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체→개인’ 실손 전환, 된다고요? 체크해보고 말씀하세요

김다영 2026. 4. 10.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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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을 준비 중인 50대 A씨는 최근 회사에서 지원해주던 단체실손보험을 개인 보험으로 전환할 수 있는지 알아보다 포기했다. 기저질환으로 1년에 약 60만원의 병원비와 약제비를 보험금으로 돌려받은 것이 발목을 잡았다. 최근 5년간 보험금 수령액이 200만원을 넘지 않을 때만 신청 가능했기 때문이다. A씨는 “단체실손보험이 있어 오래전 개인실손보험을 해지했는데, 새로 가입하려면 심사에서 탈락할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실제 보험사의 단체→개인실손보험 전환 거절로 민원이 제기된 사례가 적지 않다. 한 민원인은 보험금을 청구하지 않고 자비로 부담한 진료비까지 합산해 최근 5년간 진료비가 200만원을 초과했다는 이유로 전환이 거절됐다. 또 다른 민원인은 고혈압·당뇨병 등 10대 질병 진단 이력을 이유로 거절됐다. 퇴직 후 1개월 이내에 신청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지 못해 6개월 뒤 신청했다가 전환이 불발된 사례도 있다.

단체실손보험을 퇴직 시 개인보험으로 전환하는 제도는 2018년 12월 도입됐다. 일정 조건을 충족하면 직장 단체보험에 가입한 근로자가 퇴직 이후에 ‘무심사’로 개인 실손보험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한 것이 핵심이다. 단체보험과 개인보험 중복 가입에 따른 보험료 부담을 줄이고, 퇴직 시 발생할 수 있는 보장 공백을 막기 위한 취지다. 특히 퇴직을 앞둔 고령자나 유병력자에게는 사실상 마지막 보험 가입 통로로 여겨졌다.

그러나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가 현실화되고 있음에도, 제도 활용은 제한적이다. 까다로운 조건과 짧은 신청 기한 탓에 정작 필요한 가입자들이 혜택을 받기 어렵기 때문이다. 전환을 위해서는 5년 이상 단체보험을 유지해야 하고, 직전 5년간 보험금 수령액이 200만원 이하여야 한다. 또 10대 주요 질병 진단 이력이 있어도 안 되고, 단체보험 종료(퇴직) 후 1개월 이내 신청해야 한다. 단 하나라도 어긋나면 전환 자체가 불가능하다.

정근영 디자이너

금감원에 따르면 2023년 6월 기준 실손보험 중복 가입자는 약 137만 명에 달한다. 현재는 130만 명 수준이다. 이 가운데 단체실손과 개인실손을 동시에 보유한 가입자가 90% 이상일 것으로 금감원은 추산했다. 100만 명 이상이 매달 이중으로 보험료를 내면서도 개인실손을 유지하는 이유는 전환 제도의 효용성이 낮기 때문이란 지적이 나온다. 퇴직 시점에 전환 조건을 충족할 수 있는지 가늠할 수 없으니, 울며 겨자 먹기로 매달 보험료를 이중 지출하는 셈이다.

기업이나 보험사가 이를 적극적으로 안내할 의무도 약해 제도에 대한 인지도 역시 낮은 편이다. 지난 2021년 7월부터는 직원뿐 아니라 가족(종피보험자)도 전환이 가능하도록 제도가 확대됐지만, 이를 모르는 가입자가 적지 않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사는 회사와 계약을 맺는 것이라 개인정보를 받지 않는 경우도 많다”며 “회사에서 적극적으로 제도를 설명하지 않으면 상당수가 전환 제도 자체를 모르고 지나치게 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전환 조건 완화와 안내 의무 강화를 주문한다. 이석호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신청 기한을 한 달에서 확대하거나, 10대 질병의 범위를 좀 줄이는 등 조건을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며 “퇴직 전 전환 가능 여부를 사전에 안내하는 시스템을 의무화함으로써 몰라서 기회를 놓치는 문제를 줄이는 것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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