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남자가 여신분증 찍어도 뚫려"…광주 무인 매장 '성인 인증 시스템' 구멍

호남취재본부 민현기 2026. 4. 9.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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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인건비 절감과 편의성을 내세운 24시간 무인 전자담배 매장이 급증하고 있으나, 핵심 안전장치인 '성인인증 시스템'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성별조차 구분하지 못하는 허술한 인증 체계 탓에 청소년들이 타인의 신분증을 도용해 담배를 구매할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이 되고 있어 대책이 시급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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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별조차 구별 못하는 허술한 인증 체계
청소년 유해 환경 접근 대책 마련 시급
市, "청소년 노출 관리 감독 강화할 것"
지난 8일 광주 동구의 한 24시간 무인 전자담배 매장에 본지 남 기자가 여성의 신분증을 제시해 보니 아무런 제재없이 구매가 진행됐다. 민현기 기자

최근 인건비 절감과 편의성을 내세운 24시간 무인 전자담배 매장이 급증하고 있으나, 핵심 안전장치인 '성인인증 시스템'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성별조차 구분하지 못하는 허술한 인증 체계 탓에 청소년들이 타인의 신분증을 도용해 담배를 구매할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이 되고 있어 대책이 시급한 상황이다.

남 기자가 내민 '여성 신분증'에 무방비… "본인 확인 불가"

본지 남 기자는 지난 8일 광주 동구에 위치한 한 24시간 무인 전자담배 매장을 찾았다. 매장 내부는 관리자 없이 적막했고, 수십 종류의 액상 전자담배와 기기들이 진열된 자판기만이 취재진을 맞았다. 벽면에는 '19세 미만 청소년 판매 금지'라는 문구가 선명하게 붙어 있었지만, 정작 기계의 보안은 명문에 불과했다.

남 기자가 제품을 선택한 뒤 성인인증 절차에서 본인의 것이 아닌 여성 지인의 신분증을 인식기에 갖다 댔다. 놀랍게도 자판기는 신분증 사진 속 인물과 앞에 서 있는 구매자의 성별 차이를 전혀 감지하지 못한 채 단 몇 초 만에 인증을 승인했다. 결제 버튼을 누르자 제품은 거침없이 배출됐다.

현행법상 담배 자동판매기는 성인인증 장치를 반드시 부착해야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 가동되는 시스템은 신분증의 유효성만 확인할 뿐 '사용자가 신분증 주인과 동일인인지'를 판별하는 기능은 전무했다. 사실상 부모나 형제, 혹은 분실된 타인의 신분증만 있으면 청소년도 손쉽게 담배를 손에 넣을 수 있는 구조다.

청소년 "부모님 신분증 몰래 가져오면 그만"… 확산되는 도용 사례
지난 8일 광주 동구의 한 24시간 무인 전자담배 판매 매장. 민현기 기자

지난해 국회를 통과한 담배사업법 개정안이 본격 시행되면서, 그간 규제 사각지대에 놓여있던 합성 니코틴 액상 전자담배도 일반 담배와 동일한 규제를 받게 됐다. 담배 자동판매기 역시 19세 미만 출입 금지 장소나 소매점 내부 등 지정된 장소에만 설치할 수 있으며, 엄격한 성인인증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법적 테두리가 강화됐음에도 기술적 보완이 따르지 않는다면 무용지물이라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현재의 단순 스캔 방식으로는 위조 신분증이나 타인 신분증 도용을 막을 수 없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얼굴 인식 기능을 갖춘 AI 성인인증 시스템이나 복제 불가능한 모바일 신분증 QR코드 인증 도입을 의무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러한 인증 시스템의 허점은 이미 청소년들 사이에서 '공공연한 비밀'로 통하고 있다. 무인 매장의 특성상 대면 확인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악용하는 것이다.

실제로 광주 동구 인근에서 만난 고등학생 A군은 "편의점은 점원 눈치가 보여서 못 가지만 무인 매장은 신분증만 있으면 장땡이라는 소문이 다 퍼졌다"며 "집에 있는 부모님 신분증을 몰래 가지고 나오거나 중고 거래 사이트에서 구한 신분증을 인식기에 찍으면 아무 문제 없이 살 수 있다"고 털어놨다.

광주시 관계자는 "현장 지도 점검을 통해 신분증 도용 방지 문구를 보강하고, 업주들에게 보안성이 강화된 인증 시스템 도입을 적극 권고할 방침"이라며 "청소년들이 유해 환경에 노출되지 않도록 실효성 있는 관리 체계를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호남취재본부 민현기 기자 hyunk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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