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 쇼핑하면 끝?...예술 도시로 거듭난 홍콩, 제대로 누리려면

선희연 2026. 4. 10. 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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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 바라본 로즈우드 홍콩 전경. 사진 로즈우드 홍콩

한국인의 홍콩 여행 방식이 달라지고 있다. 그간 홍콩은 미식과 쇼핑을 즐길 수 있는 ‘가성비 높은 단기 여행지’로 주목 받았다. 최근엔 세계적인 미술관이 들어서고 유명 작가의 아트페어가 줄줄이 열리며 ‘예술 도시’로 거듭났다. 이제 홍콩을 찾는 관광객들은 장기간 머물며 예술적 정취를 만끽하는 분위기다. 확 바뀐 도시 분위기에 맞춰 신상 호텔들은 어지간한 갤러리를 능가할 수준의 미술 작품을 전시 중이다.

‘예술 도시 홍콩’의 새로운 정취를 가장 적극적으로 반영한 호텔로 ‘로즈우드 홍콩’이 꼽힌다. 로즈우드는 홍콩에 본사를 둔 호텔 그룹인만큼 이곳 호텔에 특별한 공을 들였다. 달라진 홍콩의 분위기를 확인하고자 지난달 로즈우드 홍콩을 찾았다. 독특하면서 정제된 미적 감도가 돋보이는 이곳에서 머문 3박4일 덕분에, 홍콩에 대한 인상이 바뀌었다.

실제 로즈우드 홍콩 객실에서 바라본 모습. 홍콩의 야경이 한눈에 보인다. 사진 선희연 기자


숨겨진 야경 최고 스팟, 여기
로즈우드 홍콩(5성급)은 위치부터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다. 홍콩 구룡반도 최고의 관광지인 침사추이 인근이자 ‘스타의 거리’ 끝 지점에 자리잡았다. 홍콩섬으로 가는 페리를 탈 수 있는 빅토리아 하버까지 도보 10분 거리다. 덕분에 이곳 투숙객들은 호텔 근처에서 관광과 쇼핑을 마음껏 즐긴 뒤 객실에선 탁 트인 하버뷰를 만끽할 수 있다.

특히 이 호텔은 항구를 따라 기다랗게 이어지는 침사추이의 불빛이 한 눈에 들어오는 독특한 풍광으로 유명하다. 밤이 되면 홍콩의 상징으로 불리는 ‘심포니 오브 라이트’ 야경을 최고의 명당에서 보는 호사를 누릴 수 있다.

이 호텔의 예사롭지 않은 디테일은 야경과 함께 확인할 수 있다. 한참 객실 통창 너머로 야경을 즐기다, 문득 고개를 돌리니 객실 안에 걸린 풍경화가 창밖 풍경과 정확히 일치했다. 이 호텔 관계자는 “화가가 각 객실에서 본 풍경을 그린 것”이라며 “그래서 호텔이 413개 객실의 그림이 모두 다르다”고 설명했다.

창 밖 풍경을 그린 그림이 각 객실에 걸려 있다. 정말 다른지 확인하기 위해 호텔 관계자와 함께 몇 군데 객실을 방문했는데, 다 다른 그림이 있었다. 사진은 한 스위트룸에 걸린 그림. 사진 선희연 기자


실제로 로즈우드 호텔 그룹은 감도 높은 인테리어로 유명하다. 한 호텔에서도 같은 인테리어를 반복하지 않고 해당 도시의 모습과 어우러지도록 공간을 구성한다. 각 도시의 역사를 반영해, 예술가와 장인의 창의적인 해석을 펼친다. 그래서 로즈우드 호텔의 디자인은 도시마다 다르다.

호텔 로비에 전시돼 있는 '걷는 두 인물, 주빌리' 조각상. 전세계 아티스트들의 작품이 호텔 곳곳에 자리잡고 있다. 사진 로즈우드 홍콩


머무는 순간, 예술이 된다
로즈우드 홍콩만의 특징은 뭘까. 어지간한 미술 갤러리는 명함도 못 내밀 수준의 엄청난 아트 컬렉션이다. 눈길 닿는 곳마다 동시대 가장 주목받는 예술가들의 작품이 즐비했다.

호텔 입구 안뜰에 자리한 거대한 청동 조각은 영국 현대 미술가 토마스 하우즈아고의 ‘잠자는 여인(Sleeping Lady)’이었다. 하우즈아고는 21세기 현대 조각에서 ‘원초적인 에너지’를 다루는 작가로 알려졌다. 미국 배우 브래드 피트의 절친으로, 피트가 이혼 후 고통 받고 있을 때 자신의 작업실로 데려가 작품 활동을 하게 도운 인물로도 유명하다.

