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전쟁 휴전…물가는 언제 내리나
항공유 인상에 올여름 휴가도 영향
식료품 가격도 상승…"2022년 수준은 아냐"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으로 에너지 비용이 상승하며 물가 전반에 상승 압력이 커졌다. 미국과 이란이 2주간 휴전에 합의하며 다시 호르무즈 해협 통행이 가능해질 전망이나, 치솟은 물가가 이전만큼 안정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 걸릴 것으로 예상됐다.
9일 한국 시간 오전 9시5분께 브렌트유 6월 인도분 가격은 전장 대비 0.78% 상승한 97.14달러에서 움직이고 있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 5월 인도분은 전장 대비 2.79% 오른 97.03달러에서 거래 중이다. 전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휴전 합의를 발표한 이후 국제 유가는 100달러 아래로 급락했다.

그러나 8일(현지시간) 미국자동차운전자협회(AAA)가 집계한 미 전역의 평균 휘발유 가격은 갤런당 4.164달러다. 미국·이스라엘이 이란과 전쟁을 시작한 날인 지난 2월 28일 미 전역 평균 휘발유 가격은 갤런당 2.98달러로 3달러를 밑돌았다.
지난 2월 28일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이 발발 이후 세계 원유 운송량의 20%가 지나는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폐쇄되며 국제 유가는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양측이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에 합의했지만, 주유소 휘발유 가격까지 반영이 되기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에너지 업계에서는 휘발유 가격 변화를 '로켓과 깃털'에 비유하기도 한다. 유가가 오를 때는 휘발유 가격이 로켓처럼 급등하지만, 하락할 때는 깃털처럼 천천히 내려온다는 의미다.
레이먼드 제임스의 파벨 몰차노프 애널리스트는 "일반적으로 유가 상승이 주유소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는 데는 3~5일 정도 시차가 있다. 하지만 유가가 하락할 경우 휘발유 가격이 원유 가격의 급격한 하락을 반영하기까지 10~14일이 걸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 에너지정보청(EIA)는 전날 발표한 예측에서 호르무즈 재개방이 에너지 가격 하락으로 이어지기까지는 몇 달이 걸릴 수 있다고 밝혔다. 연료 가격 분석업체 가스버디는 휴전 협정 발표 후 48시간 이내에 도매가격 하락에 따라 소매 가격이 매일 몇 센트씩 떨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호르무즈 해협이 완전히 재개방된다고 하더라도 아랍에미리트, 쿠웨이트, 이라크, 오만, 사우디아라비아 등 페르시아만 산유국들의 석유 인프라가 전쟁으로 광범위한 피해를 본 만큼 생산량 회복에도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가는 선박에 통행료를 부과할 가능성을 제기한 만큼 석유 수출 비용이 증가할 수도 있다.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아랍권 중재자들을 인용해 이란이 2주간 휴전 기간에도 선박 통행을 제한하며 통행료를 부과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해운업계에 따르면 초대형 유조선의 경우 통행료가 최대 200만달러에 이를 수 있다.
항공유 가격도 한동안 높은 수준을 이어갈 것으로 보이며 항공권 가격에도 이 비용이 반영될 전망이다. 미국 항공사 협회의 아거스 미국 항공유 지수에 따르면 전쟁 발발 후 항공유 가격은 87% 이상 급등했다. 항공편을 취소하는 항공사도 나오고, 일부 항공사는 항공유 가격 상승으로 인한 비용을 위탁수화물 요금 인상에 녹여내고 있다. 상업 항공 전문가 댄 버브 네바다대 교수는 항공유 가격 상승으로 인한 유류할증료 인상과 항공권 가격 변동성이 소비자들의 휴가철 항공편 이용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에너지 비용이 오르며 상품 운송 비용도 뛰었다. AAA에 따르면 이날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은 갤런당 5.67달러로 전년(3.63달러) 대비 약 2달러 올랐다. 아마존과 미국연방우정청(USPS) 등은 배송 비용에 유류 할증료를 부과하고 있다. 음식 배달 서비스 블루에이프런은 배송비 상승에 따른 메뉴 가격 인상을 공지했다.
WP는 향후 몇 달 동안 식료품 가격도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운송 중 냉장이 필요한 유제품, 육류, 베리류 등 신선 식품 가격이 먼저 오를 것으로 보인다. 이란 전쟁으로 운송 비용은 물론 국제 비료 원료 가격, 식품 포장재 가격 등이 상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데이비드 오르테가 미시간주립대 교수는 "소매단계의 식품 가격은 비교적 완충 효과가 있는 편이나,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의미는 아니고 시차가 있을 뿐"이라며 다만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국면만큼은 심각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LPL파이낸셜의 제프리 로치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글로벌 경제에 남아 있는 2차적 파급 효과를 무시할 수 없는 만큼 투자자들은 지정학적 리스크가 도매 물가와 성장, 금융 여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계속 주시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오수연 기자 syo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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