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훈 취소는 청와대 의지... 행안부에 컨트롤타워 세워야"
[박소희 기자]
지난 3월 29일, 이재명 대통령은 "만시지탄이나 당연한 조치"라며 엑스(X) 계정에 기사 하나를 공유했다. 경찰이 독재정권 시절 고문과 간첩조작 공로로 포상받은 수사관계자들의 서훈을 취소하기 위해 첫 전수조사에 돌입했다는 내용이었다. 이 대통령은 "고문과 사건조작 사법살인 같은 최악의 국가폭력 범죄자들에게 준 훈포장 박탈은 만시지탄이나 당연한 조치"라며 "국가폭력범죄의 형사 공소시효와 민사소멸시효 배제법도 꼭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변상철 공익법률센터 '파이팅챈스' 소장은 9일 오마이TV '이병한의 상황실' 인터뷰에서 "한편으로는 기뻤고, 한편으로는 우려의 마음이 들었다"고 말했다. 우려의 이유는 간단하다. 실현가능성.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조사관이었고, 오랜 세월 국가폭력 피해자들을 조력해온 그는 "2015년부터 (고문, 간첩조작사건 관련자들의) 서훈 취소에 관심이 많았는데, 시스템적으로 복잡했다"며 "경찰이 (대상 건수가) '7만 건'이라고 했을 때 정말 가능할까 생각했다"고 했다.
물론 변 소장은 이번 경찰의 작업을 응원하고 있다. 그는 '고문전문가'로 유명한 이근안씨를 직접, 무려 세 번이나 조사했다. 수많은 사람들을 고문해 강제로 허위자백을 받아내고 그 대가로 포상금과 각종 표창을 받았던 이씨는 전혀 반성하지 않았다. 오히려 "정말 과거에 열심히 했던 애국수사관들을 공격하기 위해 좌파정권(당시 노무현 정부)이 프레임을 걸고 악의적으로 우리를 탄압하고 있다"고 말했다. 변 소장과 만나면 만날수록, 이씨의 태도는 완고하기만 했다.
[관련 기사] 이근안을 조사한 사람입니다, 그에게 들은 충격적인 말 https://omn.kr/2hkb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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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변상철 공익법률센터 '파이팅챈스' 소장 |
| ⓒ 오마이TV 이병한의 상황실 |
- 이근안씨가 3월 25일 88세로 사망했다. 죽을 때 무슨 생각을 했을 것 같나? 혹시 (자신이 고문했던 피해자들에게) 사죄의 마음이 들었을까?
"그런 마음은 하나도 들지 않았을 거다. 오히려 본인이 처한 상황에 억울해하고, 변화한 사회가 '잘못된 사회'라고 한탄하면서 죽지 않았을까. 이근안이 (자신이 고문했던) 김근태 의장에게 사과했다는 보도도 거짓말이었다. 제가 직접 확인했다."
이근안과의 만남은 "저들의 양심으로 사과하는 마음을 끌어낼 수 없다면, 사회적으로 법적으로 뭔가 책임을 지워야 하지 않을까" 고민하는 계기가 됐다. 변 소장은 "피해자가 국가배상이나 재심 판결을 받으면 끝이다. 가해자에게는 아무런 해가 가지 않는다"며 "이장형(이근안에게 67일 동안 고문을 받아 간첩으로 몰렸던 피해자 - 기자 주)씨가 억울하게 돌아가시고 재심 무죄를 받고, 다른 피해자들도 무죄를 받더라도 그게 진정한 위로가 되겠는가? 피해자가 회복되겠는가?"라고 물었다.
- 그래서 서훈을 취소해야 된다고 주장하는가.
"네. 맞다."
변 소장은 문재인 정부에서 시작됐던 서훈 취소가 이재명 정부에서 제대로 완성되길 바라고 있다. 그는 "경찰이 갑자기 뜬금없이 취소하겠다 이런 게 아니고,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미 1월에 국정원에서 자체적으로 (조작간첩 사건 등과 연관된) 11명의 서훈을 취소했다"며 "청와대에서 의지를 가지고 움직이는 흐름이 있다"고 설명했다.
핵심은 체계적인 "서훈 취소 시스템 구축"이다. 그는 "컨트롤타워부터 잡아야 한다"며 행정안전부 상훈과를 지목했다. 서훈을 받기 위해서는 경찰, 국정원, 방첩사 등에서 공적조서를 꾸며 행안부 상훈과에 전달하는 과정을 거친다. 그러면 반대로 취소 과정은 법무부가 재심 무죄 판결이 날 경우 행안부 상훈과에 전달하고, 상훈과가 거꾸로 경찰 등에 관련 공적조서를 제출하라고 하는 과정을 거치는 것이다. 현재는 받는 시스템만 있고, 취소하는 시스템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
"만약 당시에 계엄으로 훈장 받은 사람들이나 계엄사에서 훈장 받은 사람들을 취소해서 발표했다면, 윤석열 정권이 저렇게 계엄을 쉽게 할 수 있었겠는가? 그런 본보기가 없었기 때문에 이런 일들이 자꾸 반복됐다."
변 소장은 나아가 피해자들의 피와 눈물 어린 훈장으로 가해자의 후손들마저 혜택을 본 상황도 바로 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독일은 나치에 부역했던 사람들의 아들이나 손자가 공직에 있다면 다 박탈한다. 끝까지 추적해서 박탈한다"며 "2019년 서훈 취소한 50명 중 혹시 자녀가 공직에 나간 사람이 있나 봤더니 8명이었다. 무슨 얘기냐면, 시험 볼 때 (국가유공자 후손이면) 가산점이 있다. 정의롭지 못한 방법으로 가산점 받고, 혜택받은 부분도 명확하게 밝혀야 된다"고 했다.
* 자세한 내용은 유튜브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sHOhfeIc_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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