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 장려 외치지만…쌍둥이·미혼모는 여전히 보험 사각지대

김미현 2026. 4. 10.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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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임신 21주차에 접어든 쌍둥이 임산부 A씨는 최근 태아보험 가입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정밀초음파 검사 이후 심사를 진행 중이지만, 보험사로부터 보완 요청이 반복되며 가입 절차가 지연되고 있기 때문이다. A씨는 “쌍둥이라 그런지 서류 보완 요청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며 “아직도 심사를 통과하지 못한 상태”라고 말했다. 이어 “다른 산모들은 어떻게 가입하고 있는지 궁금하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지난 3월 말 임신 20주에 접어든 쌍둥이 임산부 B씨는 태아보험 가입을 시도하다 거절을 경험했다. 초음파 검사에서는 두 아이 모두 건강하다는 판정을 받았지만, 보험사 판단 달랐다. B씨는 “처음에는 두 아이를 가진 기쁨에만 집중했는데, 태아보험 가입이 거절되고 나서야 현실적인 문제를 체감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주변에서 쌍둥이는 단태아보다 심사가 훨씬 까다롭고, 20주 이후에는 서류 심사에서 탈락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며 “검사 결과는 모두 정상인데도 지금 신청해도 또 거절되는 건 아닐지 마음이 너무 조급하다”고 털어놨다.

태아보험 가입이 사실상 ‘출산 필수 코스’로 자리 잡았지만, 그 이면의 격차는 여전히 뚜렷하다. 단태아는 전원 가입에 가까운 수준으로 시장이 확대된 반면, 다태아와 미혼모 등 취약계층은 높은 심사 문턱과 비용 부담에 가로막혀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래픽=한지영 디자이너


단태아 48만건…“사실상 전원 가입”

9일 강명구 국민의힘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태아보험 가입 건수는 48만3061건으로 전년 대비 9% 증가했다. 이는 임신 상태에서 어린이보험에 가입한 건수를 기준으로 집계한 수치다.

태아보험 가입은 최근 5년간 증가 흐름을 보였다. 2021년 42만6591건에서 2022년 41만9045건, 2023년 40만5297건으로 감소했지만, 2024년 44만3009건으로 반등했다. 이어 지난해에는 48만3061건으로 늘며 최근 5년 사이 최대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가입 건수는 같은 해 출생아 수(약 25만명)의 두 배 수준이다. 태아보험 구조에서 비롯된 결과다. 태아보험은 종합보험(어린이보험)과 실손의료보험을 함께 가입하는 방식으로 판매된다. 2017~2018년 금융당국이 두 상품의 결합 판매를 금지하면서 각각 별도 계약으로 분리됐고, 이로 인해 태아 1명당 최소 2건의 계약이 발생한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사실상 ‘전원 가입’으로 평가한다. 산부인과와 산후조리원을 중심으로 가입 여부를 묻는 것이 자연스러운 분위기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요즘은 태아보험 가입이 기본처럼 여겨진다”며 “경제적 여력이 있는 가정에서는 출산 준비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보험을 함께 가입하는 흐름”이라고 말했다.

보험사에도 선호도가 높은 상품이다. 어린이보험은 해약률이 낮고 계약 유지 기간이 길어 안정적인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또 다른 보험업계 관계자는 “수익성이 일부 낮아졌더라도 회사에 꼭 필요한 상품”이라고 설명했다.

그래픽=한지영 디자이너

다태아 가입 늘었지만…“여전히 높은 장벽”

반면 다태아는 사정이 다르다. 제도 문턱은 낮아졌지만 현장 체감은 여전히 까다롭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2024년 말 보험개혁회의를 통해 다태아 태아보험 인수 기준을 완화했다. 임신 20주 이후 가입 제한과 담보 축소 등 기존 제약을 없앴고, 지난해 8월부터는 난임 여부 확인도 금지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난임 사실이 인수 심사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데도 이를 고지하도록 하는 것은 과도한 민감정보 수집”이라며 “고지 대상에서 제외하도록 지도했다”고 밝혔다.

