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도래할 미래라는 믿음으로… 개선 또 개선
수소승용차 넥쏘 개발팀

“극도로 저온 상태에 노출되거나 수소 연료전지의 핵심부품인 스택(stack)의 온도 상승이 원활하지 않을 때에만 잔여 수분을 배출해 결빙을 방지했습니다.”
수소승용차 넥쏘의 연료전지 시스템 제어 로직 개발을 담당하는 현대자동차 FC제어개발1팀의 정재권 책임연구원이 설명했다. 스택은 수소와 산소로 전기를 만드는 셀을 여러 겹 쌓은 발전 장치다. 수소차는 전기 생산의 부산물로 순수한 물만 배출하는 청정한 이동 수단이지만, 겨울철 시동을 켜지 않은 상태에서 스택 내부에 남은 수분이 얼어붙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지난해 6월 출시한 2세대 신형은 매번 시동이 꺼지면 잔존수를 배출하던 것을 개선해 이같은 문제를 해소했다. 이를 통해 스택이 얼었다가 녹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생기는 성능 저하도 방지했다.
수소는 전기보다 더 환경적이고 효율적인 연료다. 허나 상용화가 가능할지, 수익성을 담보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 때문에 ‘과연 수소차 시대가 도래할 것인가’에 대한 전망은 분분하다. 특히 수소 승용차는 상용차보다 갈 길이 멀다. 수소차 확산의 최대 난관으로 거론되는 것은 충전 인프라다. 거점을 중심으로 운행하는 상용차와는 달리 승용차는 충전 편의성이 더 크게 발목을 잡을 수밖에 없다.
수많은 회의적인 시각과 불확실한 미래 속에서도 수소 승용차를 개선해 나가는 이들이 있다. 1세대 넥쏘는 스택 결빙을 막는 과정에서 수소를 소모하거나 소음이 발생했다. 정 책임연구원을 비롯한 팀원들은 2세대 넥쏘에 웨이크 업(Wake up) 기능을 적용해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고 차량의 겨울철 시동 성능을 끌어올렸다. 정 책임연구원은 “냉간 시동과 잔존수 배출 빈도를 1세대 대비 최대 90%까지 줄였다”고 설명했다.
신형 넥쏘 개발을 위해선 우선 방향을 설정해야 했다. 2세대 넥쏘의 상품 기획을 맡은 MLV프로젝트2팀의 김호중 책임연구원은 1세대 넥쏘 고객들에게 다양한 피드백을 들었다. 이를 통해 실내 공간을 확대하고 항속거리를 늘려야 한다는 방향을 정했다. 주행 성능을 강화하고 고급 편의사양을 확대했으면 한다는 의견도 수렴했다.

박훈우 FC시스템설계1팀 책임연구원은 연료전지 시스템을 설계하는 임무를 맡았다. 넥쏘는 스택과 그 주위를 감싸는 운전 장치(BoP)로 전기를 만든다. 스택이 심장이라면 BoP는 혈관, 폐, 신경 같은 역할을 한다. 박 책임연구원은 “스택과 BoP의 크고 작은 개선을 통해 총체적인 성능 향상을 이뤘다”고 말했다. 새로운 연료전지 시스템의 순수 출력은 94㎾로 1세대(85㎾)보다 11% 향상했다.
PE(Power Electric) 시스템은 생산한 전기를 구동하는데 활용되는 모터·인버터·감속기 등을 의미한다. 2세대 넥쏘는 모터·인버터·감속기를 하나의 패키지로 구성한 일체형 구조를 적용했다. 기존엔 감속기가 별도로 있었다. 전성배 전동화시스템설계팀 책임연구원이 이 작업에 참여했다. 그는 “이 같은 구조 변경을 통해 파워트레인의 중량을 줄이면서도 실내 공간 확보에 기여했다”고 전했다. 새로운 PE 시스템은 모터 냉각 방식을 냉각유 직접 분사식으로 바꿨다. 이렇게 하면 고속 주행 상태에서의 부하를 낮출 수 있다. 새로운 인버터를 적용해 모터 출력도 기존 113㎾에서 150㎾로 향상시켰다. 전 책임연구원은 “기어비를 키우고 모터를 더 빠르게 돌 수 있도록 해 바퀴에 전달되는 힘(휠 토크)을 20% 늘렸다”며 “이를 통해 가속과 오르막 성능을 높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런 노력으로 신형 넥쏘의 제로백(멈춘 상태에서 시속 100㎞에 도달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을 기존 9.2초에서 7.8초로 앞당겼다. 1회 충전 최대 주행거리도 기존보다 110㎞ 증가한 720㎞를 달성했다. 운전자 편의 사양도 대폭 향상됐다. 넥쏘의 성능 점검을 담당한 수소전기차성능시험팀의 이조영 책임연구원은 “주행 모드에 스포츠 모드를 더해 더 빠른 가속 페달 응답 속도와 힘찬 가속감을 경험할 수 있다”며 “발진 가속시 타이어 미끌림을 최소화하는 모터 토크 제어를 최적화해 오르막 성능을 극대화했다”고 말했다.
MLV종합시험팀은 운전대를 더 많이 돌려야 바퀴가 꺾이게 조정해 안정적인 조향 성능을 구현했다. 노면 충격 흡수 성능을 한껏 끌어올려 편안한 승차감과 소음·진동을 최적화했다. 이재훈 MLV종합시험팀 책임연구원은 “스택이 공기를 유입하고 빼내는 과정에서 발생하던 소음을 줄이기 위해 소음기 구조를 개선하고, 흡차음재를 통해 2열 정숙성도 강화했다”고 설명했다.

정현준 MLV프로젝트2팀 연구원은 신형 넥쏘의 상품성 개선에 기여했다. 실내 패키지를 변경하고 시트 설계도 바꿨다. 도어 개방 각도를 늘려 고객이 타고 내리는 순간까지 편안한 감각을 가질 수 있도록 구성했다고 한다. 다양한 편의 사양도 탑재했다. ‘루트 플래너’는 실시간으로 수소 충전소 운영 정보를 반영해 경로를 안내한다. 배터리를 외부 전원으로 사용하는 기술인 V2L을 수소차 최초로 적용했다. 정 연구원은 “단 하나의 오염 물질도 배출하지 않는 움직이는 청정 연구소”라고 표현했다.
테슬라가 처음 전기차 시장에 뛰어들었을 때 업계엔 회의적인 시각이 많았다. 충전 인프라 구축과 주행거리 확보 등 손대기 어려운 문제가 수두룩해서였다. 지금은 시기의 문제일 뿐, 전기차 시대 도래를 부정하는 전망은 보기 힘들다. 업계 관계자는 “수소차 시대에 대한 업계 전망도 분분하다. 당장의 사업성을 보면 투자할 수 없는 시장이지만 현대차에서 넥쏘 개발을 맡고 있는 고수들은 언젠가 반드시 도래할 미래라는 믿음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철민 현대차 국내마케팅실장(상무)은 “1세대 출시 후 7년 만에 선보인 2세대 넥쏘는 올곧은 신념의 결실”이라며 “수십 년의 시간 동안 유구한 수소차 헤리티지를 쌓아 올린 현대차 임직원에게 경의를 표한다”고 말했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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