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량제 봉투 대란' 관련 보도, 특정 시점 이후 261건...언론이 만든 사재기?

신상호 2026. 4. 9. 2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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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 봉투도 못 만들 판" 보도 후 3월 13일 기점으로 급증... "수요자 패닉바잉 부추겨"

[신상호 기자]

 중동 상황에 따른 비닐과 플라스틱 원료가 되는 나프타 등 석유화학 제품 수급에 비상이 걸린 가운데 종량제봉투를 판매하는 종량제닷컴은 홈페이지를 통해 종량제봉투 제작 및 수급, 입고 일정이 원할하지 못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사진은 3월 24일 서울시내 한 마트에 판매중인 다양한 크기의 종량제봉투.
ⓒ 연합뉴스
종량제 봉투 수급과 관련 주요 언론들이 '종량제 봉투 대란' 등의 표현을 남발하면서 소비자 불안심리를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 3월 MBN의 종량제 봉투 생산 차질 우려 보도 이후 관련 보도도 쏟아지면서 봉투 재고량과 생산 여력은 충분하다는 정부의 설명은 약발이 먹히지 않는 모양새다.

종량제 봉투 생산 논란은 중동 전쟁으로 원재료 수급이 원활하게 공급되지 못할 것이란 우려로부터 촉발됐다. 지난 3월 12일 종편 채널인 MBN은 전쟁으로 인해 종량제 봉투 수급이 차질을 빚을 것이라고 보도(제목 - "쓰레기 봉투도 못 만들 판"…제조업 전반 위기 확산)했다. 이 방송은 종량제 봉투를 생산하는 공장 1곳을 취재해, "원료 공급이 어렵다는 통지를 받았다"고 전했다. 전체적인 원재료 수급 현황을 취재한 것이 아니어서, 일반화 시키기엔 한계가 분명한 보도였다.

3월 13일 이후 '봉투 대란' 보도 급증... 소비자 불안감 부추겨

<오마이뉴스>가 한국언론진흥재단 빅카인즈를 통해 지난 3월 13일부터 4월 8일까지 종량제 봉투 대란과 관련한 키워드('봉투', '대란', '사재기')가 포함된 기사를 집계해본 결과, 해당 기간 기사 건수는 무려 261건에 달했다. 검색 기간인 3월 13일 이전까지 해당 키워드가 담긴 기사가 한건도 없던 것과 비교하면 3월 MBN 보도 직후 '종량제 봉투 대란' 관련 보도가 쏟아진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런데 해당 보도 이후 종량제 봉투 우려 보도가 쏟아졌고, '종량제 봉투 대란', '쓰레기 봉투 대란', '위기의 종량제 봉투' 등 소비자 불안을 야기할 수 있는 보도가 나왔다. MBC는 지난 3월 24일 보도("나프타 없어 비닐 생산 줄여요"‥종량제 봉투 대란 오나?)에서 '종량제 봉투 대란'이란 표현까지 나왔다. 하지만 정작 해당 보도 내용을 보면, "SNS에선 종량제 봉투를 미리 사야 한다는 글들이 올라왔고, 지자체들도 재고 파악에 나섰다"고만 언급했을 뿐이다. 해당 기사에서 종량제 봉투 수급 전반적인 현황을 다룬 내용은 등장하지 않는다.

YTN도 3월 25일 보도("종량제 대란 실화냐"...중동 여파에 품귀 현실화?)에서 '종량제 대란'을 언급했는데, 해당 보도를 보면 온라인 커뮤니티 글과 사진을 종합한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이와 함께 <문화일보>와 <세계일보> 등 언론들도 '쓰레기봉투 대란', '사재기 대란' 등을 기사 제목으로 내걸면서 '대란'을 기정사실화했다. 아래는 해당 보도들의 제목들이다.

'쓰레기 봉투 대란' 우려에 사재기…기후부 "6개월치 보유" - 3월 24일 <세계일보>
"종량제봉투 1년치 사놨어요!"…나프타 쇼크에 '사재기 대란' 위기 우려 - 3월 24일 <문화일보>
"10박스 사 가더라"...미-이란 전쟁에 종량제봉투 '사재기' - 3월 24일 <머니투데이>
종량제 봉투 '인질 판매' 등장…기후장관 "구매 제한 안 한다" - 4월 2일 <서울신문>

해당 보도들은 일제히 종량제 봉투 사재기 현상에 집중했는데, 대부분 직접 취재가 아닌 SNS와 커뮤니티 글이 주요 근거였다. 보도와 맞물려 종량제 봉투 사재기가 이어지면서 기후환경에너지부가 3월 36일 보도 설명 자료를 통해 "기초지방정부별 종량제봉투 완제품 재고량은 전국 평균 3개월 분 이상으로 안정적 공급에 문제 없다"고 밝혔다. 국내 재활용업체의 재생원료(PE) 보유량도 지난 2024년 종량제봉투 총 판매량을 상회하는 수준으로, 현재 기준으로 총 18억 3000매를 생산할 물량을 확보해뒀다.

결국 언론들이 보도하는 '봉투 대란'은 최소 1년 뒤에야 가능성이 있는 일이었다. 이 역시, 중동 전쟁이 1년 이상 장기화되고, 정부가 원료를 확보할 대체 수입처를 마련하지 못하는 등 여러 가지 악조건들이 충족됐을 경우를 가정해야 한다. 그럼에도 언론들이 일부 사례를 확대 해석하면서 소비자 불안감을 키우는 것이야말로, '봉투 대란'을 부추기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홍원식 동덕여대 교수는 "언론 기사들을 보면 종합적인 봉투 수급량 등 기초적인 취재가 부실한 상태에서 '대란'이라는 공포감을 주는 단어를 아무렇지도 않게 쓰고 있다"면서 "이렇게 될 경우, 원료 공급에 문제가 없는 상황이어도 수요자들은 패닉바잉을 하게 되고, 그에 따른 부족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종량제 봉투 문제의 경우 시민 일상생활과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신중한 표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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