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양 AI 데이터센터, 속도보다 검증이 중요하다

최상두 2026. 4. 9.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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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 주민과의 소통 등 군이 직접 나서야

[최상두 기자]

▲ 함양 휴천일반산업단지 AI 데이터센터 부지 AI 데이터센터가 들어설 휴천일반산업단지
ⓒ 최상두
경남 함양군이 추진 중인 1조 3800억 원 규모 AI 데이터센터 사업이 4월 9일 인허가를 마치고 본격적인 추진 단계에 들어갔다. 행정적으로는 '출발선'을 넘은 셈이지만, 지역사회에서는 오히려 질문이 더 늘어나고 있다.

이번에 허가된 사업은 전체 계획 중 1단계인 40MW 규모다. 휴천일반산업단지 내 약 4만 2000㎡ 부지에 전산동과 운영동이 들어설 예정이며, 2027년 착공, 2028년 운영이 목표다. 군은 이미 한국전력공사와 전력공급 협약을 체결했고, 100MW 규모 전력계통영향평가도 통과했다며 기반 확보를 강조하고 있다. 또한 산업단지가 마을과 1km 이상 떨어져 있고, 냉각 방식도 물이 아닌 공기를 사용하는 공랭 방식이어서 환경 영향은 최소화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문제는 '가능성'이 아니라 '감당 가능성'이다.
▲ 함양 휴천일반산업단지 AI 데이터센터 부지 휴천면 사업단지 기존 변전소
ⓒ 최상두
데이터센터는 전력을 대규모로 소비하는 시설이다. 방송 보도에 따르면 100MW급 데이터센터의 예상 전력 사용량은 월 약 43GWh 수준으로, 함양군 전체 주택 전력 사용량을 크게 웃돌고 인근 진주시 전체 사용량에 육박한다. 하나의 시설이 중소도시 하나와 맞먹는 전력을 사용하는 구조다.

이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려면 대규모 송전선로와 변전 설비가 필요하다. 이는 단순한 기술 문제가 아니라, 전자파와 소음, 경관 훼손 등 주민 생활환경 변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다른 지역에서도 유사한 갈등이 반복돼 왔다.

군은 인·허가 이전인 4월 7일 휴천면 이장 회의에서 설명회를 열고 주민 이해를 구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설명회 이후에도 논란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냉각 방식, 물 사용량, 환경 영향 범위 등 사업의 핵심을 판단할 수 있는 자료는 충분히 공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설명은 있었지만, 근거는 부족했다는 평가다.

특히 회의자료 공개 요청에도 군은 업체 측의 외부 유출 금지 요청을 이유로 자료 제공을 거부했다. 공공성과 직결된 사업임에도 정보 접근이 제한된 셈이다.

현장의 시선도 곱지 않다. 한 마을 이장은 "선거 때마다 대형 사업 이야기는 있었지만 끝까지 책임진 경우는 많지 않았다"라며 "이번 사업도 구체적인 내용이 부족해 믿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은 "전력과 물을 얼마나 쓰는지, 지역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알 수 없다"라며 "유치보다 설명이 먼저" 라고 지적했다.
▲ 함양 휴천일반산업단지 AI 데이터센터 부지 변전소와 휴천산업단지 전경
ⓒ 최상두
사업 주체에 대한 의문도 여전히 남아 있다. 투자사인 오리드코리아는 1조 원이 넘는 사업의 자금 조달 구조와 참여 기업을 아직 공개하지 않았다. 군이 제시한 300명 고용 효과 역시 업계 평균과 차이가 있어 산정 근거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무엇보다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 지역사회의 불신을 키우고 있다. 함양군은 2023년에도 데이터센터 투자협약을 체결했지만, 자금과 전력, 수요 기업 문제 등이 불확실한 상태에서 사업 진행에 어려움을 겪은 바 있다. 이번 사업은 인·허가까지 마쳤다는 점에서 진전된 것은 분명하지만, '협약→기대→불확실성'이라는 흐름이 반복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여전하다.

결국 이번 논란은 데이터센터 유치 자체의 문제가 아니다. 검증보다 속도가 앞서는 행정, 그리고 그 과정에서 배제된 주민 소통의 문제다.

이제 답해야 할 주체는 명확하다. 기업이 아니라 군정이다.

전력은 어떻게 공급할 것인지, 환경 영향은 어디까지인지, 자금은 확보됐는지, 사업 수행 능력은 검증됐는지에 대해 군이 직접 설명해야 한다. 업체 뒤에 숨을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인·허가가 끝났다고 해서 논란이 끝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지금부터가 시작이다. 검증 없이 추진된 사업이 실패로 이어질 경우, 그 부담은 고스란히 지역에 남는다. 데이터센터가 '황금알'이 될지, '지역의 짐'이 될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다만 분명한 것은 하나다. 속도보다 신뢰가 먼저라는 점이다.

덧붙이는 글 | '수달아빠’로 불리며 지리산 엄천강 일대에서 야생동물과 하천 생태를 기록하고 있다. 수달과 철새의 삶을 통해 인간과 자연의 공존을 고민하며, 현장에서 보고 느낀 이야기를 전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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