'잠자는 여인' 동상. 호텔을 들어서면 가장 먼저 보인다. 사진 로즈우드 홍콩


호텔 1층엔 예술 작품 전시 공간이 따로 자리잡고 있었다. 가장 인기 있는 작품은 한복판에 거대하게 서 있는 빨간 용이었다. 네덜란드 출신 아티스트 프랭키가 홍콩을 재해석해 만든 ‘럭키 드래곤(Lucky dragon)’이다. 중화권에서 행운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숫자 8과 도시 건물 사이를 날아다닌다는 ‘전설의 용’ 이야기를 작품 안에 녹여내 관람객들의 큰 관심을 끌었다.

아이 동상과 하이파이브를 하면 용이 들고 있는 하트에 불이 들어온다. 사진 속 하이파이브 하고 있는 사람은 '럭키 드래곤' 작품을 만든 아티스트 프랭키. 사진 로즈우드 홍콩

미처 몰랐던 예술 도시, 홍콩의 맛


예술 도시로 거듭난 홍콩의 새로운 분위기를 만끽하고 싶다면 아시아 최대 규모의 국제 아트 페어인 ‘아트 바젤 홍콩’의 진행 시기에 여행하기를 권한다. 아트 바젤 홍콩은 매년 3월, 홍콩섬 완차이의 홍콩 컨벤션센터에서 진행된다. 이 시기 전 세계 갤러리, 컬렉터, 유명 작가들 이 시기 홍콩섬으로 모여든다.

로즈우드 홍콩은 이 기간에 투숙객을 위해 홍콩 컨벤션센터까지 가는 전용 요트를 운영한다. 빅토리아 하버의 선착장에서 요트를 타고 홍콩섬으로 이동하는 경험은 그 자체로 즐거운 이벤트다.

로즈우드 홍콩에서부터 컨벤션센터까지 전용 요트를 타고 갔다 올 수 있다. 돌아올 때 이곳에서 보는 일몰은 장관이었다. 보트에서는 물과 샴페인을 제공한다. 사진 로즈우드 홍콩


올해 진행된 아트바젤 홍콩 2026 행사 때는 홍콩섬 전체가 갤러리로 변해 예술 도시다운 활기찬 분위기가 연출됐다. 주 행사장인 홍콩 켄벤션센터에는 40여 개국에서 온 갤러리들이 고가의 명작들을 전시됐다.

홍콩섬 해안가에 위치한 센트럴 하버프론트에는 신진 작가와 현대 미술을 다루는 실험적인 전시가 열렸다. 소더비와 크리스티 같은 경매 하우스는 경매에 앞서 작품을 공개하는 행사가 열렸다. 곳곳에서 개성있는 전시가 이어지며 행사의 열기가 더해졌다.

구룡반도에서 예술적 정취를 느끼고 싶다면 웨스트 카우룬 문화지구에 자리한 M+미술관을 찾으면 된다. 이곳은 6만 점이 넘는 컬렉션을 보유한 아시아 최대 규모의 현대 시각문화 미술관이다. 바로 옆 홍콩 팰리스 뮤지엄에선 중국 베이징 고궁박물원의 유물들이 전시 중이었다.

오감을 만족시켜야 진짜 여행

차트에서 먹은 디너 코스 요리들. 차트는 2022년부터 2026년까지 미슐랭 1스타를 유지하고 있다. 사진 선희연 기자

홍콩 여행에서 미식을 포기할 순 없다. 로즈우드 홍콩은 미슐랭 1스타를 받은 인도 레스토랑 ’차트(CHAAT)’를 포함해 총 11개의 레스토랑과 라운지가 있다. 차트는 인도 길거리 음식에서 영감을 받은 독특한 메뉴를 선보인다.

저녁 코스 요리를 주문하자 점토 오븐인 ‘탄두르’에 구운 다양한 고기가 나왔다. 양념한 양 고기, 블랙페퍼 치킨 티카(닭꼬치 종류의 음식)는 육즙이 풍부하고 부드러웠다. 독특한 인도 향신료와도 조화롭게 어우러졌다. 디저트로는 인도식 밀크티 ‘마살라 차이’를 추천한다. 차트의 인도 음식은 한국인의 입맛에 꼭 맞게 재해석돼 새로운 미식 경험을 선사한다.

로즈우드 홍콩에서 빠뜨리지 말아야 할 필수 체험이 있다. 바로 프랑스 럭셔리 뷰티 브랜드 겔랑과 협업해 운영하는 스파 ‘아사야’다. 마사지에 이용되는 모든 어메니티는 겔랑 제품이다. 이용객은 자신이 원하는 오일을 직접 믹스해서 사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옥과 실크, 붓을 사용한 전신 마사지가 특히 유명하다. 아사야는 작년 ‘포브스 트래블 가이드’로부터 세계 최고 수준의 웰니스 공간으로 공인 받았다.

로즈우드 호텔은 한국 진출을 앞두고 있다. 내년, 서울 용산에 문을 열 예정이다.

아사야 프로그램은 각 게스트가 원하는 방향에 맞춰 진행된다. 왼쪽은 마사지 전 개인의 취향을 물어보는 설문조사, 오른쪽은 아사야 입구에 있는 겔랑 제품들이다. 사진 선희연 기자

홍콩=글·사진 선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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