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 아르테미스 2호의 슬링샷

고승욱 2026. 4. 10. 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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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0월 하와이 할레아칼라천문대는 특이한 천체를 발견했다.

가로 400m, 세로 40m의 길쭉한 모양인데 비정상적인 빠른 속도(초속 87.3㎞)로 지구를 스쳐갔다.

아르테미스 2호는 지구를 돌며(행성 슬링샷) 가속했고, 달을 돌며(위성 슬링샷) 귀환 추진력을 확보했다.

한달 내내 수백㎞ 밖에서 쏜 미사일이 인명을 살상하는 장면만 보며 과학의 발전에 회의감이 가득했는데, 아르테미스 2호의 환상적인 슬링샷이 조금은 씻어주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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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승욱 대기자


2017년 10월 하와이 할레아칼라천문대는 특이한 천체를 발견했다. 가로 400m, 세로 40m의 길쭉한 모양인데 비정상적인 빠른 속도(초속 87.3㎞)로 지구를 스쳐갔다. 그런데 궤도가 예사롭지 않았다. 부메랑 모양 타원형궤도로 태양을 선회해 태양계를 벗어났다. 게다가 태양의 중력을 이용해 속도를 높이는 ‘항성 슬링샷’까지 선보였다. 하와이 원주민 말로 ‘먼곳에서 온 첫 전령’이라는 뜻을 가진 ‘오무아무아’의 등장이었다.

오무아무아는 지금도 논란거리다. 2018년 1월 이후에는 우주망원경으로도 찾을 수 없어 40여일의 관측기록만으로 정체를 추측해야 했기 때문이다. 태양 근처에서 궤도가 바뀐 소행성이라는 의견이 주류였지만 다른 별에서 온 성간천체라는 반론이 곧 나왔다. 미 항공우주국(NASA)은 홈페이지에 ‘우리 은하의 다른 항성계에서 온 천체’라고 설명한다. 아비 로브 하버드대 교수는 외계인이 보냈다는 논문을 발표해 학계를 발칵 뒤집었다. 정교한 항성 슬링샷은 고도의 지능 없이 불가능하다는 이유였다.

돌팔매질을 뜻하는 슬링샷은 자전·공전력을 이용해 우주선의 속도를 높이는 방법이다. 중력 도움(gravity assist)이라고도 한다. 영화 마션에서 귀환하던 아레스3 탐사대가 지구를 선회해 속도를 더한 뒤 화성으로 돌아가는 장면으로 유명하다. 영화에서는 대단하게 묘사됐지만 1959년 구소련 달 탐사선 루나 3호를 시작으로 보이저 1·2호, 우리나라 달 탐사선 다누리까지 두루 사용한 기술이다. 공전하는 천체 뒤로 진입해 타원형궤도로 나오면서 자전·공전 속도의 합에 비례해 가속하는 원리다.

54년 만의 유인 달탐사를 마친 아르테미스 2호가 오늘 귀환한다. 아르테미스 2호는 지구를 돌며(행성 슬링샷) 가속했고, 달을 돌며(위성 슬링샷) 귀환 추진력을 확보했다. 발사 외에는 연료를 거의 사용하지 않은 ‘자유귀환 궤도(free-return trajectory)’ 여행이었다. 한달 내내 수백㎞ 밖에서 쏜 미사일이 인명을 살상하는 장면만 보며 과학의 발전에 회의감이 가득했는데, 아르테미스 2호의 환상적인 슬링샷이 조금은 씻어주는 듯하다.

고승욱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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