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런보다 안타 여러 방”…해외 큰손 지갑 열게한 K롱숏 명가

남윤서 2026. 4. 10. 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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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호성 쿼드자산운용 사장(왼쪽 첫번째), 한상균 운용부문 대표(왼쪽 두번째)를 비롯한 임직원들이 서울 여의도의 사무실 입구에 전시된 봅슬레이와 함께 포즈를 취했다. 4명이 힘을 합쳐야 하는 봅슬레이처럼, 숫자 4를 뜻하는 '쿼드(Quad)' 사람들은 투자도 함께 끌고 미는 것이라고 믿는다. 김성룡 기자

워런 버핏을 부자로 만든 건 우량기업의 주식을 적정 가격에 사서 오래 보유한다는 단순한 원칙이었다. 하지만 무섭게 오르내리는 주식시장에서 장기투자를 고수하는 게 말처럼 쉽지 않다.

2009년 싱가포르의 헤지펀드에서 일하던 황호성 쿼드자산운용 사장은 상승장은 물론, 하락장에서도 안정적으로 절대 수익을 낼 수 있는 ‘롱숏 운용’에서 답을 찾았다. 롱숏 운용이란 상승장에선 롱(Long·주식을 매수해 가격 상승 시 수익을 얻는 전략), 하락장에선 숏(Short·대차매도 등으로 가격 하락 시 수익을 얻는 전략)으로 수익을 내는 방법이다.

쿼드자산운용은 한국 시장에 제대로 된 롱숏 전략을 소개하겠다는 목표로 시작됐다. 2010년대 초반엔 코스피가 2000선 안에 갇힌 ‘박스피’에서도 저평가 성장주 투자로 수익을 내면서 선구안이 뛰어난 하우스로 이름을 알렸다. 이후엔 해외 투자자가 관심을 가질만한 상품을 만드는데 주력했다. 해외 국부펀드 등 까다로운 기관투자가의 눈높이를 맞춰 돈보따리를 열게 하는 데 성공한 쿼드는 운용자산 4조4000억원 중 3조6000억원 정도가 해외 자금이다. 하락장에서도 돈을 버는 방법은 뭔지, 해외 기관이 믿고 돈을 맡기는 이유는 뭔지, 황호성 사장과 한상균 운용부문 대표에게 들어봤다.

차준홍 기자

Q : 하우스의 철학은.
A : ‘기업의 펀더멘털(내적 가치)을 보고 장기 투자한다’다. 단순히 수수료를 많이 받기 위한 단기 투자엔 크게 관심이 없다.

Q : 펀더멘털이 좋은 회사를 찾는 법이 있나.
A : 투자하려는 회사의 내년이 아니라 2년 뒤를 맞히기 위해 공부해야 한다. 개인적으론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R&D) 비용을 중요하게 본다. 5% 이하라면 연구를 별로 안 하는 기업이다. 예를 들어 어떤 회사가 대단한 기술을 개발했다는 소문으로 주가가 올랐는데, R&D가 매출액의 1% 정도라면 그건 과대평가라고 보고 숏포지션을 잡는다. 장기 투자하려면 적어도 2년 뒤에도 잘될 거란 그림이 그려져야 한다.

황호성 쿼드자산운용 사장. 김성룡 기자

Q : 얼마나 오래 해야 장기 투자인가.
A : 절대적 기준은 없다. 2년 뒤에 오를 종목을 발견해 장기 투자를 시작했는데, 다른 투자자들도 그 종목을 발견한다면 6개월만에도 오를 수 있다. 반대로 2년 뒤에도 안 오르면 추가 매수한다. 기회가 더 가까워졌다고 보기 때문이다. 실제 2022년 말에 조선회사 주식을 샀는데, 2년간 횡보했다. 인건비를 늘리느라 이익이 안 난 거다. 하지만 우리는 인력 충원이 끝나면 반드시 이익이 난다고 봤고, 결국 4배 넘는 수익을 거뒀다. 주식은 멀리 바라봐야 추가 수익 기회가 있지, 가까이 보면 기회가 없다.

