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자 없는 전쟁… 최대 패자는 네타냐후” 英가디언 분석
휴전 압박에도 트럼프 선회… 이스라엘 패싱
미국과 대대적 작전에도 이란 핵·정권 그대로
대미 공조 균열… 국내 정치 입지도 흔들려
“완전한 승리, 허언”… 존재 이유에 의문 제기

이스라엘이 촉발한 이란과의 전쟁이 결국 실패로 끝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란과의 불안정한 휴전에 들어가면서 가장 큰 패자가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영국 가디언이 전망했다.
가디언은 8일(현지시간) “이란과 미국이 불안정하고 모호한 휴전에 합의한 가운데 이스라엘의 전쟁은 실패로 귀결됐다”며 “정치적 재앙이라는 평가가 나온다”고 전했다.
또 “미국 정보기관은 이란의 정권 교체 및 혁명 가능성을 예상한 이스라엘의 전망을 ‘터무니없는 것’으로 평가했다”며 “이 판단은 결국 옳았던 것으로 드러났다”고 덧붙였다.
가디언은 전쟁이 길어야 며칠, 길어도 몇 주에 그칠 것이라는 이스라엘 측 분석도 크게 빗나갔다는 점을 상기시켰다.
이스라엘 채널12 보도에 따르면 네타냐후 총리는 불과 이틀 전까지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휴전에 합의하지 말 것을 요구하고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정부를 향해 집단학살을 암시하는 수준의 경고를 쏟아냈지만 결국 입장을 바꿔 휴전에 합의했다. 의사결정 과정에서는 이스라엘을 사실상 배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스라엘 제1야당 야이르 라피드 대표는 엑스(X)에 “우리 역사상 이런 정치적 재앙은 없었다”며 “국가 안보의 핵심과 관련된 결정이 내려질 때 이스라엘은 협상 테이블 근처에도 있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야이르 대표는 “군은 요구된 모든 임무를 수행했고 국민도 놀라운 회복력을 보여줬지만 네타냐후는 정치적으로도 전략적으로도 실패했다”며 “스스로 내세운 목표를 하나도 달성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또 “오만과 부주의, 전략 부재로 인한 피해를 복구하는 데 수년이 걸릴 것”이라고 지적했다.
좌파 성향 민주당 야이르 골란 대표도 네타냐후 총리를 향해 “역사적 승리와 세대를 아우르는 안보를 약속했지만 현실은 이스라엘 역사상 가장 심각한 전략적 실패 중 하나였다”며 “이는 향후 수년간 이스라엘 안보를 위협할 완전한 실패”라고 비판했다.
네타냐후는 이번 전쟁에 모든 것을 걸었지만 이란 신정체제 붕괴나 고농축 우라늄 확보, 실질적 국가 약화라는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고 가디언은 지적했다. 오히려 가자지구 공격으로 ‘집단학살’ 비판을 받고 있던 이스라엘의 국제적 위상은 더욱 훼손됐다고 덧붙였다.
안보 측면에서도 이슬람혁명수비대의 힘은 더 강해진 것으로 평가된다. 군사 강대국인 미국과 이스라엘로부터 한 달간 강도 높은 공격을 받고도 ‘체제 생존’이라는 핵심 목표를 달성했기 때문이다.
가디언은 “이란 정권은 상처를 입었지만 여전히 건재하고 상당한 군사력을 유지하고 있다”며 “이에 따라 재무장을 서두르며 보복 기회를 모색할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네타냐후 총리가 휴전 합의 후에도 레바논 남부 공격을 계속 고집하는 것은 오만한 행보로 지적된다. 새로운 안보 완충지대를 만들겠다는 명분이지만 해당 지형에 익숙한 헤즈볼라와의 지상 충돌을 부를 우려가 있다.
가디언은 “사전 경고 없이 이뤄진 이스라엘의 대규모 레바논 공습은 이란에서 좌절된 이후의 보복성 공격으로 해석될 수 있다”고 봤다.
신문은 “특히 미국에서는 1960년대 이후 유지돼 온 정치적 합의가 흔들리고 있다”며 “이란 전쟁을 둘러싸고 트럼프를 압박한 이스라엘의 역할은 진보 진영과 강경 우파 모두로부터 비판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대인 유권자들 사이에서도 이스라엘에 대한 지지는 역사적으로 낮은 수준으로 떨어지는 중이다.
선거를 앞둔 이스라엘 내에서도 네타냐후 총리의 입지는 위태로운 것으로 평가된다. 이번 전쟁으로 안보 상황이 근본적으로 바뀌기는커녕 그가 약속한 주요 목표를 하나도 달성하지 못한 채 끝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번 실패가 처음부터 예정된 결과라는 평가도 있다.
이스라엘 일간 하레츠의 아모스 하렐 군사전문기자는 “현 미국 행정부와 네타냐후 체제의 이스라엘이 공유하는 여러 약점이 드러났다”며 “근거 없는 희망적 사고에 기반한 도박, 피상적이고 미완성된 계획, 전문가 의견 무시, 지도자의 의도에 맞추기 위한 압박적 수단 등이 그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스라엘은 앞으로 미국으로부터 이번처럼 전폭적 지원을 받아 군사 작전을 벌이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네타냐후 총리가 오랫동안 원해왔던 전쟁을 성사시켰지만 실패로 끝냈기 때문이다. 가디언은 이번 전쟁이 이스라엘 입장에서는 ‘일생일대의 기회’였다고 평가했다.
신문은 “트럼프 대통령은 지상군 투입 문제를 포함해 가장 위험한 수준의 확전 단계에서 결국 물러섰다”며 “이는 막대한 비용과 경제적 파장을 우려한 미국 내 여론 때문이기도 하다”고 해설했다.
가디언은 “이란 문제 해결이 수년간 네타냐후 총리가 집요하게 내세워온 정치적 핵심 메시지였던 점을 고려하면 이제는 ‘그의 존재 이유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이 제기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하렐 기자는 “완전한 승리와 실제적 위협 제거라는 네타냐후의 공언이 공허한 약속이었음이 드러났다”며 “가자지구와 레바논 한 차례씩, 그리고 이란 두 차례로 이번이 네 번째”라고 꼬집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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