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욕 못하면 북한 요원?" 인권 침해 외면한 언론 [오마이팩트]
[김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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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른바 '북한 IT 요원 색출' 영상을 보도한 언론 유튜브 영상. 왼쪽 위부터 JTBC, SBS, MBC, TV조선. 이 가운데 TV조선을 제외한 나머지 세 방송은 오마이뉴스에서 자체 모자이크 처리함. |
| ⓒ JTBC/SBS/MBC/TV조선 |
독립적인 블록체인 조사관이라고 밝힌 타누키(@tanuki42_)는 지난 6일 자신의 X(옛 트위터) 계정에 자신이 일본인 소프트웨어 개발자라고 밝힌 지원자를 인터뷰한 영상을 올렸다. 해당 영상에서 그가 "가짜 지원자가 많아서 확인이 필요하다"라면서 "김정은 욕을 해달라"거나 "김정은은 뚱뚱하고 못생긴 돼지다"라고 말하라고 요구하자, 지원자는 당황하는 모습을 보였고 곧 영상이 끊겼다.
그는 "김정은을 모욕하라는 요구를 받자마자 그대로 얼어붙은 북한 IT 노동자 영상"이라면서 "이 방법이 영원히 통하진 않겠지만, 당장은 정말 효과적인 필터(여과 장치)다. 아직 김정은을 욕할 수 있는 북한 요원을 단 한 명도 본 적이 없다"라고 주장했다.
김정은 욕 못하면 북한 요원? 국내 언론, '북한 요원 색출법' 보도
국내 주요 언론은 지난 7일과 8일 해당 영상을 '기발한 색출법'으로 소개하면서 화제성으로 다뤘다. JTBC("김정은 욕 해봐" 북한 IT 요원 색출법, 면접서 통했다), SBS("'김정은 돼지XX' 해봐" 동공지진..북 요원 무릎 꿇린 '김정은 테스트'), MBC("김정은 욕해봐요" 실제 면접, "진짜로?" 묻더니 '줄행랑'), TV조선(김정은 욕 해봐" 면접 질문에 '얼음'···北 요원 색출법, 면접서 통했다)이 대표적이다. 해당 영상에서 북한 요원으로 의심 받는 지원자 얼굴을 모자이크 처리 없이 그대로 내보낸 언론사도 있었다.
이들 언론은 '외화벌이나 해킹을 목적으로 외국계 IT 기업에 위장 취업하려는 북한 요원을 막으려는 여러 시도 가운데 하나'라고 소개했지만, 해당 테스트의 실효성이나 한국인 등 아시아계를 겨냥한 인종 차별 문제는 거론하지 않았다.
"김정은 욕을 해보라"는 질문이 북한 요원을 가려내는 효과적인 수단인지, 법적·윤리적으로 정당한지 따져봤다.
미국 등 채용시 '출신 국가 차별' 행위 금지... 아시아계 인종차별 소지도
해당 개발자는 '위장한 북한 요원'을 가린다는 안보 목적을 내세웠지만, 미국이나 유럽 등 서구권에선 채용 과정에서 인종 차별은 물론, 출신 국가에 기반한 차별적인 질문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미국 평등고용기회위원회(EEOC)는 미국 민권법 제7조에 따라 고용주가 채용시 지원자가 특정 국가나 지역 출신이라거나, 특정 민족적 배경을 가진 것처럼 보인다는 이유 등으로 '출신 국가 차별'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국가 안보'를 사유로 한 예외 조항이 있지만, 국가 기밀에 접근하는 특정 직무나 연방정부의 보안 승인이 필요한 경우 등 법적으로 허용된 범위 내에서 신분 확인이나 국적 관련 검증을 할 수 있다. 이 경우에도 아시아계 등 특정 인종을 겨냥할 경우에는 인종차별적 행위로 간주될 수 있다.
북한 요원을 가려내는 '김정은 테스트' 역시 백인이나 라틴계, 아프리카계보다는 한국, 일본, 중국 등 아시아계 지원자를 겨냥해 질문이 이뤄질 가능성이 커 인종차별 위험이 크다.
홍성수 숙명여대 법학과 교수는 9일 <오마이뉴스>에 "특정 인종 또는 출신 국가·민족의 구성원을 잠재적 위험 인물로 보고 질문을 하는 것은 일단 인종차별 소지가 있다고 생각한다"라면서 "만약 이것이 북한 IT 요원의 위장 취업을 가려내기 위한 효과적이고 불가피한 방법이라면 차별이 될 수 없겠지만, 이 경우에는 해당 인물이 북한인인지도 확실하지 않고, 또한 위장 취업을 가려낼 수 있는 유의미한 방법도 아니라는 점에서 합리적 이유가 있다고 보긴 어려울 것 같다"라고 말했다.
"김정은 테스트 이젠 안 통해"... 이미 지난해부터 실효성 의문 제기
미국 등 글로벌 IT 업계에서 북한 요원의 위장 침투를 막는 '김정은 테스트'가 가성비 검증법으로 한때 관심을 모았지만, 이미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 상태다.
미국 글로벌 사이버 보안 기술 기업인 '크라우드스트라이크'의 대테러 부문 수석 부사장인 아담 마이어스가 지난해 4월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사이버보안(RSA) 콘퍼런스에서 "북한 요원들은 전 세계 곳곳에서 임무를 수행하고 있으며, 수천 명이 포춘 500대 기업에 침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라면서 "이런 사람들을 꽤 많이 인터뷰해 봤는데, 가장 좋아하는 인터뷰 질문은 '김정은은 얼마나 뚱뚱합니까?' 같은 질문이다. 그러면 그들은 즉시 전화를 끊는다. 그에 대해 괜히 부정적인 말을 하는 건 곤란하니까"라고 주장했다.
이에 '닥터 치게로(drchigero)'라는 한 개발자는 당시 '레딧' 사이버보안 토론방에 "물론 그들(북한 요원)이 김정은을 얼마나 숭배해야 하는지는 잘 알고 있지만, 그들은 일자리를 얻기 위해서라면 무슨 말이든 하고 무슨 짓이든 할 수 있다"라면서, "(아담 마이어스가) 북한 사람이 아닌 한국인과 통화하면서 모욕적인 말을 해서 전화를 끊게 만든 것일 수도 있다"라고 지적했다.
한 개발자(leftlanecop)가 "우리 팀 중 한 명이 '김정은을 암살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무엇일까요?'라고 질문하자, 3명이 바로 연결을 끊었다"라고 말하자, 또 다른 개발자(FrivolousMe)는 "나라도 연결을 끊을 것 같다. 정말 이상하고 비전문적이며 정치적인 질문"이라고 반박했고, 또 다른 개발자(Forgotthebloodypassw)도 "이전에는 통했더라도 이제는 통하지 않을 거다. 그들은 신성한 지도자를 모욕할 수 있는 특별 허가를 받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내 언론은 한국인 등 아시아계를 겨냥한 인종차별 요소가 담긴 영상인데도 무비판적으로 확산했다.
권순택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처장은 9일 <오마이뉴스>에 "잘 훈련 받은 북한 IT 요원이면 오히려 저런 상황에 잘 대응할 것"이라면서 "저런 질문에 답을 못 한다고 북한 요원을 감별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라고 밝혔다.
그는 "우리보다 인종차별에 민감한 외국 기업에서 이런 채용 과정을 거친다는 게 더 충격적"이라면서 "외국 기업에 지원하는 한국인도 인종차별 피해자가 될 수 있는데, 국내 언론이 '이슈토픽', '와글와글' 같이 인터넷 조회수를 노린 가십성 코너에서 화제성으로 다룬 건 문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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