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 전쟁 시대 ‘진짜 강자’ 포스코인터
글로벌 자원 패권 경쟁 시대를 맞아 포스코인터내셔널이 수혜 기업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중동 분쟁으로 에너지 수급 불안이 이어지고, 미·중 갈등은 핵심 광물과 식량으로까지 확산되는 양상이다. 글로벌 공급망 불안이 심화되는 가운데 포스코인터내셔널의 에너지, 소재, 식량 공급망이 주목받는다. 특히 소재 분야에서는 희토류 등 핵심 광물 공급망 구축으로 존재감이 커졌다.

3년 연속 영업익 ‘1조 클럽’ 달성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32조3736억원을 기록해 포스코그룹 전체 매출(69조950억원)의 절반 가량을 차지했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1조1653억원으로 전년 대비 0.6% 증가해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2023년 이후 3년 연속 ‘영업이익 1조 클럽’에 올랐다. 그룹 전체 영업이익(1조8270억원)의 64%를 차지할 정도로 대부분 수익을 책임졌다. 포스코그룹 주력 사업이었던 철강, 2차전지 소재 사업이 극심한 부진에 빠지자 포스코인터내셔널이 그룹 효자 역할을 톡톡히 하는 중이다.
실적 성장을 견인한 핵심축은 에너지 부문이다. 2000년 자원 개발에 뛰어든 포스코인터내셔널은 2013년부터 미얀마 가스전을 본격적으로 운영했다. 2023년에는 포스코에너지와의 합병을 통해 액화천연가스(LNG) 탐사·생산(E&P)부터 수송, 저장, 발전에 이르는 밸류체인을 수직계열화했다.
미얀마 가스전은 2024년 대비 판매량이 82억cf(입방피트) 늘어나며 지난해 3924억원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2022년 인수한 호주 천연가스 생산 기업 세넥스에너지 성장세도 두드러진다. 지난해 증산 체제를 구축, 판매량이 96억cf 증가해 영업이익 750억원을 달성했다. 전년 대비 90% 증가한 수치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의 LNG 트레이딩 물량은 지난해 약 185만t, 올해 215만t 수준으로 매년 증가세다.
식량, 소재 부문 성과도 뚜렷하다. 식량 부문 매출은 전년 대비 58% 증가한 3573억원을 기록했고 영업이익도 1000억원을 넘어섰다. 소재 부문에선 구동모터코어(배터리의 전기에너지를 운동에너지로 전환하는 부품) 사업이 효자 역할을 했다. 전기차 캐즘 속에서도 하이브리드 차량 중심의 판매 믹스 다변화, 원가 개선 노력을 통해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여세를 몰아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올해 에너지, 소재, 식량 등 3대 핵심 사업의 대형 프로젝트에 속도를 내겠다는 포부다. 에너지 분야에서는 전남 광양 제2액화천연가스(LNG)터미널 7, 8호 탱크 완공을 앞뒀다. 완공하면 저장 용량이 현재 93만㎘에서 133만㎘로 43% 확대돼 국내 최대 민간 LNG 허브로 자리매김할 것이란 기대다.
특히 올해는 미국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 성과가 나올지 관심이 쏠린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지난해 12월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 개발사인 글렌파른과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 개발을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 기본합의서(HOA)’를 체결했다. HOA에 따라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연간 100만t 규모의 LNG를 20년간 FOB(본선인도조건) 방식으로 도입한다. 이는 지난해 한국 전체 LNG 수입량(4632만t)의 약 2.2% 수준으로, 인천복합발전소와 광양 LNG터미널 등 포스코그룹 내 인프라에 공급될 예정이다. 중동 의존도를 낮추는 대체 공급선 확보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지난해 첫 흑자전환에 성공한 후 본격적인 성장세에 돌입한 소재 부문도 눈길을 끈다. 폴란드와 멕시코 공장 가동으로 구동모터코어 판매량을 기존 216만대에서 287만대로 끌어올려 글로벌 공급망을 완성한다는 포부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이미 2033년까지 3500만대 규모의 누적 수주 잔고를 확보한 상태다. 현대차 유럽 물량을 시작으로 폭스바겐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에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공급 확대를 추진 중이다.
