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점퍼’ 못입겠다는 국힘…‘빨간 현수막’ TK 달아보자는 민주

김나한 2026. 4. 10. 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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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8일 대구 북구 인터불고 엑스코 호텔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대구시장 후보인 김부겸 전 국무총리에게 당 점퍼를 입혀주고 있다. 연합뉴스

6·3 지방선거에서 대구 입성을 노리는 더불어민주당이 TK(대구·경북)에서만큼은 당색(黨色) 파란색이 아닌 ‘빨간색’도 허용하겠단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빨간색의 원래 주인인 국민의힘 주자들이 내홍 속 선뜻 빨간 점퍼 입기조차 꺼려하는 틈을 공략하겠다는 취지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9일 중앙일보 통화에서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 상징색인 파란색을 중심으로 보라·초록·노랑 등이 섞인 ‘오로라 빛’을 쓸 예정”이라며 “오로라 빛은 12·3 계엄 이후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을 촉구하는 ‘응원봉 집회’를 상징한다”고 말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TK(대구·경북)에 한해서는 포스터·명함·현수막 등에 빨간색도 허용할 수도 있다”고 했다. 험지를 넘어 민주당 사지(死地)로 불리는 대구시장에 출마한 김부겸 전 국무총리 등을 고려해서다. 당 홍보위원회는 이같은 뜻을 김 전 총리 측에 전달했다고 한다.

김 전 총리 캠프 핵심 관계자는 일단 “현재까지는 신중히 생각하고 있다”고만 했다. 다만 “당에서 대구 시민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는 기존에 우리 당이 고수해왔던 원칙이나 그런 것으로부터 좀 자유롭게 해줘야겠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이해한다”고 평가했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전날 대구 매천시장을 방문해 “대구 시민의 마음을 조금씩 조금씩 열 수 있도록 저희가 모든 지극 정성을 다하겠다”고 강조했었다. 민주당 지도부는 다음 주 중 ‘빨강 허용’ 여부에 대한 지침을 확정할 계획이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지역발전 영입 인재 환영식에서 영입 인재들에게 입혀줄 점퍼를 들고 있다. 뉴스1

민주당의 움직임은 빨간 점퍼 입기를 망설이는 국민의힘 주자들의 처지와 대비된다. 여권 관계자는 “국민의힘이 정작 빨간색을 못 쓰고 하얀 점퍼를 입고 유세하는 판국인데 우리가 TK에서 빨간색을 쓰면 강하게 대비될 것”이라고 했다. 빨간색은 2012년 한나라당이 새누리당으로 당명을 변경하며 당 상징색을 파랑에서 빨강으로 전격 교체한 이래 줄곧 국민의힘 계열 정당의 상징이었다. 지난 2일 추가경정예산(추경) 시정연설을 위해 국회를 찾은 이재명 대통령이 보라색 넥타이를 한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를 향해 “우리 대표님, 왜 빨간 것 안 맸나요?”라고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하지만 12·3 계엄과 윤 전 대통령 탄핵을 거치는 과정에서 ‘윤 어게인’ 세력에 대한 비판 목소리가 높아지며 최근 일부 국민의힘 후보들이 빨강 대신 하얀 점퍼를 입고 선전에 나선 모습을 포착하기 어렵지 않다. 특히 6·3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 5선에 도전하는 오세훈 현 시장이 장동혁 지도부를 향해 ‘절윤’을 요구하며 “빨간 점퍼를 입게 해달라”고 압박하고 있다. 쇄신하지 않을 경우 당 상징색을 내세워 유세하는 것은 부담이 된다는 취지다. 지난달 31일 국민의힘 박수민·오세훈·윤희숙 예비후보 토론회에서는 ‘선거 때 빨간 점퍼를 입겠느냐’가 공통 질문으로 등장하기까지 했다.

지난 8일 오전 부산 부산진구 동천로 인근에 국민의힘의 ‘파란 현수막’이 민주당 현수막과 함께 걸려있다. [송봉근 객원기자]


지방선거가 50여일 앞으로 임박하면서 당색을 둘러싼 해프닝도 발발하고 있다. 최근 각 지역에서 ‘곰팡이 코로나 백신 이재명 정부는 정보 공개하라’, ‘李 정권 경제는 답답! 부동산은 노답!’ 등의 국민의힘 현수막이 걸렸는데, 현수막 배경색이 파란색이라 논란이 되기도 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정부 정책을 비판하기 위해 민주당 당색을 사용한 건데 ‘자기 당에 대한 자신이 없으니 파란색을 쓰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있어 고민”이라고 했다.

김나한·이찬규 기자 kim.na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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