제도 개선 이후 가입은 늘었다. 다태아 태아보험 가입 건수는 2021년 1만3995건에서 2023년 1만2454건으로 감소했다가 2024년 1만3233건, 2025년 1만6757건으로 증가했다. 세쌍둥이 이상 가입도 2023년 0건에서 2025년 116건으로 늘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여전히 심사 문턱이 높다는 반응이 많다. 단태아는 간편 고지 중심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지만, 다태아는 산모 병력과 소견서, 검사 결과지 등 추가 서류 제출을 요구받는 일이 잦다. 업계에서는 “보완 요청이 반복되면 사실상 거절 신호”라는 말도 나온다.

실제 가입 과정에서 탈락 사례도 이어진다. 한 쌍둥이 산모는 “서류 보완 요청을 반복해서 받다가 결국 보험 없이 출산했다”고 말했다. 설계사들도 부담을 토로한다. 한 설계사는 “단태아는 큰 문제 없이 승인되는 경우가 많지만, 다태아는 여전히 심사가 깐깐하다”며 “산전 기록지나 초음파 결과지 등 추가 자료를 요구받을 가능성이 높고, 기형아 검사에서 고위험군 판정이나 재검 소견이 나오면 출산 전까지 가입이 보류될 수 있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단순히 다태아라는 이유로 거절되는 사례는 줄었지만, 위험도가 높을수록 인수 단계에서 걸러지는 구조는 여전하다. 정작 보험이 필요한 고위험군이 배제되는 셈이다. 또 다른 설계사는 “다태아는 조산 가능성이 높아 니큐(신생아 집중치료실) 입원일당이나 저체중아 입원일당이 중요하지만, 손해율이 높다는 이유로 임신 주수가 늘어날수록 보장 한도가 낮아지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미혼모는 더 바깥…“무료보험도 몰라”

사각지대는 미혼모에서 더 두드러진다. 현장에서는 미혼모가 태아보험 자체를 가입하지 못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장 큰 이유는 비용이다. 태아보험은 월 수만원 수준의 보험료가 발생한다. 미혼모는 임신 이후 소득이 끊기는 경우가 많다. 출산과 양육을 홀로 감당해야 하는 상황에서 보험료는 우선순위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 김민정 한국미혼모가족협회 대표는 “경제적 여건 때문에 태아보험 가입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서울시와 우체국이 운영하는 무료보험도 있지만 보장 범위는 제한적이다. 이 때문에 경제적 여건이 되는 산모들은 내용을 확인한 뒤 별도의 민간 보험 가입을 고려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문제는 공익형 무료보험조차 현장에서는 충분히 알려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우체국이 운영하는 ‘대한민국 엄마보험’ 가입자는 2023년 약 6만9900명에서 2024년 13만8000명으로 늘었고, 2025년에는 누적 21만9690명을 기록했다. 이 보험은 임신부 질환과 자녀 희귀질환을 무료로 보장한다.

하지만 정작 필요한 취약계층에서는 체감도가 높지 않다는 게 현장 반응이다. 김 대표는 “그런 보험이 있는지 모르는 미혼모가 대부분”이라며 “활용하는 사례도 많지 않다”고 말했다. 또 다른 미혼모 단체인 변화된미래를만드는미혼모협회 인트리 대표 관계자도 “잘 알지 못한다. 상세하게 아는 분들은 많지 않다”고 전했다.

정부는 홍보를 강화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보건소와 주민센터, 온라인 채널 등을 통해 안내를 확대하고 있으며 온라인 가입 시스템도 구축했다. 우체국 관계자는 “가입 절차를 간소화하고 홍보를 지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미현 기자 mhyunk@kukinews.com
권혜진 기자 hjk@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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