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發 직고용 도미노 오나…완성차·조선업계 예의주시

이수민 2026. 4. 10.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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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제철소전경. 포스코 제공 

포스코가 포항과 광양제철소의 협력사 현장 근로자 7000여 명을 본사가 직접 고용하기로 결정하면서 업계에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이번 결정은 전체 임직원의 약 40%에 달하는 인원을 한꺼번에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상당한 규모로, 지난 15년간 이어온 불법 파견 논란을 매듭짓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9일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는 지난 7일 두 제철소의 생산 현장에서 조업을 지원하는 협력사 직원을 직접 고용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지난해 8월 밝힌 ‘다단계 하청 구조를 포함한 하도급 구조의 근본적 개선’ 방침을 현실화한 것이다. 포스코는 입사를 희망하는 협력사 직원들을 대상으로 정식 채용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번 결정의 배경에는 지난달 시행된 이른바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이 자리한 것으로 보인다. 법 시행으로 하청 노조가 원청인 포스코에 직접 교섭을 요구할 수 있게 되자, 포스코가 장기적인 법적 분쟁보다 직고용을 통해 노사 관계의 주도권을 선제적으로 확보하려 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포스코는 법 시행 첫날 하청 노조의 교섭 요구에 즉각 응답하며 보다 적극적 태도를 보였다.

불법파견을 둘러싼 근로자지위 확인 소송 역시 중요한 변수로 작용했다. 2011년부터 이어진 소송에서 대법원은 2022년 처음으로 하청 노동자 측 손을 들어주며 제철업계 불법파견을 인정했다. 이후 하급심에서도 잇따라 노동자 측이 승소하자, 노란봉투법 시행과 맞물려 포스코가 소송을 계속하는 것보다 경영상 실익이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를 경영 판단에 기반한 ‘선제적 결단’으로 평가한다. 양승엽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최종 판결이 나오기 전 선제적 정규직 전환에 나선 것은 규범적 강제보다 경영적 판단의 결과”라며 “노사 갈등의 물꼬를 튼 의미 있는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수익을 내는 기업이 노동시장 이중구조 해소에 비용을 분담하는 바람직한 사례라는 평가도 나온다.

업계에서는 ‘채용’과 ‘소송 종결’을 맞바꾸는 일종의 패키지 딜이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번 결정으로 사측이 대규모 직고용을 통해 인건비를 추가로 부담하되, 과거 임금 차액 소급분 지급 등 법적 리스크를 해소하려 한다는 것이다.

반면 노동계는 이를 ‘선별적 꼼수’라고 비판한다. 김한주 전국금속노조 언론국장은 “법원 판결대로라면 제철소 모든 하청 공정이 불법파견에 해당하는데, 일부만 채용하는 것은 평등 원칙에 반한다”며 “사측이 현대차나 한국GM처럼 선제적 채용을 전략적으로 이용해 불법파견의 본질을 흐리려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노동계는 포스코가 직고용 대상자에게 근로자지위 확인 소송 취하 및 향후 이의 제기 금지를 조건으로 하는 ‘부제소 합의’를 요구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 역시 “사측이 소송 취하를 정규직 전환의 조건으로 내걸 수 있다”고 내다봤다.

직고용 대상에서 제외된 운송직과 단순 노무직 등 약 3000명의 소외 문제도 불거지고 있다. 형평성 논란이 커지면서 현장 불만 역시 적지 않은 상황이다. 한 철강업계 관계자는 “모든 공정이 불법파견에 속하는데 일부만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것은 평등 원칙에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포스코 정규직 노조 또한 “사측이 구성원들과의 사전 공감대 없이 일방적으로 결정했다”며 역차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신규 직고용 인력이 별도의 직군으로 편입돼 기존과 같은 임금 격차가 유지될 경우, 또 다른 형태의 ‘노노(勞勞) 갈등’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처럼 다양한 시각이 교차하는 가운데, 직고용 과정의 법적 정당성 확보가 핵심 과제로 남아 있다. 양 연구위원은 “민사법상 부재소 합의는 인정되더라도 노동법상에는 강행 규정이 많아, 개별 근로자에게 압박을 가해 얻은 합의는 무효가 될 소지가 있다”며 “노동조합 등 집단적 동의가 뒷받침돼야 진정한 상생 고용 모델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업계는 이번 포스코 사례가 불법파견 이슈를 안고 있는 다른 대기업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하청 구조가 비슷한 완성차·조선 업계도 이번 사례가 향후 노사 협상과 소송 결과에 어떤 영향을 줄지 예의주시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수민 기자 breathming@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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