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자의 V토크] GS 우승 이끈 실바 “가족이 나의 힘”

김효경 2026. 4. 10.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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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S칼텍스 지젤 실바가 딸 시아나, 남편 루이스와 챔피언결정전 우승의 기쁨을 만끽하고 있다. 실바의 맹활약 뒤에는 육아를 전담한 남편의 헌신이 있었다. 가평=김경록 기자

GS칼텍스는 여자배구 새 역사를 썼다. 정규시즌 3위로 포스트시즌에 나서 6전 전승으로 정상에 올랐다. 쿠바에서 온 35세 엄마 지젤 실바(GS칼텍스)가 돌풍의 주역이다. 실바는 포스트시즌 6경기 모두 경기당 30점 이상을 쏟아붓고 챔피언결정전 MVP를 수상했다. 공격 점유율은 무려 46.9%. 8일 경기도 가평 GS칼텍스 훈련장에서 만난 실바는 “지난 시즌 14연패를 할 때도 팬들이 항상 응원해줬다. 이렇게 많은 사랑을 받은 적이 없다”고 고마워했다. 실바는 1000득점 이상을 올리며 3년 연속 득점 1위를 차지했다. 정규시즌 MVP 수상도 유력하다.

실바는 시즌 내내 무릎 통증을 달고 뛰었다. 하지만 한 번도 내색하지 않고 36경기를 모두 소화했다. 포스트시즌은 13일 동안 6경기를 치르는 강행군을 이겨냈다. 그는 “쉬는 날엔 침대와 한몸이 됐다. 그러나 나는 수퍼우먼이라 해낼 수 있다”고 했다. 이영택 GS칼텍스 감독은 “실바의 훈련을 줄여줄 때도 있다. 그러면 항상 내게 와 ‘고맙다’고 말한다. 그런 걸 당연하게 여기는 외국인 선수들도 있는데, 실바는 그러지 않았다”고 했다.

GS칼텍스 지젤 실바가 딸 시아나, 남편 루이스와 챔피언결정전 우승의 기쁨을 만끽하고 있다. 실바의 맹활약 뒤에는 육아를 전담한 남편의 헌신이 있었다. 가평=김경록 기자

실바를 지탱한 건 가족이었다. 실바는 “2018년 남편 루이스를 처음 만났다. 정신적으로 힘든 시기였다. 그래서 만난 지 두 달 만이었는데도 함께 (실바가 뛰던)폴란드에 가자고 했다. 남편은 당황했지만, 흔쾌히 나를 위해 자신의 경력을 포기했다. 처음엔 3개월 비자를 받아 갔고 돌아갔다. 이후에도 함께 했고 딸 시아나(6)가 태어났다. 나도, 남편도 시아나가 태어난 뒤 인생이 바뀌었다”고 미소지었다.

2023년 한국행을 택했을 때도 남편은 실바의 든든한 우군이었다. 아내를 위해 딸의 육아를 맡았다. 실바는 “루이스의 희생은 가늠할 수 없다. 쿠바에 있는 어머니에게 시아나를 맡겼다면 몸은 한국에 있으나 정신은 쿠바에 쏠려 운동에 집중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했다.

챔프전 MVP 실바(왼쪽)와 그의 곁을 지키며 우승을 도운 이지언 통역사. 가평=김경록 기자

시아나는 홈 장충체육관의 인기있는 ‘마스코트’다. 동료 선수는 물론 팬, 심지어 상대팀 선수들까지 시아나를 귀여워한다. 실바는 “시아나에게 ‘넌 어느 나라 사람이냐’고 물으면 한국 사람이라고 답한다”고 웃었다. 시아나는 “안녕하세요”라고 능숙한 한국말로 인사했다. 구단 관계자가 과자를 건네자 고개 숙여 인사했다. 실바는 한국 엄마들처럼 “‘고맙습니다’라고 말해야지”라고 잔소리를 했다. 통역 이지언 씨는 “실바는 엄한 편이고, 남편이 부드럽게 시아나를 달랜다”고 귀띔했다.

시아나는 우승을 확정지은 챔피언결정전 3차전에선 시구자로 나서 멋지게 네트 너머로 공을 때렸다. 실바는 “김천에서 돌아와서 잠깐 연습했는데 그 땐 잘 안 됐다. 잘 안 되면 토스를 하라고 했는데 ‘엄마처럼 한 손으로 넘길래’라고 하더라. 남편과 연습을 했는데 두려움없이 너무 잘 했다. 그 전까지는 ‘배구를 시킬 것이냐'는 질문에 아니라고 했는데, 이젠 달라졌다. 운동선수로서 필요한 자신감을 갖고 있다”고 했다.

실바도 딱 시아나만 할 때 배구를 시작했다. 실바의 어머니도 배구 선수 출신이었고, 자연스럽게 큰 키(1m91㎝)와 재능을 물려받았다. 11살 때 실바는 고향을 떠나 수도 하바나에 있는 학교에서 배구 선수의 꿈을 키웠다. 넉넉하지 않은 가정 형편이었기에 가족과 떨어져 지내야 했고, “꼭 성공해야 한다”는 각오를 새겼다.

한국에 오기까지는 꽤 많은 시간이 걸렸다. 두 번의 트라이아웃에서 선택 받지 못했다. 하지만 2023년엔 GS칼텍스의 선택을 받았다. 실바는 “정말 기대하지 않았다. 에이전트가 계속 권유했는데 결과가 좋지 않았었다. 무릎이 더 좋을 때도 안 뽑혔는데, 될까 생각했다. 내가 ‘언니’이기도 하고, 도로공사에서 뛴 다야미 산체스(쿠바)가 짧은 기간 뛰었는데 너무 힘들다고 해서 ‘무릎이 버틸 수 있을까’란 생각도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실바는 한국에서 정상급 선수로 우뚝 섰다.

GS칼텍스를 이끄는 지젤 실바. 사진 한국배구연맹

쿠바 평균 임금은 한 달에 5만원 정도다. 연봉 100만원이면 고액 연봉에 속한다. 실바의 현재 연봉은 이보다 450배나 많은 30만달러(약 4억5000만원). 실바는 “배구 덕분에 지금의 생활이 만들어졌다. 내 자신이 자랑스럽다”고 했다. V리그에선 레오, 로버트랜디 시몬, 오레올 카메호, 요스바니 에르난데스 등 쿠바 출신 선수들은 대체로 성공을 거뒀다. 실바는 “쿠바인들의 삶은 힘들다. 그래서 의지가 강하다. 나 뿐 아니라 모든 쿠바 사람들은 그런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애를 쓴다. 1명이라도 성공해서 가족을 이끄는 게 당연하다”고 했다.

실바와 가족들은 한국 생활에 만족한다. 실바는 “한 팀과 3년 이상 뛴 건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에선 8개월 동안 오직 배구만 생각한다. 구단주를 비롯한 모든 구단 관계자가 나를 힘껏 도와주는 좋은 환경”이라고 했다. 다음 시즌 거취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실바는 “은퇴는 하지 않고 2년 정도 더 뛸 것”이라면서 재계약 여부에 대해선 “모든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했다.

가평=김효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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