티에서는 카풀 구인 글이 쏟아지고, 가족 차량을 돌려 쓰는 등 대응 방식도 다양해지고 있다.
정부는 8일부터 중앙행정기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시도교육청, 국공립 학교 등 약 1만1000개 기관을 대상으로 승용차 2부제에 돌입했다. 자원 안보 위기 경보를 '경계' 단계로 격상하면서 기존 5부제를 2부제로 강화한 데 따른 조치다. 차량 번호 끝자리를 기준으로 홀수일에는 홀수 차량, 짝수일에는 짝수 차량만 운행할 수 있다. 사실상 전국 공직사회 전반이 적용 대상에 포함됐다.
차량 2부제 시행 첫날, 출근길 풍경은 눈에 띄게 달라졌다. 정부세종청사 차단기 입구에는 관리자가 일일이 차량 번호판을 검사하고, 예외 차량의 경우 사유를 직접 확인하면서 출입을 허가하고 있다. 청사 한 공무원은 "아침에 급하게 나오느라 아무 생각 없이 차를 끌고 나왔다가, 2부제 시행이 생각났다"며 "결국 다시 돌아가 차를 세우고 30분을 걸어 출근했다"고 말했다.
직장인 커뮤니티에서는 공공기관 2부제에 대응하기 위한 다양한 사례가 공유되고 있다. 에너지 공기업 직원은 "번호가 다른 차량을 맞추려고 단기 렌터카를 알아봤다"며 "출근 때문에 렌터카까지 써야 하나 고민된다"고 털어놨다. 또 다른 직원은 "출장 일정을 잡아놨는데 차량 운행 제한에 걸려 일정을 조정해야 하는지, 업무차량은 예외 조건에 해당하는지 헷갈린다"고 토로했다. 주차를 피하기 위한 '꼼수'도 등장했다. 한 직원은 "회사에서 조금 떨어진 아파트 단지에 주차하고 걸어오자는 얘기가 나왔지만, 민원 문제 때문에 쉽지 않다"고 했다.

이번 조치는 단순한 권고가 아닌 사실상 강제에 가깝다. 정부청사의 경우 위반 차량이 적발되면 해당 기관장에게 통보되며, 반복 위반 시 주차장 출입 제한이나 징계까지 이어질 수 있다. 위반 횟수는 기존 5부제 위반 이력과 합산 관리된다.
다만 모든 차량이 일률적으로 제한되는 것은 아니다. 정부의 차량 2부제 시행계획에 따르면, 공공기관 임직원의 출퇴근용 승용차와 공용 차량이 원칙적으로 대상이지만 전기차·수소차, 장애인 차량, 임산부·유아 동승 차량 등은 제외된다.
특히 장거리 출·퇴근자의 경우 예외 적용 가능성이 있다. 편도 30㎞ 이상 또는 90분 이상 소요되는 경우, 통상적인 출퇴근 경로 기준으로 판단해 기관장이 필요 최소 범위에서 제외 차량으로 인정할 수 있다. 다만 이 기준은 절대적인 수치가 아니라 기관별 여건에 따라 조정될 수 있다.
국가공무원노조는 일률적인 2부제 강요에 "유연근무와 재택근무 비율을 확대해 출·퇴근에 소요되는 에너지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면 되지 않느냐"면서 "대면 보고와 장거리 회의를 화상회의로 바꿔 불필요한 이동을 최소화하고, 에너지 소비 구조도 바꾸면 된다"고 말한다. 또한 "대중교통 인프라가 부족한 세종시 등 신도시 지역과 초등학생 이하 자녀를 둔 양육 공무원, 긴급 현장 인력에 대해서는 일률적 제한이 아닌 업무 특성을 고려한 탄력적 운영권과 예외 규정을 보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출장이나 외근 등 업무 목적 차량도 기본적으로 2부제 적용 대상이지만, 긴급성이나 대중교통 이용 불편이 큰 경우 기관장 승인 아래 한시적 예외가 허용된다. 교대근무, 당직자 등의 차량이 운휴일이 아닌 날 출입하고 다음 날(운휴일) 퇴근할 경우 제외 차량으로 인정이 권고된다. 확인 서류를 담당 부서로부터 발급받아 차량 전면에 부착하면 예외가 인정된다. 한편 민간기업에서도 에너지 절감 문화에 동참하고자 차량 5부제나 2부제를 시행, 출·퇴근 및 점심시간 외 승강기 운행제한 등을 시행하고 있다. 정부는 "에너지 수급 위기 상황에서 공공부문이 선도적으로 절약에 나서야 한다"며 "다소 불편이 따르더라도 차량 2부제와 공영주차장 5부제에 적극 협조해달라"고 밝혔다.
세종=이동우 기자 dw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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