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판경제학] 7. 부평·주안산단, 누가 어떻게 바꿀 것인가 <끝>
6·3 후보 보내는 공짜 용역서
단체장 출마 25명에 식판 기획 전달
유정복 시장 “기업 투자 기반 회복을”
이기붕위원장 “플랫폼 산단 전환 전략”
산업단지 바꿔주는 생각들
기초단체장 “산업 등 바꿔야” 한 목청
가장 뜨거운 화두 '생활 인프라 복원'
제조 혁신·정주여건 동시 개선부터
이제 다시 변화하는 국가산단
산업공단·인천상의, 현장 목소리 대변
영세화 문제 등 제조업 혁신 '갈림길'
산단, 시설 완화…머무는 공간 전환


국가산업단지를 시장 논리에만 맡겨두기에는, 현장 동력은 이미 한계선 아래로 내려와 있었다. 공장은 돌아가고 있었지만, 그 안을 버티는 조건은 무너지고 있었다. 정부 지원과 제도적 보완 없이는 중소기업 운영 자체가 성립하기 어려운 구조다. 그렇다고 정책이 해답이었던 것도 아니다. '구조 고도화'라는 구호가 반복될 동안 기업 어려움은 줄지 않았고 오히려 저임금과 고령화가 동시에 진행됐다. 정작 중요한 문제, '일자리의 질'을 끌어올리는 논의는 뒤로 밀렸다. 문제는 방향이다. 같은 처방을 반복하는 한 결과는 달라지지 않는다. 이는 산업단지에만 국한한 이야기가 아니다. '좋은 일자리' 부족은 도시의 지속 가능성과 직결된 문제다. 사람이 머물지 않는 산업단지는 지역 경제에도 뼈아픈 장면으로 남는다. 비슷한 진단은 해외에서도 확인된다. 아스펜연구소와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 등이 참여한 보고서 'To Build Back Better, Job Quality Is the Key'는 경제 핵심 문제가 '일자리 부족'이 아니라 '좋은 일자리 부족'이라고 짚는다. 임금과 근로조건이 개선되지 않는 한, 경제 회복은 삶의 회복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이제 시선을 바꿔야 한다. 기업 성장과 지역경제 활성화의 공통분모는 결국 '사람'이며, 그 연결축은 '일자리의 질'이다. 그렇다면 이 문제를, 누가 어떻게 언제쯤 바꿀 것인가. 우리는 그 질문을 들고 6월 지방선거 앞으로 갔다.
▲장면 스물둘. '공짜 현장 용역서'를 후보들에게 보냈다.
<식판경제학>이 현장 기록에 머물지 않고, 산업단지 미래를 함께 고민하는 하나의 해설서가 되길 바라는 뜻에서 우리는 이 기획을 인천시장 후보와 국가산단이 위치한 남동구·부평구·서구·미추홀구 기초단체장 예비후보들과 공천 확정자 등 25명에게 전달했다. 남동산단의 세대 단절, 부평·주안산단의 영세화, 보육·주차·휴식 인프라 부족 등 현장에서 확인한 문제를 담아, 사실상 '공짜 용역서'처럼 참고해 달라는 의미였다. 그리고 물었다. 산업단지를 어떻게 진단하고, 어떤 방향으로 바꿀 것인지.
현재 인천시장 후보로는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국회의원과 국민의힘 유정복 인천시장, 개혁신당 이기붕 인천시당 위원장이 거론된다. 여기서 이번 기획에 대한 답변은 유정복 시장과 이기붕 위원장 측에서 보내왔다.
두 사람 모두 <식판경제학>이 짚어낸 문제의식에 깊은 공감을 전달했다. 산업단지를 숫자가 아닌 '한 끼 식사'로 바라본 접근이 본질에 더 가까웠다는 점에서다.
유정복 시장은 산업단지 방향을 '사람 중심 전환'과 '제조혁신'으로 제시했다. 보육·주차·휴식 등 기본 생활 인프라를 확충해 노동자가 머물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동시에 스마트 제조와 첨단산업 전환을 통해 기업의 투자 기반을 회복해야 한다는 접근이다. 산업단지를 더 이상 '버티는 공간'이 아니라 '살아갈 수 있는 공간'으로 바꿔야 한다는 인식이다.
