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첨벙!" 덕진호 뒤흔든 '물 속의 호랑이'

최호림 2026. 4. 9.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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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전주 도심 속 덕진공원.

덕진공원의 가물치는 도시재생과 수질 개선의 성과 속에서 돌아온 생태계 구성원이자 보호 대상 생물이다.

가물치가 건강하게 헤엄치는 풍경은 식탁이 아닌 덕진호의 생태 환경 속에서 시민 모두가 함께 지켜야 할 공공 자산이라 할 수 있다.

이번 주말 덕진공원을 찾아 수면 위를 가로지르는 '물속의 호랑이'를 직접 만나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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곳곳에서 튀어오른 물보라... 수면 위를 유유히 헤엄치는 가물치들

[최호림 기자]

전북 전주 도심 속 덕진공원. 이제 이곳에서 수달이 헤엄치고 백로와 왜가리가 먹잇감을 노리는 풍경은 시민들에게 더 이상 낯선 장면이 아니다. 한때 수질 오염으로 몸살을 앓기도 했던 덕진공원은 지속적인 수질 개선 노력과 도시재생 사업을 거치며 '도심 생태계의 보고'로 자리 잡았다. 오리 떼가 줄지어 물 위를 가르고 물고기 떼가 수면을 흔드는 진풍경은 방문객들의 발걸음을 붙잡는다. 수초가 무성한 물속에서는 다양한 생명체들이 저마다의 질서를 유지하며 생태적 균형 속에 살아간다.

하지만 최근 덕진공원을 산책하던 시민들을 깜짝 놀라게 한 주인공은 수달도, 백로도, 왜가리도 아니다. 수면 위로 마치 커다란 몽둥이가 떠다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대형 어류, 바로 가물치다. 인기척이 느껴지자마자 "첨벙!" 하는 묵직한 소리와 함께 수초 사이로 몸을 숨기는 모습은 제법 위압적이다. 한 마리인 줄 알았던 가물치는 곳곳에서 튀어 오르는 물보라로 존재감을 드러냈고, 덕진호 수초 아래에 상당한 개체 수가 서식하고 있음을 실감하게 한다.

▲ "몽둥이가 떠다니는 줄"… 지난 8일 전주 덕진호에 나타난 가물치떼ⓒ 최호림

민물 생태계의 최상위 포식자인 가물치는 강한 힘과 독특한 외형 때문에 흔히 공격적인 물고기로 인식된다. 그러나 덕진호 생태계 안에서 가물치는 단순한 포식자를 넘어 수질 정화와 생태 균형 유지에 기여하는 중요한 구성원에 가깝다.

우선 가물치는 생태계 조절자 역할을 한다. 번식력이 강해 개체 수가 급격히 증가할 수 있는 소형 어종과 생태계를 교란하는 외래종인 블루길과 배스 등을 포식해 특정 종의 과잉 확산을 억제하고 생물 다양성 유지에 도움을 준다는 것. 또한 가물치는 물 속 '청소부' 역할도 수행한다. 병들거나 약해진 개체와 유기물을 섭식하면서 부패로 인한 수질 악화를 줄이는 데 기여한다.

덕진호에서 가물치가 대형 개체로 안정적으로 서식하고 있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 생태계 회복의 지표라는 평가가 나온다. 최상위 포식자가 살아갈 수 있을 만큼 수질 환경이 개선되고 먹이사슬이 안정적으로 형성됐음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민물 생태계의 대표 어종인 가물치는 예로부터 민간에서 보양식 재료로 알려져 왔다. 단백질과 아미노산이 풍부해 기력 회복에 도움을 준다는 인식이 있으며 특히 산후 조리 음식으로 널리 이용돼 온 어종이다. 그러나 덕진공원에 서식하는 가물치는 채집이나 어획의 대상이 아니다.

덕진공원의 가물치는 도시재생과 수질 개선의 성과 속에서 돌아온 생태계 구성원이자 보호 대상 생물이다. 현재 덕진공원 전 구역에서는 낚시 행위가 엄격히 금지돼 있다. 이곳의 자연은 보존과 보전을 우선 가치로 삼는다. 가물치가 건강하게 헤엄치는 풍경은 식탁이 아닌 덕진호의 생태 환경 속에서 시민 모두가 함께 지켜야 할 공공 자산이라 할 수 있다.

봄바람에 실려 오는 매화 향기 속에서 직박구리가 꽃의 꿀을 먹으며 자연의 순환을 이어가고, 호수 아래에서는 수초 사이를 지키는 가물치들이 묵묵히 생태계를 유지한다. 이번 주말 덕진공원을 찾아 수면 위를 가로지르는 '물속의 호랑이'를 직접 만나보는 건 어떨까. 낚싯대 대신 카메라와 여유로운 시선만 챙긴다면 자연이 주는 경이로움을 충분히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 “이게 다 물고기라고?” 덕진공원 호수 뒤덮은 치어 떼ⓒ 최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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