Q : 롱숏 펀드가 유명한데, 어떤 전략인가.
A : 쉽게 말하면 경쟁력있고 저평가된 종목은 사고(롱), 경쟁력이 떨어지고 고평가된 회사는 대차매도(숏)하는 포지션을 구축하는 거다. 이렇게 하면 상승장일 경우 숏포지션에서 손실이 나도 경쟁력 있는 회사가 더 많이 오르기 때문에 수익이 난다. 반대로 하락장에선 숏에서 수익이 나고, 롱포지션을 잡은 경쟁력 있는 회사는 주가가 덜 빠지기 때문에 전체적으론 수익이 난다. 롱숏 전략은 안정적 수익을 내면서도 변동성이 낮은 게 장점이다.

Q : 노르웨이국부펀드 등 세계적 기관이 고객으로 알려져 있다. 그들은 뭘 보고 투자하나.
A : 수익률의 질을 보더라. 어떤 펀드가 담은 50개 종목 중 한 종목이 대박 나서 큰 수익이 난 것보다, 50개 중 30개가 조금씩 올라 수익을 낸 것을 ‘지속 가능한 질 높은 수익’이라고 본다. 같은 점수라도 홈런 한 방보다 안타 여러 번을 더 높게 치는 거다. 우리 철학과 잘 맞았다.

한상균 쿼드자산운용 운용부문 대표. 김성룡 기자

Q : 코스피 전망은.
A :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높아져 부담스러울 수 있지만, 기업 지배구조 개편 노력이 반영된 숫자라 근거가 있다. 중국, 일본, 대만에 비해 부담스러운 수치도 아니다. 또 주가수익비율(PER)이 역사적 하단 부근이라 투자하기 편안한 수준이다. 메모리 반도체 수퍼사이클(초호황기)이 오면서 이익 전망이 계속 상향조정되고 있어 PER은 앞으로 더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 전쟁은 항상 단기적 조정을 가져오지만 6개월 이상 지속된 적은 없다. 저가매수 기회를 노리는 게 현명하다.

Q : 하루하루 변동성이 큰데, 어떻게 투자해야 하나.
A : 지금은 레버리지를 축소할 때다. 개인투자자에게 추천하는 방법은 지수에 따라 현금 비중을 정하고 그대로 따르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코스피가 4000 이하면 주식 100%, 5000이면 주식 80%, 6000이면 주식 60% 정도의 룰을 정해서 그대로 따르라는 것이다. 지수가 오르는데도 마이너스가 나는 건 차익실현한 돈을 계속 다른 주식에 투자해 항상 (현금 없이)주식 비중만 100%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지수가 하락할 때 저가매수할 기회를 잃게 된다. 나름의 룰을 정하는 걸 권한다.

Q : 국내에서 유망 섹터는 무엇인가.
A : 우린 항상 성장주에 관심이 많다. 테크 분야에선 글로벌 경쟁력 있는 기업이 계속 나오고 있고, 바이오에서도 해외 대기업과 계약을 맺는 곳이 계속 나온다. 방산, 조선, 화장품에서도 글로벌 시장에서 기회를 얻는 기업이 많다. 특정 섹터보단 각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확인하는 게 중요하다.

Q : 쿼드의 목표는.
A : 롱숏 운용을 소개하자는 목표가 있었고, 그 뒤엔 글로벌 투자자에게 한국을 대표하는 장기 투자 상품을 팔겠다는 목표가 있었다. 지금은 미국 하버드대 같은 내로라하는 기관도 유치하는 한국 대표 펀드로 키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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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하우스(The House)=오직 ‘최고의 투자를 해보겠다’는 신념을 밑천 삼아 한국 자본시장의 ‘큰손’으로 성장한 주역을 만나봅니다. 이제껏 제대로 공개된 적이 없는 창업자들의 이야기와 수익 비결을 파헤칩니다.

남윤서 기자 nam.yoonse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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