이기붕 위원장은 산단을 미래 산업 플랫폼으로 전환하겠다고 했다. 영세하게 쪼개진 기업 구조를 공동 생산·물류 체계로 묶고, AI 기반 제조 전환을 통해 생산성을 끌어올리는 한편, 주거·보육·문화 기능을 결합한 복합 생태계로 조성한다는 구상이다. 산업단지를 하나의 시스템이자 플랫폼으로 다시 설계하겠다는 지향점을 분명히 했다.
두 인천시장 후보들은 표현과 해법은 달랐지만, 구상은 한 지점에서 맞닿았다.
기업이 버티고, 지역경제가 순환하며, 노동자가 떠나지 않게 만드는 조건은 '일자리의 질'이라는 점이다.
▲장면 스물셋. 산업단지를 바꿀 아이디어들
국가산업단지는 단순한 기업 집적지가 아니다. 보육과 주차, 교통과 휴식 같은 일상의 결핍부터 산업 구조의 노후화까지, 기초단체장의 정책 선택이 현장에 즉각적으로 작동하는 공간이다. <식판경제학>에 응답한 국가산단 소재 지자체 후보 16명 답변은 각기 달랐어도, '산업과 생활을 함께 바꿔야 한다'는 방향으로 수렴됐다.
가장 뜨거운 화두는 단연 '생활 인프라의 복원'이었다. 남동구 박종효(국)·안희태·이병래·박인동·김성수(민) 후보들은 입을 모아 주차난과 보육시설 부재를 산단 지속 가능성의 최대 걸림돌로 꼽았다. 부평구 차준택·김병기(민) 후보와 미추홀구의 김성준·김정식(민)·이영훈(국) 후보 역시 "일만 하는 회색 공간에 사람은 돌아오지 않는다"는 점에 공감하며 정주 여건 개선을 최우선 과제로 제시했다. 차준택 후보는 기획에서 산단 내 결핍 중 하나로 지목했던 육아 인프라 부족을 놓고 "부평에는 단 한 곳도 없는 근로복지공단 어린이집을 유치하는 방안도 고민하겠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제조업 체질 개선'에 대한 구체적인 방법론도 이어졌다. 김성수(민) 후보는 AI와 바이오를 연계한 고도화를, 이병래(민) 후보는 자체 브랜드 육성을 통한 부가가치 창출을 대안으로 내놨다. 강범석(국) 후보와 김용섭(무) 후보가 포진한 서구지역에서는 산단을 도시와 격리된 '고립된 섬'에서 '열린 생활 공간'으로 바꾸기 위한 문화·주거 결합형 공간 재편안이 힘을 얻었다.
남동구에선 '기업 구조의 수선'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컸다. 박종효(국) 후보는 산단의 영세성을 '모래알 구조'라 우려하며 AI·로봇·드론 등 첨단 미래 기술을 실증할 수 있는 대규모 거점을 조성해 첨단과 뿌리산업의 브릿지로 삼겠다고 밝혔다. 안희태(민) 후보는 산단 내 협업 클러스터와 GTX-B 등 광역교통망과 산업단지를 잇는 안을 제안했다. 최성춘(민) 후보는 노동자 자주기업 육성이라는 독특한 해법을 제시하며 산단 내부의 자생력을 높여야 한다고 봤다.
16명 후보가 내놓은 각자 해법도 잘 보면 하나의 방식으로 모였다. 산업단지를 더 이상 '일만 하는 공간'으로 둘 수 없다는 점, 그리고 산업 정책과 생활 환경을 분리하지 않고 동시에 바꿔야 한다는 전환적 사고다.
보육과 주차 같은 일상 문제를 해결하는 접근과, 제조 혁신과 산업 구조 개편을 추진하는 전략은 서로 다른 영역처럼 보이지만, 하나의 구조로 다시 묶어 사람이 머물 수 있도록 재설계해야 한다는 아이디어다. <식판경제학>의 질문에 응답한 후보별 세부 공약과 구체적인 실행 계획은 데이터의 방대함을 고려해 온라인 부록으로 상세히 공개할 예정이다.