식량 부문에서도 본격적인 수출 확대에 나선다. 지난해 11월 인도네시아 팜 기업 ‘삼푸르나아그로(현 PAR)’를 1조3000억원에 인수했고, 연간 50만t 정제 능력을 갖춘 팜유 정제공장까지 보유하게 됐다. 국내로 수입되는 팜 정제유의 약 80%에 달하는 규모다. 이를 통해 인도네시아 내수뿐만 아니라 한국·중국 등으로 공급을 확대할 계획이다. 인수 효과를 극대화해 팜유 원료인 CPO(Crude Palm Oil) 판매량을 현재 19만t에서 55만t으로 3배가량 늘리기로 했다. 이를 두고 포스코인터내셔널이 종자 개발과 영농, 착유, 정제, 바이오연료 원료로 이어지는 밸류체인을 구축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포스코인터내셔널 관계자는 “업스트림(원유 생산) 자산을 보유한 구조에서는 원자재 가격 상승이 비용 부담이 아닌 이익 요인으로 작용한다”며 “원자재 가격 상승이 수익성 악화로 이어지는 일반 제조업과는 다른 구도”라고 설명했다. 증권가에서 포스코인터내셔널을 ‘인플레이션 방어주’로 분류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최용현 KB증권 애널리스트는 “바이오연료 대체 수요 증가로 팜유 가격이 오르는 데다 미얀마, 호주 가스전 역시 판매가에 유가 상승을 반영할 것”이라며 “올 하반기 미국 LNG 장기구매(오프테이크) 계약을 기반으로 포스코인터내셔널에 다양한 기회가 만들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희토류 분리정제 기업 투자
특히 핵심 소재인 희토류 글로벌 공급망 구축에 나선 점이 돋보인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최근 포스코기술투자와 함께 250억원 규모의 기업형 벤처캐피털(CVC) 1호 펀드를 조성하기로 했다. 첫 번째 전략투자처로 국내 희토류 분리정제 전문 기업에 80억원을 투자한다.
이번 투자의 핵심은 전기차 구동모터의 핵심 소재인 중(重)희토류 원료 수급 체계 확보다. 디스프로슘(Dy), 터븀(Tb) 등 중희토류는 고온에서 자력을 유지해야 하는 전기차 구동모터용 영구자석의 필수 소재다. 자동차, 로봇, 방산 등 첨단 산업 전반에 쓰이는 핵심 소재이기도 하다.
하지만, 중국 등 특정 국가 의존도가 높아 공급망 불안이 지속돼왔다. 글로벌 희토류 80%가량이 중국에서 채굴된다. 중국이 희토류 수출을 틀어쥐면 미국조차 휘청일 수밖에 없는 구조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이 투자한 기업은 중희토류를 순도 99.5% 이상 산화물로 분리하고 이를 다시 99.9% 금속으로 환원하는 일괄 공정 기술을 보유했다. 단순 재무적 투자를 넘어 중희토류 원료 수급 리스크를 해소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란 평가다.
이번 투자를 필두로 동남아시아 거점의 글로벌 원료 조달 체계도 강화한다. 말레이시아, 라오스 등 동남아에서 분리정제 합작 사업을 추진해 연간 약 4500t 규모 제품을 확보할 계획이다. 동남아시아에서 확보한 원료를 기반으로 북미 시장 공략에도 속도를 낸다. 미국 현지 기업 리엘리먼트와 협력해 2027년 하반기 양산을 목표로 연산 3000t 규모의 희토류 분리·정제 합작공장을 설립한다. 2028년까지는 연산 3000t 규모의 영구자석 생산 능력도 갖출 계획이다. 이를 통해 희토류 분리·정제와 영구자석 생산까지 이어지는 밸류체인 구축을 추진 중이다.
잇따른 호재 덕분에 포스코인터내셔널 주가도 날개를 달았다. 올 초 5만원에도 못 미치던 포스코인터내셔널 주가는 3월 9일 장중 8만5900원까지 뛰며 52주 최고가를 경신했다. 목표주가 10만원을 내건 증권사(상상인증권)까지 등장했다. 이상헌 iM증권 애널리스트는 “알래스카 LNG 사업 참여로 공급망 확대에 따른 LNG 트레이딩 기회 증가 수혜를 누릴 것”이라며 “탈중국 희토류 공급망 확대로 신규 수주가 급증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김경민 기자 kim.kyungmi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54호(2026.04.08~04.14일자) 기사입니다]
[Copyright (c) 매경AX.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Copyright © 매경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한화솔루션 살리기…한화, 유증 120% 초과청약 결정- 매경ECONOMY
- “삼전·하닉 지금도 안 늦었어”…쏟아지는 증권가 好전망- 매경ECONOMY
- 한화에어로, 풍산 탄약사업부 인수 중단 속내는 [재계톡톡]- 매경ECONOMY
- [속보] 與 서울시장 후보 정원오…박주민·전현희 탈락- 매경ECONOMY
- 진짜 탄핵될까?…보수 지지층도 “트럼프, 선 넘었다”- 매경ECONOMY
- 역대급 실적에도 주가 부진…커머스주 전락한 네이버- 매경ECONOMY
- 책상보다 현장 택한 청춘들…2030 ‘뉴 블루’ [스페셜리포트]- 매경ECONOMY
- “하이닉스 안 부러워요”…26% 폭등한 SK이터닉스 [오늘, 이 종목]- 매경ECONOMY
- 한번도 겪은 적 없는 3高 시대…‘에버 타이트닝’- 매경ECONOMY
- [속보] 李 “노인빈곤 줄이려면 기초연금 바꿔야…증액만 하후상박 어떤가”- 매경ECONOM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