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자 『논어』 벗어날 때 진짜 『논어』가 보인다

노장사상가 김정탁(72) 성균관대 명예교수가 공자의 『논어』(성균관대출판부)를 출간한다. 그는 2019년 10년 넘는 작업 끝에 『장자』를 출간했고, 다시 2년의 각고 끝에 노자의 『도덕경』(2021)을 낸 바 있다. 그리고 5년이 흘렀다.
10일 출간을 앞두고 지난 1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중앙일보 본사에서 김 교수를 만났다.
Q : 노장 전문가가 왜 『논어』를 풀었나.
A : “숲 속에 있으면 숲이 잘 안 보인다. 안에서도 보지만, 바깥에서 볼 필요도 있다. 공자의 『논어』는 내게 그런 거다.”
Q : 숲을 나와서 본 『논어』, 어땠나.
A : “조선 전기 사회는 유연했다. 상속도 아들·딸 구분 없이 n분의 1이었다. 필요하면 사위도 제사를 지낼 수 있었다. 그런데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을 거치면서 달라졌다. 신분 질서 와해의 위기가 왔다. 그러자 집권 세력이 예학을 강조했다. 그때부터 주자 성리학이 딱딱해지기 시작했다. 결국 이데올로기가 돼 박제화했다. 박제화하기 이전의 『논어』를 만나고자 했다. ”
Q : 조선 전기의 유학은 어땠나.
A : “훨씬 더 유연했다. 유학에서는 원시 유가와 성리학적 유가를 구분한다. 원시 유가를 이데올로기화한 게 성리학이다. 지금껏 나온 논어 해설서는 대부분 ‘주자집주(朱子集註, 주자의 해석 모음)’가 바탕이다. 공자는 이런 유가를 생각도 못 했지 싶다.”
Q : 유학과 노장사상, 서로에게 무엇인가.
A : “조선 성리학은 노장사상을 이단으로 보았다. 그런데 원시 유가를 들여다보면 다르다. 공자 역시 노장적 사유를 했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공자는 더 그랬다. 유학의 유위(有爲, 하고자 함이 있음)와 노장의 무위(無爲, 하고자 함이 없음)는 서로 연결돼 있다. 그게 동아시아 철학의 특징이기도 하다.”

김 교수는 “‘주자집주’는 과거 시험을 준비하던 유생들의 참고서였다”며 “‘주자집주’는 과거용 수험서였기에 약점도 있다”고 했다.
Q : 어떤 약점인가.
A : “주자는 과거 시험에 출제되는 문제들에 초점을 맞춰 『논어』를 해석했다. 그러다 보니 합격하기 좋은 방향으로 풀이를 했다. 해석의 객관성에 문제가 따를 수밖에 없다. 또 과거 시험용이다 보니 『논어』 전체를 다루지도 않았다. 그래서 이번 책에서는 『논어』의 내용을 하나도 빠짐없이 해석했다.”
Q : 『논어』에서 볼 수 있는 공자의 가르침, 그 핵심은 뭔가.
A : “인의(仁義)이다. 인(仁)은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이다. 그 바탕은 측은지심(惻隱之心)이다. 의(義)는 그것의 실천이고, 바탕은 수오지심(羞惡之心)이다. 공자의 시대에는 인(仁)이 더 강조됐지만, 지금 이 시대에는 의(義)가 더 필요하다고 본다.”
Q : 왜 의(義)가 더 필요한가.
A : “우리가 살아가는 지금 이 시대에는 부끄러운 마음을 모르는 이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Q : 『논어』는 첫 문장 ‘학이시습지 불역열호(學而時習之 不亦說乎)’로 시작한다. 왜 이 문장인가.
A : “많은 사람이 ‘시(時)’를 ‘때때로’로 번역한다. ‘배우고 때때로 익히니,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 공부(學)한 것을 가끔 익힌다(習)는 뜻이다. 공자의 말은 그게 아니다. ‘시(時)’는 ‘늘’ 혹은 ‘틈나는 대로’란 의미다. 습(習)에는 사색과 궁리, 깨침과 체화의 의미가 담겨 있다. 그게 공자의 학습법이었다.”
김 교수는 두 번째 문장도 짚었다. ‘유붕자원방래 불역락호(有朋自遠方來 不亦樂乎)’. 여기서 붕(朋)은 ‘친구’가 아니라고 했다. 멀리서도 배우러 오는 사람이라고 했다. “멀리서도 사람들이 배우러 오니까,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 세상이 나를 몰라주니까 속이 상했는데, 그걸 벗어나니까 군자가 되더라. 이런 뜻이 숨어 있다.”
Q : 그 말을 들으니까, 『논어』의 첫 대목이 ‘수행의 문장’으로 읽힌다.
A : “그렇다. 『논어』의 첫 대목은 공자의 자서전이다. 공부하는 사람은 이렇게 해라. 나는 이렇게 했더니 군자가 되더라. 그걸 말하고 있다. 우리에게 군자가 되는 길을 일러주는 문장이다.”
백성호 종교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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