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예술인 위한 창작지원금, '지급보증보험' 들어야 수령이 가능하다고?
[하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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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년도 전문예술지원 문학분야(개인) 창작지원금 신청 안내 내용. 보증보험을 가입하라고 하는 안내를 받았다. |
| ⓒ 하태성 |
창작지원금은 경제적 취약 상태에 있는 예술가에게 창작의 시간을 보장하기 위해 존재한다. 그러나 지급보증보험 가입을 필수 조건으로 요구하는 순간, 지원 제도는 '창작 능력'이 아니라 '금융 신용'을 기준으로 작동하게 된다. 신용이 낮은 예술가는 선정되고도 배제되는 역설적 상황에 놓인다. 이는 지원이 아니라 선별이며, 창작 진흥이 아니라 창작 제한이다.
문학 창작자의 현실은 불안정하다. 고정 수입이 없고, 사회보험 이력도 취약하다. 장기간 창작 활동을 지속해온 이일수록 금융 신용에서 불리한 경우가 많다. 이러한 구조를 고려하지 않은 채 보증보험을 요구하는 것은 창작 현장을 모르는 행정 편의주의가 될 수 있다. 공공 지원 제도가 시장 논리를 그대로 가져와 적용하는 순간, 가장 지원이 필요한 예술가가 제도 밖으로 밀려난다.
더 큰 문제는 선정 이후 배제라는 점이다. 심사를 통해 창작 가능성을 인정하고도, 금융 신용이라는 또 다른 장벽을 세워 사실상 지원을 무력화하는 것은 행정의 책임 회피가 될 수 있다. 창작 계획은 이미 시작되었고, 일정은 준비되었으며, 기대는 형성되었다. 그런데 이 모든 것이 보증보험이라는 문턱에서 중단된다.
재단은 '최소한의 장치'라지만... 꼭 개선이 필요합니다
필자는 이 문제에 대해 강원문화재단 측에 서면으로 문의를 했고, 지난 6일 답변을 받을 수 있었다.
먼저, '창작지원금 수령 시 지급보증보험을 요구하는 이유'에 대해 재단 측은 "문화예술 지원사업의 지원금은 공공재원으로 조성된 예산으로, 도내 예술인들의 창작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선지급 후 결과 확인 및 정산(또는 결과물 제출)의 절차로 운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사업 미이행, 정산 또는 결과물 미제출 등 예외적인 상황이 발생할 경우 지원금 환수가 필요할 수 있으며, 이러한 상황에 대비하여 공공재정의 안정적인 관리와 회수 가능성 확보를 위한 최소한의 장치로 2026년부터 지급보증보험 제도를 전면 도입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신용 문제로 보증보험 가입이 어려운 예술인을 위한 대책 여부'가 있느냐는 질의에 대해선 "지급보증보험 제도와 관련하여 재단에서는 2025년 8월 및 12월 뉴스레터, 2025년 12월 개최한 '2026년 강원문화예술지원사업 통합 설명회' 및 안내 자료집, 언론보도, 영상 콘텐츠(숏츠) 제작·배포, 2026년 3월 '2026년 강원문화예술지원사업 선정단체(인) 워크숍' 등을 통해 사전에 지속적으로 안내드린 바 있다"는 입장이다.
이어 재단 측은 "해당 제도는 지원사업 선정자에게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기준으로, 특정 대상에 대한 예외 적용이나 편의 제공은 제도 도입 취지 및 형평성 측면에서 어려운 점이 있다"면서, "재단에서는 다양한 현장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으며, 향후 제도 운영 과정에서 사례가 축적될 경우 보완 방안에 대해서도 검토해 나갈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필자는 '타 예술지원사업에서도 동일하게 지급보증보험을 요구하는지 여부'도 문의했는데, 재단 측은 "강원문화재단에서 사업비를 교부받아 집행·정산하는 유형의 문화예술 지원사업의 경우, 2026년부터 지급보증보험 제도가 전면 적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복지형 지원사업, 참여수당 지급 사업, 일부 결과 중심 지원사업 등은 사업 성격에 따라 보증보험이 요구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아울러 최근에는 보조금 관리 강화 및 공공재정의 책임성 확보를 위해 다수의 공공 지원사업에서 보증 또는 유사한 담보 장치를 확대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재단 측의 입장은 이렇지만, 지급보증보험이 아닌 단계별 지급, 중간 점검, 정산 강화 등 대안적 관리 방식은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가장 배제적인 방식만을 고수하는 것은 제도 설계의 실패라고 생각된다. 재단 측이 '다양한 현장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고, 보완 방안에 대해서도 검토해 나갈 예정'이라고 하니, 이 같은 의견에 대해서도 심도 깊게 논의한 후 개선 방안을 찾아주길 바란다.
신용이 낮다는 이유로 창작의 기회가 박탈된다면, 공공 예술지원은 존재 이유를 잃는다. 예술가에게 요구되어야 할 것은 담보가 아니라 창작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보증이 아니라 신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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