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시장직 왜 던집니까”…野 빨간색 포기하고 ‘현직’ 유지 왜

김규태 2026. 4. 10.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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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28일 강원 강릉시 포남동 강릉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강원도정 보고회 강릉권 행사에 김진태 도지사가 관찰사 복장으로 도정 보고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당에서 하루라도 빨리 예비후보 등록을 하라고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 시장직을 왜 던집니까?”

6·3 지방선거에서 현직 시·도지사 출마를 돕는 전직 국민의힘 의원은 9일 중앙일보에 이렇게 말했다. 당초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은 지난달 3일 현직 단체장에게 “이른 시점에 직을 내려놓고 후보로 등록해달라”고 했다. 선거관리위원회에 예비후보로 정식 등록을 하면 선거사무소를 설치하고 유세복을 입고 어깨띠를 착용할 수 있는 만큼 각 단체장들이 국민의힘을 상징하는 빨간 옷을 입고 선거 분위기를 전환해달라는 ‘SOS(구조신호)’였다. 하지만 이 관계자는 “직을 끝까지 유지하며 시정을 홍보하는 게 낫지, 빨간 옷을 입는 건 선거에 마이너스”라고 했다.

국민의힘은 지난달 17일 전통의 보수 강세 지역으로 꼽히는 강원·경남·울산 지역의 시·도지사 공천을 일찌감치 마무리해 확정했다. 하지만 정작 현역 단체장들은 한 달 가까이 후보 등록을 미루고 있다. 김두겸 울산시장은 지난 2일 출마 및 후보 등록을 예고했다가 철회했고, 김진태 강원지사와 박완수 경남지사도 직을 유지 중이다.

현역 단체장이 예비후보로 등록할 경우 지방자치법 제124조에 따라 직무는 자동 정지된다. 반대로 공식 후보자 등록 기간(5월 14∼15일) 전까지 예비후보 등록을 하지 않으면 그대로 직을 유지할 수 있다. 그럴 경우 ‘현직 프리미엄’을 계속해서 누릴 수는 있지만, 유세복을 입을 수 없고, 정당 행사 참여가 금지되는 등 대부분의 선거 운동에 상당한 제약을 받는다.

이런 이유로 강기정 광주시장, 오영훈 제주지사, 김영록 전남지사, 김동연 경기지사 등 더불어민주당 현역 단체장은 예비후보로 등록을 한 뒤 민주당 경선에 뛰었다.

박완수 경남도지사가 2일 서울 여의도 켄싱턴호텔에서 열린 광역자치단체 통합 관련 시장·도지사 연석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뉴스1


반면 국민의힘에선 이런 모습을 찾기 어렵다. 경선이 아직 끝나지 않은 오세훈 서울시장뿐 아니라 강원·경남·울산 등 보수 강세 지역에서조차 후보 등록을 미루는 걸 놓고 “당 후보로 부각되는 것을 최대한 피하려는 게 아니겠느냐”는 말이 나온다. 특히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후보와 박빙이거나 판세가 역전됐다는 결과가 나오며 현역 단체장들 사이에선 출마를 미루려는 분위기가 한층 커졌다.

이처럼 국민의힘 현역 단체장들이 끝까지 직을 유지하는 배경에는 당 위기 상황을 개인 역량을 기반으로 돌파하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박완수 지사는 지난달 19일 경남도민 330만명 전원에게 생활지원금 10만원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지역 바닥 민심을 잡기 위해 국민의힘에서 주장해온 ‘선별 지급’ 기조를 뒤집은 것이다. 김진태 지사는 지난 2월 9일 ‘강원특별법 3차 개정안’ 처리를 요구하며 국회를 찾아 삭발 시위를 벌이는 등 도정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김 지사는 지난달 28일 강원 강릉시 포남동 강릉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강원도정 보고회 때는 관찰사 복장으로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김두겸 시장도 최근 중동 전쟁으로 종량제 봉투 대란이 불거지자 지난 2일 울산 남구의 종량제 봉투 제작 업체를 방문해 수급 상황을 점검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국민의힘 상황이 좋지 않기 때문에 지역 현안에 올인하는 게 현재로선 최선의 수라고 판단한 것”이라고 했다.

31일 울산시 북구의 한 마트를 방문한 김두겸 울산시장이 쓰레기 종량제 봉투 수급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지지율이 연일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어 당과의 접촉을 최대한 피하려는 분위기도 이어지고 있다.

실제 장동혁 대표는 9일 강원 지역에서 현장 최고위원회 개최를 추진했지만 무산됐다. 한 지역 의원은 “김 지사가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아 선거법 상 행사 참여가 불가능하다는 통보를 해 취소된 것”이라고 했다. 김진태 지사와 박완수 지사, 김두겸 시장 모두 지난달 이후 개인 페이스북에 국민의힘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는 등 당과 거리를 두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김규태·여성국 기자 kim.gyut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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