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 Stage]장서문 연출 "쉽고 재미있게, 이야기가 보이는 '나부코' 기대하세요"
"연기 몰입하면 노래도 더 몰입돼"
"베르디 음악만으로 장면 그려져"
"오페라 공연에서 성악가의 노래와 연기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고 생각한다. 성악가가 연기에 몰입하면 노래에도 더 몰입할 수 있다."
9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개막하는 서울시오페라단 '나부코'의 장서문 연출은 성악가에게 노래만큼 연기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장 연출은 연기를 통해 이야기가 더 잘 드러나는, 그래서 관객들이 쉽고 재미있게 이해할 수 있는 나부코를 선보이겠다고 강조했다.
나부코는 오페라의 본고장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작곡가 주세페 베르디의 출세작이다. 유대 왕국이 바빌로니아 왕국에 의해 멸망하고 유대 민족이 바빌론에 끌려가 노예 생활을 하며 박해를 받았던 성경 속 바빌론 유수를 배경으로 한다. 대본을 쓴 테미스토클레 솔레라는 바빌론 유수라는 대서사 속에 여러 새로운 인물을 창조해 흥미로운 치정극을 만들었다. 바빌로니아의 왕 나부코(성경 속 느부갓네살)의 두 딸 아비가일레와 페네나는 유대 왕의 조카인 이즈마엘레와 엇갈린 삼각 관계를 이룬다. 페네나는 나부코의 친딸이지만 아비가일레는 입양한 노예의 딸이다.

관객의 흥미를 끌 수 있는 치정극의 요소가 다분하지만 나부코 공연이 지루한 경우도 적지 않다. 장서문 연출은 "성경에 담긴 대서사를 중심에 두면서 엇갈린 세 인물의 섬세한 감정들을 놓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장 연출은 "인물들의 섬세한 감정을 쫓다보면 나부코의 대서사도 더 재미있게 읽힐 수 있다"며 인물들의 감정을 놓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장 연출은 인물들의 감정을 섬세하게 표현하기 위해 성악가들에게 연기적인 부분들에서 많은 것들을 요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노래를 잘하는 성악가들이 연기도 잘한다"며 "노래 속에 담긴 감정을 느끼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장 연출은 특히 베르디는 극을 음악으로 표현하는데 뛰어난 작곡가였다고 설명했다. "베르디는 음악으로 그림을 그린 작곡가다. 그의 음악을 들으면 그 음악만으로 눈앞에 장면이 그려진다. 베르디가 어떤 장면을 원했는지를 음악이 너무 명확하게 담고 있어서 베르디는 확실히 뭔가 다르구나라고 느낀다. 천재적인 작곡가들의 음악은 이미 너무 많은 연기를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장서문 연출은 성악가의 연기는 물론 다양한 무대장치를 통해 이야기를 전달하는데 집중했다.
8분 동안 이어지는 서곡에서는 유대 민족이 왜 바빌로니아의 침략을 받게 되는지에 대한 배경을 성경과 연관지어 풀어낸다. 천지창조가 이뤄진 뒤 지도자가 등장해 유대인들을 가나안 땅으로 이끌고, 유대인들이 타락하면서 하느님의 분노를 사 결국 외세의 침략을 받게 된다는 과정을 보여준다.


극의 시작부터 유대인들을 공포에 떨게 하는 바빌로니아인들의 침략은 체스판의 거대한 킹 말이 전진하는 연출을 통해 시각적 효과를 높였다. 장서문 연출은 "바빌로니아인들의 침략이 극이 시작되고 30분이나 지나서야 이뤄지기 때문에 압도적인 위압감을 보여줘야 했다"고 설명했다.
나부코의 3막은 아비가일레가 나부코로부터 권력을 찬탈한 뒤 왕위에 앉아 있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장서문 연출은 영화 '글래디에이터'에서처럼 검투 장면을 집어넣어 극의 긴장감과 재미를 높였다. 그는 "아비가일레도 고대 왕처럼 잔혹함을 즐겼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장서문 연출이 이처럼 오페라의 본령이라 할 수 있는 음악 외에 이야기에 집중하는 까닭은 관객들이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오페라를 보여주기 위해서다. 그는 "연출이란 작품과 관객을 만나게 하는 사람"이라며 "연출의 개성이 드러나기보다 관객이 작품의 이야기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흔히 오페라는 대중들에게 이해하기 어렵고 난해한 예술로 인식된다. 하지만 장서문 연출은 영화가 등장하기 전에는 오페라가 클래식 장르 중 가장 대중적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실내악이나 교향악 연주는 음악만으로 표현하는 장르인 반면, 오페라는 음악에 연극이 더해진 장르"라며 "오페라는 결코 어렵지 않다"고 말했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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