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는 아이를 똑똑하게 만드는가, 아니면 가두는가
[김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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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I시대 교육의 방향 |
| ⓒ 김대성 |
인공지능은 사용자의 질문 의도와 사용 패턴을 학습한다. 대화가 반복될수록 사용자가 원하는 방향의 답을 더 정교하게 제시한다. 특정 입장을 가진 학생에게는 그 입장을 강화하는 근거가 쌓인다. 이는 심리학에서 말하는 확증 편향(confirmation bias)을 가속한다. 미국 스탠퍼드대 미디어 리터러시 연구팀이 청소년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서도, 개인화된 정보 환경이 기존 신념을 강화하는 '에코 챔버 효과'를 낳는다고 확인된 바 있다. AI가 제공하는 맞춤형 정보 환경은 이 에코 챔버를 교실 안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AI의 문제는 틀린 답이 아니라 반박하지 않는 구조에 있다. AI는 불편한 질문을 던지지 않고 사용자의 사고를 흔들지 않는다. 더 오래 사용하게 만드는 것이 플랫폼 경제의 목표이기 때문이다. 사용자를 불편하게 만드는 AI는 그 목표에 반한다. 그러나 인간의 성장은 불편함에서 시작된다. 교사는 틀린 전제를 지적하고, 친구는 다른 의견을 제시한다. 이 과정이 사고를 확장시킨다. AI는 구조적으로 이 과정을 제거한다. 교육의 역할은 아이들 앞의 장애물을 치워주는 것이 아니라, AI가 치워버린 그 유익한 장애물, 즉 불편함을 다시 교실 안으로 가져오는 것이다.
이 변화는 관계에서도 드러난다. AI에 익숙한 학생들은 점점 인간 관계의 마찰을 견디지 못한다. 실제로 많은 교사들이 "아이들이 친구의 말을 끝까지 듣지 못한다"고 호소한다. 토론은 설득이 아니라 공격이 되고, 다른 의견을 조율하는 능력은 약화된다. 세계경제포럼(WEF)은 2025년 미래 핵심 역량으로 사회적 협력 능력을 강조했지만, 협력은 갈등을 경험해야 길러진다. 교실에서 이 경험이 사라진다면 민주주의의 기반 역시 약화될 수밖에 없다.
이미 일부 청소년들은 AI를 학습 도구가 아니라 관계의 대상으로 사용하고 있다. 캐릭터 AI에 이상적인 친구나 연인을 설정해 두고 매일 대화한다. AI는 언제나 공감하고 기다리며, 절대 상처를 주지 않는다. 그러나 그 관계는 현실을 대체하지 못한다. 오히려 인간 관계를 더 어렵게 만든다. AI를 매개로 한 새로운 형태의 고립, 디지털 히키코모리가 나타날 가능성은 충분하다. 사회성이 가장 빠르게 발달해야 할 시기에 AI와의 관계에 매몰되는 아이들에게 어떤 교육적 개입이 필요한지, 지금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이제 AI 리터러시의 방향을 바꿔야 한다. 지금까지의 AI 교육은 프롬프트를 잘 쓰고, 정보를 빠르게 찾고, 결과물을 효율적으로 만드는 능력에 집중되어 왔다. 그러나 진정한 AI 리터러시의 핵심은 AI를 얼마나 잘 쓰느냐가 아니라, AI로부터 얼마나 자유로울 수 있느냐에 있다. 정보를 빠르게 찾는 것보다 정보를 의심하는 힘, 내 생각과 다른 관점을 의도적으로 탐색하는 태도가 핵심이다.
교육은 세 가지를 회복해야 한다.
첫째, 철학 교육이다. 철학은 고전을 읽는 것이 아니라, 정답이 하나가 아닐 수 있다는 인식론적 유연성을 기르는 것이다. 성선설과 성악설, 공리주의와 의무론처럼 서로 충돌하는 사상을 함께 탐구할 때 아이들은 비로소 다양한 세계관이 존재한다는 것을 몸으로 안다. 핀란드와 독일이 일찌감치 초중등 과정에 철학적 탐구 수업을 도입한 것은 이유가 있다. 확증 편향에 맞서는 가장 근본적인 훈련이기 때문이다.
둘째, 진짜 토론 교육이다. 지금 교실의 토론은 자기 의견을 발표하는 훈련에 가깝다. 진정한 토론은 상대의 말을 듣고 내 입장을 재검토하는 경험이다. 불편하더라도 더 나은 논리 앞에서 생각을 바꿔보는 경험이 민주 시민을 만든다. AI가 절대 해주지 않는 것을 토론이 가르쳐 준다.
셋째, 직접 체험과 자치 경험이다. 아이들이 직접 규칙을 만들고, 그 규칙이 자신에게 불리하더라도 지켜보는 경험은 책임감과 공동체 감각을 키운다. AI가 제공하는 정교한 간접 경험은 이것을 대체할 수 없다.
이 문제는 학교만의 과제가 아니다. 가정과 사회, 국가가 함께 대응해야 한다. 이는 단순한 교육 방법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차원의 정책과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영역이다. AI 사용에 대한 기준과 가이드라인, 아동 발달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가 지금 당장 시작되어야 한다. 현재 교육부는 수행평가 관련 기준을 만드는 수준에 머물러 있지만, 그것은 너무 좁고 너무 늦은 대응이다.
AI 시대 교육이 지켜야 할 기준은 분명하다. AI를 잘 쓰는 아이가 아니라, AI 속에서도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아이를 길러내는 것. 그것이 교육이 끝까지 지켜야 할 '생각의 주권'이다. 기술이 인간을 돕는 시대를 넘어, 인간을 대신하기 시작한 지금, 교육이 지켜야 할 것은 단 하나다. 인간이 끝까지 인간으로 남을 수 있는 조건을 만드는 일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이 글을 쓴 김대성씨는 별의별 교육연구소장, 상인천초등학교 교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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