▶ 관련기사 : [식판경제학 부록] 16인 후보가 고민한 '인천 산단의 미래 식판'
▲장면 스물넷. 이미 알고 있던 문제, 얼마나 바꿀 수 있나
국가산업단지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축이 있다. 방향을 설계하고 구조를 조정해 온 운영 주체와 실제 기업 현장의 목소리를 정책으로 연결해 온 경제단체다. 인천에서는 한국산업단지공단과 인천상공회의소가 주로 그 역할을 맡아왔다.
우리는 <식판경제학>을 이들 기관에도 전달했다. 현장에서 바라본 장면들을 이들은 어떻게 보고 있는지, 그리고 어떤 해법을 고민해 왔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인천상공회의소는 지방선거 때마다 인천시장 후보들에게 정책 제안을 해왔고, 그 중심에는 늘 산업단지 재편과 경쟁력 회복이 있었다. 오는 14일 공개되는 정책제안집에서도 제조업 경쟁력 약화와 산단 노후화·영세화 문제가 핵심 과제 중 하나로 꼽혔다. 전통 제조업의 고도화와 생산성 제고, 산업용지 확충, 근로환경 개선 등이다. 특히 산단을 중심으로 집적된 금속·기계·플라스틱 등 제조업이 노후화와 인력난으로 경쟁력을 잃고 있다는 진단은 <식판경제학>이 현장에서 확인한 문제와 맞닿아 있었다.
남동국가산단 중심부에 위치한 인천상공회의소는 그 변화를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본 기관이다. 이번 기획을 전달하며 '현장 해설서'처럼 참고해 달라고 요청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인천상의 관계자는 "노후산단에 대한 고민을 지난 십수년 동안 이어오면서 다양한 사안들을 축적해왔다"며 "하지만 이렇게 현장 곳곳을 구체적으로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획은 흔치 않아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산단 세부 상황을 이해하는 데 의미 있는 자료였다"고 평가했다.
인천 국가산단을 직접 관리·운영하는 한국산업단지공단은 산업 구조 전환과 정주 환경 개선을 중심으로 해법을 단계적으로 풀어나가겠다고 전했다.
우선 산업 측면에서는 주력 업종 고부가가치화와 첨단 전략산업 육성을 통해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방향이다. 남동산단을 중심으로 중장기 발전계획을 수립하고, 융복합 집적지를 조성해 산업 혁신 거점을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기존 제조업 기반을 유지하면서도 소재·부품·장비 등 연관 산업을 확대해 산업 생태계 지원체계를 강화하겠다고 했다.
정주 환경 개선도 함께 추진된다. 공원과 주차장, 문화시설, 어린이집, 기숙사 등 근로자 생활 인프라를 확충하고, 남동산단 주차장 조성 등 현장 체감도가 높은 사업을 이어가고 있다. 여기에 카페·편의점 등 생활시설 설치 규제 완화도 추진되면서, 산업단지를 '일하는 공간'에서 '머무는 공간'으로 바꾸려는 시도도 병행되고 있다.
최근에는 스마트그린산단 사업을 통해 제조 공정 전반의 디지털 전환과 에너지 구조 개선까지 확장하고 있다. 공정·물류·인력 전반에 걸친 AI 기반 제조혁신 지원과 함께, 문화선도산단·AX 실증산단 등 공모사업을 통해 산업단지에 문화와 기술 요소를 결합하려는 계획도 제시됐다.
다만, 단기간에 성과를 단정하기 어렵다는 점도 함께 언급됐다. 산업 구조 전환과 정주 환경 개선은 단계적으로 진행될 수밖에 없는 과제이기 때문이다.
현장에서 확인한 식판들, 전문가들이 짚은 구조들, 정치권이 제시한 방향들, 그리고 이를 실행하려는 기관의 계획들까지. 서로 다른 지점들의 언어는 결국 하나의 말과 다르지 않았다. '사람을 위한 산업단지'. 이제 남은 것은, 그 변화가 실제로 작동하느냐였다. <식판경제학>은 그 과정을 기록하기 위한 시도였다.
/김원진·정혜리·홍준기 기자 kwj7991@incheonilbo.com
/그래픽 이연선 기자 yonsony@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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